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일정이 ‘추후 지정’으로 미뤄지면서 사실상 재판이 중단됐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항고심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환송 하는 판결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논란의 핵심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이 이미 대통령의 취임 전에 기소된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번 서울고법의 재판기일 ‘추후 지정’ 결정은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을 근거로 대통령의 형사재판 중단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하나의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소추’의 범위를 기소에 한정할 것인지, 재판 절차 전반에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존재했다. 이번 고법 재판부는 소추에 재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며,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형사재판은 임기 이후로 미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먼저 불소추특권의 핵심인 ‘소추’의 의미에 대해 형사소송법은 ‘국가소추주의’라는 제목이 붙은 조항에서 ‘공소는 검사가 제기해 수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형소법 제246조) 소추의 주체가 검사며 소추의 내용이 공소의 제기와 유지를 모두 포함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인정되는 불소추특권은 대통령 취임 전에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취임 후에도 임기 중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뜻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통령 취임 전에 이미 공소가 제기돼있는 사건에 대해서도 취임 후에는 임기 동안 공소의 유지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도 불소추특권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불소추특권을 부여한 목적(취지)은 대통령직의 원활한 수행에 있다. 내란죄나 외환죄처럼 국가에 대한 반역을 저지르는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면,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은 대통령직이 갖는 막중한 의미 때문이다.
헌법의 기본원리 가운데 하나는 민주주의고, 또 다른 하나는 법치주의다.
민주주의는 민주적 정당성을 본질로 하며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를 핵심으로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상호 보완하는 관계에 놓이기도 하지만 상호 대립하는 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해서도 민주주의는 대통령이 가지는 민주적 정당성을 기초로 임기 동안 잠시 법의 지배로부터 자유롭기를 요구한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임기 동안만 형사법을 위반하는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형사재판을 받지 않도록 유예해 법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법치주의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의 범죄에 대해서조차 예외 없이 법의 지배가 관철되기를 요구한다. 대통령도 범죄를 저지르면 임기 중에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같이(평등하게)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로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국민의 대표다. 공화국 원리, 국민 주권 원리, 대의제 원리 등을 포괄하는 헌법의 기본 원리로서 민주주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대통령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또 다른 헌법의 기본원리로서 법치주의는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한 범죄의 경우에 후퇴한다.
대통령의 범죄에 대한 재판과 처벌로 법의 지배를 관철하는 이익보다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이익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뜻이다.
대통령과 같이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국회의원은 단지 불체포특권을 누릴 뿐이고, 불소추특권을 누리지는 못한다. 국민의 선거로 획득되는 같은 민주적 정당성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에게 부여된 민주적 정당성에 대해서 헌법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hntn11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