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과학기술과 범죄

  • 이윤호 교수
2025.06.14 00:00:00 호수 1536호

현대 과학기술은 범죄의 원인 내지는 수단인 동시에 범죄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기술은 범죄의 실행과 발견이라는 양면에서 꽤나 복잡한 역할을 한다.



과학과 기술의 진전으로 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의 경고를 들먹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경험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사이버범죄를 가능케 만들었고, 사기와 신분 도용 같은 전통적 범죄의 실행을 더 쉽게 만들어서 범죄의 원인으로 기술되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과학기술은 신분 도용을 위한 딥페이크도 만들어내고, 피해자를 파악하고 표적으로 삼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의 출현은 국경을 무색하게 하고, 시간적 제약도 받지 않는다. 범죄의 발각을 어렵게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아직 국제적 형사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물론 과학기술이 범죄의 온상, 원인, 수단으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 과학과 데이터 분석 분야의 진전을 포함하는 범죄의 수사와 예방을 위한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유전자 분석과 같은 법 과학의 발전은 법 집행기관의 과학 수사 역량 향상에 기여했다. 3D 스캔, 인공지능에 기반한 데이터 분석으로 용의자를 파악하고, 핵심 증거를 찾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해 살인을 예측하겠다는 법 집행기관의 선전포고를 접하기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은 사후 대응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라 사전 예방적 기여도 상당하다. 보안 카메라, 드론, 안면 인식 등을 포함하는 감시 기술의 진전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기계의 눈으로서 감시 기능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동시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용의자를 파악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범죄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를 위해 과학적인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으로 범죄 발생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과 시간과 위험한 사람을 예측할 수 있게도 해준다.

또 과학기술은 디지털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전화 기록, 사회관계망 포스트 등의 수집과 분석을 포함한 디지털 포렌식 기술의 발전은 재판 과정과 절차에서 활용도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처럼 인류에게 편리함도 제공하고 범죄에 있어서 그 해결책으로서도 상당한 기여를 하지만, 예전에 겪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위험도 초래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범죄와의 관련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없지 않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과유불급)는 격언이 여기에도 해당된다.

지나친 편리함의 추구는 새로운 위험에의 노출을 증대시키고, 범죄 문제의 해결책으로서의 기계의 눈, 보안 카메라의 지나친 활용과 의존은 사생활 침해와 남용의 우려를 낳는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종적 프로파일링과 같은 불공정하고 부정확한 결과로 이끄는 편견을 초래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범죄자의 범행 도구와 수단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법 집행기관의 범죄 해결책으로서 대응 수단이 되기도 해, 붙잡으려는 경찰과 잡히지 않고 더 많은 범행을 하려는 범죄자 사이서 끝날 줄 모르는 쫓고 쫓기는 범죄의 경주를 벌이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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