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지난 12일,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권성희 부장검사)는 김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10월24일, 당시 국회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대표)이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권한대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과 청담동서 술 마시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강진구 ‘더탐사’ 기자, 여성 첼리스트 박모씨의 전 남자친구 이모씨 등과 함께 이날부터 이듬해 1월9일까지 총 19회에 걸쳐 유튜브에 해당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허위 방송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제보자로 알려졌던 박씨가 경찰에 출석해 “청담동 의혹은 허위”라고 진술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24일, 김 전 의원의 국감 발언에 대해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적용해 ‘공소권 없음(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고소인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같은 해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형사소송법은 불송치 통지를 받은 고소인 등이 이의 신청 시 경찰은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면책특권이라는 방패로 혐의를 벗었으나 유튜브의 허위 방송 그물망마저 빠져나가진 못했다.
국회 면책특권은 헌법상으로 보장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는 데 있어 의회의 독립 및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4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이나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선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정치공세에 악용한다’ ‘허위 발언 등 명백한 범죄행위의 경우는 예외로 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시초는 17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절대군주(왕)로부터 의원들을 보호해 이들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상대 정당이나 개인을 특정해 공격하거나 흠집내기 등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논란을 양산해오고 있다.
이번 김 전 의원의 ‘청담동 의혹’ 발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의 제보를 받았다며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당당히 국감장서 유포했다. 심지어 해당 발언은 명백한 허위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가 어떤 목적이었는지는 해석의 여지는 있겠지만, 의도는 단순히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당한 권리’가 악용돼 ‘엉뚱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진만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헌법이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은 이들에게 특별한 권리를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쓰도록 정당한 힘을 준 것”이라며 “이를 국민들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들의 특별한 권력인양 남용한다면 당연히 빼앗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실제로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폭로와 비방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면택특권의 폐지·축소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헌법 위배’ ‘정치적 탄압 수단 악용’ 등의 비판과 우려로 제도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정치권서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제한 등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바 있다. 공교롭게도 면책특권 제한 발언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나왔다.
지난 1일, 한 대표는 국회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불체포특권,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 등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반드시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과거 이 대표도 면책특권 제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으니 양당 대표의 생각이 같은 지금이 면책특권 제한 추진의 적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을 보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상응하는 대통령의 소추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이 대표는 당시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10월18일, 김용판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 지역 폭력조직과의 유착으로 특혜·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하자 “이래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허위 사실들을 제시해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의겸 전 의원은 당시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던 한 장관에게 “지난 7월19일~20일에 청담동의 한 고급 바에서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 30여명,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과 술자리를 했다는 공익신고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술자리가 실제 있었다”며 이 전 권한대행의 전화 통화 녹취파일을 재생했고, 해당 내용을 ‘더탐사’가 보도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장관도 “제가 술 못 마신다는 거 알고 계시느냐? 제가 가서 술을 먹었단 말이냐? 저 자리에 있었단 얘기냐?”며 “제가 술자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 회식자리도 안 간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그가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한 장관은 “제가 그 자리에 있거나, 저 비슷한 자리에 있거나, 저 근방 1km 안에 있었으면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도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뭘 걸겠느냐”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더탐사’라는 저를 스토킹한 사람들과 야합한 거 아닌가. 혹시 그 스토킹의 배후가 김의겸 의원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정감사장에서 저런 지라시 정보를 갖고 국무위원에게 모욕을 줘도 되느냐”며 “이런 정도의 제보로 국정감사가 순연되는 과정에서 첫 질문을 하는 의원은 없다”고 질타했다. 한 장관의 발언에 김 의원도 “왜 없습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전 권한대행도 국회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제(24일)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고급 바에서 대통령과 장관이 모여 첼로 연주에 맞춰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를 악의적인 편집을 통해 전 국민이 시청하는 법사위 국정감사장서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술 취한 여성의 술주정에 불과한 넋두리를 사실인 양 퍼뜨린 것”이라며 “아무런 검증 없이 내보낸 (유튜브 채널)‘더탐사’는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패악질을 저지른 셈이다. 가짜 뉴스에는 해당 장소도, 인물도, 그 어느 것 하나 객관적 사실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권한대행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등에 업고 ‘아니면 말고 식’ 거짓 선동을 일삼은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가짜 뉴스의 진원지인 유튜브 ‘더탐사’ 강진구 기자 외 3명 등을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따른 명예훼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par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