
[일요시사] 김명삼 대기자 = 경찰청의 ‘깡통 순찰차’ 배치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전국에 배치됐던 순찰차 중 상당 차량에서 녹화 카메라(블랙박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순찰차 납품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스마트 순찰차에는 반 리프트 경광등, 멀티 캠, 녹화 카메라 시스템, 통합 게이트웨이 등의 특수사양이 반드시 부착돼야 한다.
이 외에도 ▲태블릿 PC를 통한 멀티 캠, 녹화 카메라 시스템, 리프트 경광등을 통합·제어하는 데이터 통신시스템을 갖출 것 ▲세부적인 녹화 카메라의 촬영 영상 검색 및 화면 재생이 가능할 것 ▲태블릿 PC와 연동된 멀티 캠, 녹화 카메라 시스템, 경광등 등의 정상 동작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장치 점검 기능이 있어야 한다.
즉, 현장에서 태블릿 PC 화면을 통해 즉시 녹화 카메라 촬영 영상을 검색하고 재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긴급 상황에서 빨리 영상 확인을 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경찰청의 의도가 반영된 필수적 기능이다.
그러나, 지난 지난해 12월, 전국에 배치된 616대 중형 순찰 차량에는 차량 태블릿 PC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앱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자동차가 2023년과 2024년 경찰청에 납품한 순찰차에 부착된 MT사의 제품은 태블릿 PC에 연동돼야 하는 녹화 카메라 시스템의 USB 단자가 연결돼있지 않아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납품 차량의 경우, USB 단자가 연결돼있지 않을 뿐 아니라, 태블릿 PC에 녹화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앱(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지 않아 블랙박스 영상을 검색하거나 재생할 수 없다.
결국 현장에서 태블릿 PC 화면을 통해 영상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SD카드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사무실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이는 경찰청 순찰차 사양에서 요구하는 ‘태블릿 PC 화면을 통한 녹화 블랙박스 영상의 검색과 재생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기능의 부재로 인해 경찰관들이 상당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MT사의 제품을 납품한 HD산업은 수정이나 업데이트 등 조처를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이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
MT사는 과거 직접 멀티 캠 PC, 녹화 카메라 시스템, 통합 게이트웨이 등 제품을 납품했으나, 2022년부터는 HD 산업을 통해서만 납품하고 있다. HD산업은 이 같은 독점적 구조를 이용해 멀티 캠 PC의 가격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서 성능 개선이 없이 과도하게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혹에 대해 HD산업 측은 “일부 차량에 대해 A/S가 필요하지만 제품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올해 납품 예정인 스마트 순찰차 사업에는 더 이상 사양 미달인 제품이 사용되지 않도록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실제 치안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능과 품질을 충족하는 더 우수한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울러 독점적 납품 구조를 악용해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하거나 납품을 지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한 예산 낭비 방지 및 조달 과정의 공정성 제고,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경찰차 사업의 본래 도입 취지를 살려 국민의 치안 서비스 품질을 실질적으로 향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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