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린’ 헌재 탄핵 열차…재판관 셈법 온도 차

2024.12.18 11:13:19 호수 0호

“청문회 불참” 선언한 국민의힘
야당 단독 인사청문회 개최할 듯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임명권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은 후보자 3인에게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질의에 “임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은 조 후보자는 “헌법 제111조 3항은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서 특정한 사람을 헌법재판관으로 선출했다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이 헌법 조항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출은 국회의 몫이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 권한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추천을 받았던 마 후보자는 “국회가 헌법재판관 중 3인을 선출하도록 한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 사법부와 헌법재판관 구성서 균등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추천의 정 후보자도 “실질적인 임명 권한은 국회에 있다. 대통령의 자의적인 임명권 불행사(거부)로 인해 재판관 공석이 생긴다면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뿐만 아니라, 헌재의 객관적 성격 측면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처럼 헌법 제111조 3항을 예로 들어 권한대행의 임명권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임명권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경기에 뛰어야 할 선수들이 감독 고유의 권한인 출전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심리해야 하는 헌재 입장서 6인 체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명이라도 반대표가 나올 경우 기각되는 데다 이에 따른 공정성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탄핵 심판 기각 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회복되며 ‘제2·제3의 계엄’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공석인 3자리가 채워진 후 9인 완전체로 심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날 김대식 원내 수석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의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 불참하느냐’는 질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답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직무 정지 시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행정부 소속이 아닌 독립적 헌법기구로서의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은 권한 행사 범위를 신중하고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여야의 대립이 첨예하게 갈리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권 권한대행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임명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서 권 권한대행은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직무가 정지됐기 때문에 궐위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 직무 정지 때는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가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 직무 정지는 탄핵 심판 여하에 따라 복귀할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전인 2017년 2월에(권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빨리 결정해야 국정이 안정되고 시간을 끌면 그만큼 나라가 불안정해진다’고 말씀하셨다”며 “저도 같은 말씀을 드리겠다.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이)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 2017년에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며 “국회가 추천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권 권한대행의 주장엔 다소 어폐가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은 사실상 인사권이나 임명권 및 파면권 등의 모든 권한이 제한된 것으로, 당연히 권한대행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불참 등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단독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사청문특위위원장은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인데,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연장자를 위원장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인사청문특위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헌법재판소 구성을 방해할 경우, 민주당은 18일 오전 10시에 인사청문특위를 개최해 법이 정한대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헌법 수호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속 보이는 ‘윤석열 구하기’ 지연 전략을 중단하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았던 2017년 초,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대통령 임명 몫’이었다. 대법원장이나 국회 추천과는 엄연히 다르다”며 “논란의 권 권한대행조차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3인의 대통령 임명 몫을 제외하면 ‘국회 선출’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친다”며 “국회 선출 및 대법원장 지명의 경우, 마지막 대통령의 임명 절차는 권 권한대행의 말처럼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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