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기시감? 정계 은퇴 번복했던 ‘홍준표식 정치’

2025.04.30 16:07:22 호수 0호

해단식서 “시민으로 돌아갈 것” 선언
현역 의원들 김문수 캠프로 ‘우르르’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의힘 3차 경선 문턱을 넘지 못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그야말로 ‘쿨하다 못해 차가운 ’ 정계 은퇴 및 탈당 선언으로 정치권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도지사, 5선 중진 의원, 2회 당 대표, 3회 대통령 후보 출마까지, 30년 세월 동안 온갖 풍파를 견디는 등 굵은 잔뼈의 ’베테랑 정치인’이 당내 경선 결승 진출 좌절에 모든 것을 팽개치고 돌아서는 모습에 씁쓸한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전날인 29일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 발표서 고배를 마시자,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해단식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조기 졸업했다. 이제 갈등의 현장서 벗어나겠다”며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 의사도 내비쳤다. 홍 전 시장은 “정치 신인 윤석열 후보에게 당심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고 싶었지만 참았다”며 “이젠 추해지기 전에 정계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일 30년 정들었던 우리 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더 이상 당에서 내 역할이 없고 더 이상 정계에 머물 명분도 없어졌다.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부연했다.

수십년 동안 갈등의 한복판서 정치를 해왔던 인물이 정작 본인의 ‘최종 도전’이 좌절되자 정계 은퇴, 탈당 등 ‘탈 갈등’을 선언하는 모습은 다소 아이러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전 시장은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후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활동했다.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인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하면서 이른바 ‘스타 검사’로 급부상했다.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 주인공의 모티브가 홍 전 시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후 1995년, 정계에 힘차게 발을 들인 그는 제15·16·17·18·21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표, 초대 자유한국당 대표, 경남지사, 대구시장 등을 역임하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대권에도 큰 욕심을 가졌던 홍 전 시장은 이번 6·3 조기 대선을 포함해 세 차례의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남겨진 건 쓴잔 뿐이었다.

첫 도전이었던 2017년 19대 대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자유한국당 후보로 본선에 나섰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후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려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홍 전 시장의 ‘정계 은퇴 선언’을 두고 사뭇 낯설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13년 전인 2012년 4월 총선서 낙선이 확실시되자 트위터에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이제 자유인으로 비아냥 받지 않고 공약으로부터도 해방되는 자유를 얻었다”며 정계 은퇴를 시사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30년 공직생활을 마감한다는 것은 지난 검사 시절과 15·16·17·18대 국회의원으로서 보낸 공직생활을 마감했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슬그머니 은퇴를 번복했다.

당시에도 패배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못한 채 감정에 치우친 듯한 선언을 내놨지만, 이내 정치 복귀 수순을 밟았던 홍 전 시장이었다.

이 같은 전력 탓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은퇴 선언 역시 ‘홍준표식 정치’의 일부며,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활발한 정치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계 은퇴 선언은 여론의 동향을 살피고,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다가오는 대선 정국 이후 보수 진영의 재편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리더십이나 구심점이 요구될 경우, 그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며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스스로 ‘추해지기 싫다’며 정계를 떠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복귀 명분이나 시기는 결국 정치적 필요성과 맞물려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편, 홍 전 시장 경선후보 캠프서 활동했던 현역 의원들은 2차 경선 낙마 이후, 결선에 진출한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캠프에 합류했다.

이를 두고 캠프 지지 세력마저 재빨리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쫓아 이동하는 정치판의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게 아니냐는 관조 목소리도 들린다. 김 후보는 홍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반탄(탄핵 반대)파’의 최일선에 있는 인물이다.

홍 전 시장의 지지 세력을 등에 업은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당원도, 국민도 아직 홍준표를 믿고 있다”며 홍 전 시장의 탈당을 만류했다.

김 후보는 “대선 경선후보가 아니라 국회 동기이자 오랜 동료의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며 “정계 은퇴, 지금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는 언제나 정치인 홍준표를 대의를 걷는 사람으로 존경해 왔다”며 “홍 후보님의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씀이 저의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지금은 홍 후보가 은퇴할 때가 아니다. 보수당을 바로 세우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데 힘을 북돋아달라”고 촉구했다.

이미 은퇴 번복 전력이 있는 그가 과연 이번에는 ‘시민 홍준표’로서 시장통과 거리서 만날 수 있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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