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조국혁신당 어디로…

2025.03.31 10:44:52 호수 1525호

중심 잡을 인물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탄핵 정국서 가장 날카로운 목소리는 야당의 몫이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앞세워 전진하고 있다. 반면 지난 총선을 앞두고 폭풍처럼 나타난 조국혁신당은 조국 전 대표의 수감 이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43.6% ▲국민의힘 40.0%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4.3%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선 직후 지지율 14%를 웃돌았던 혁신당이 불과 1년 만에 한 자릿수로 주저앉은 것이다. 해당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로 응답률은 7.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풀액셀

총선 이후 12·3 내란 사태를 거쳐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혁신당이 마냥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촉구하며 국회의사당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동안 혁신당은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헌재까지 삼보일배했다.

지난 13일 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길 위에서 쓰는 논평’이라는 행사를 알리며 “2500걸음을 걷고 830배 절을 할 것이다. 삼보일배는 약자의 항의 방식이 아니다”라며 “간절한 이들의 자신을 제물로 지내는 기도다. 옳은 길을 가게 해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이렇게 바라고 있다. 우리의 삼보일배는 그런 국민의 염원을 모은 안테나 같은 것”이라며 “그 뜻이 헌법재판관 8인의 현인에게 가닿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대행을 비롯한 차규근 의원과 김보협 수석대변인, 그리고 강미정·윤재관 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지난 17일에는 ‘릴레이 1만배’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자 “헌재가 절차적 완결성을 도모하려는 것을 잘 알지만 (선고를) 더 늦춰서는 안 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권한대행은 “민주주의는 남이 지켜주지 않는다.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한다”며 “혁신당은 윤석열 파면을 위해 떠들기만 하지 않고 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삼보일배에 이어 존재감을 띄우는 동시에 헌재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수감 중인 조국 전 대표 역시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해 교도소 내에서 ‘1일 108배’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지지율 1년 만에 14%→4% 뚝
자꾸 묻히는 목소리…해법은?

갖은 노력에도 혁신당의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 총선 당시 호남서 표를 싹쓸이하던 혁신당이 탄핵 정국서 갈피를 못잡는 데에는 조 전 대표의 빈자리가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6일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서 통과된 지 겨우 이틀이 지나 정국이 어수선하던 때였다.

조 전 대표는 수감 전 “전직 당 대표로서 혁신당에 당부드린다. 내란 공범 국민의힘이 정권을 유지하는 일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막아야 한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조 전 대표의 수감 이후 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은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탄핵 정국이 절정에 다다른 지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직 혁신당 관계자는 “메시지의 문제가 아니고 조 전 대표의 부재가 불러온 한계”라며 “조 전 대표가 없는 상황서도 이 정도인 것은 혁신당 입장서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비례 12석으로 꾸려진 당의 중심을 잡을 인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당장 윤 대통령 파면이 내려질 경우 60일 내 치러질 조기 대선에 독자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서 당의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의 자원을 사용해서라도 조기 대선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이들과 재정의 소멸로 당이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혁신당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완전국민경선 형식의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식 제안했다. 정당의 모든 대선후보가 참여하는 ‘원샷’ 방식으로 1차 컷오프와 2차 경선, 3차 결선투표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반 국민이 경선에 참여하는 만큼 다양한 변수를 노릴 수 있고, 군소 정당인 혁신당으로서는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아직도 풀지 못한 조기 대선 딜레마
재보궐 올인? 존재 이유도 물음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지만 정작 민주당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윤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조기 대선을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과 불확실한 변수를 끌어들여 대선판을 흔들 이유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헌재의 선고기일이 미뤄지고 사법 리스크 족쇄를 벗은 이 대표에게 모든 조명이 집중돼 오픈프라이머리 논의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혁신당 역시 플랜 B에 대한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의 인력 대다수가 천막 당사 또는 장외 투쟁에 투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든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당서 내세울 조기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 역시 불안 요소다. 한때 황운하 원내대표나 박은정 의원 등의 출마설이 돌았지만 풍문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0일 혁신당은 대선 기획단을 구성했는데 이 과정서 민정수석 라인을 중심으로 ‘황운하 패싱’ 논란이 일면서 시작도 전에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였다.

혁신당은 가능성이 불분명한 조기 대선보다 앞선 4·2 재보궐선거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 이병노 전 군수의 당선무효형으로 열리는 전남 담양군수 선거에 공을 들이면서 민주당 텃밭을 호시탐탐 노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재종 후보를 내세웠고 여기에 맞서 혁신당은 현 담양군의회 의장이자 3선 군의원 출신인 정철원 후보를 내보냈다. 지난해 10월 조 전 대표가 호남서 월세살이를 했음에도 재보궐선거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던 만큼 과거를 만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망망대해

일각에서는 모든 인력이 보궐선거에 쏠린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혁신당은 탄핵소추위원 대리인을 맡은 서상범 변호사를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 내보냈다”며 “탄핵을 위해 꾸려진 정당이 왜 탄핵에 힘을 쓰지 않고 또다시 재보선에 도전하는지 의문이다. 혁신당의 전략이 무엇인지 지지자들도 다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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