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달라 사정해서 갔더니…” 축의금 5만원 내고 욕먹은 직장인

2024.10.22 14:36:44 호수 0호

“가준 게 어디? 장사하는 건가” 비토 목소리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차라리 가지 말고 축의도 안 할 걸, 괜히 와달라고 사정해서 갔더니 돌아오는 건 욕이네요.”



최근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 5만원을 내고 욕을 먹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엔 ‘동료 축의금 5만원 냈는데 뒷담화 당할 일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게시글 작성자 A씨는 “직장동료가 최근 결혼했는데 바쁘지만 별로 친하진 않아도 시간 쪼개서 참석해 축의금 5만원을 냈다”고 운을 뗐다.

그는 “5만원 냈다고 욕하는 걸 누가 알려줬다. 특급호텔에 식비가 비싼 건 알지만 시간 쪼개서 가주기까지 했는데, 밥값 이상으로 안 냈다며 욕하는 게 맞는 건가요?”라고 누리꾼들의 의견을 물었다.

A씨는 “진짜 가기 싫었다. 신부 하객 자리 채워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고, 호텔 음식 먹으러 간 게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시간이 남아 참석한 것도 아니며 그 동료에게 축의금 한 푼도 받은 적 없고, 앞으로도 못 받는다”며 “본인이 재산에 비해 과하게 호텔서 (결혼)하는 것을 왜 하객 주머니 털어 적자를 메꾸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말에 못 쉬고 화장하고 차 막히는 곳까지 갔다”며 “예쁜 옷 입고 사진 찍어주고 박수쳐주고 욕 먹고… 앞으론 결혼식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조회 수 19만6790회에 댓글 419개가 달렸고, 추천 수 808개, 반대 89개를 기록했다.(22일 오후 1시20분 기준)

누리꾼들은 대체로 작성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추천이 제일 많이 달린 댓글을 단 한 회원은 “식대가 얼만지 어떻게 알아요. 참석해주고 자리 빛 내줬으면 5만원도 감사해야 한다”며 “그 이상을 꼭 줘야 하나요? 나 같으면 안 가고 5만원어치 맛있는 걸 먹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은 “식대 이상 내기를 바라면 그건 초대나 청첩이 아니다”며 “혼인한 부부끼리, 또는 가족들과 축의금 정산하면서 ‘이걸 낼 거면서 왔네’ 소리 할 수는 있다고 해도 하객에게 들어가게 뒷말하는 건 당사자들의 품위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축하해주러 자리에 와준 걸 고마워해야지” “가준 게 어디야. 5만원이면 성의 표시는 한 거지. 손해 하나 안 볼라고 하네, 결혼하지 장사하냐” “얼마나 거지면 초대했는데 선물인 축의금 가지고 뒷담화하니?” “언제부터 식대를 하객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거였나? 원래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하객들 식사를 대접하는 거지. 손님 대접할 돈도 없으면 잔치는 열지 말아야지” 등의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코로나 상황 이후 급등한 물가 상승률로 예식장 식대가 많이 올랐다.

실제로 웨딩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대부분의 예식장 식대는 7만원서 8만원 정도로 형성돼있다. 특히 강남 일대의 경우 식대가 8만원서 9만원 이상하는 곳도 많다. 서울 송파구의 한 예식장은 올해 식대가 8만3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3.9% 올랐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결혼식장은 올해 식대가 8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7만원) 21.4%나 인상됐다.

‘적정 축의금’에 대한 논쟁도 뜨거운데 당사자와의 친분, 결혼식 장소 및 식대, 향후 본인 결혼식 참석 여부 등에 따른 액수의 기준도 저마다 다르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이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축의금 액수 결정 기준’과 ‘지인의 결혼식에 내고자 하는 축의금 액수’에 대해 조사한 결과, 20·30세대와 40대 이상 모두 축의금을 결정할 때 ‘사회적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보낼 경우는 ‘5만원’을 선택한 응답자가 52.8%로 가장 많았으며, ‘10만원’을 선택한 응답자도 36.7%로 상당했다. 응답자들은 평균 8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식에 참석할 때는 ‘10만원’을 내겠다는 응답자가 67.4%로 가장 많았다. 결혼식 장소가 식대가 비교적 높은 호텔일 경우에도 ‘10만원’을 낸다는 답변이 57.2%로 최다 비율을 차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고 가계 살림이 쪼들리다 보니 축의금에 대해 굉장히 부담감을 느낀다”며 “축의금은 예로부터 기념일을 축하하는 동시에 상호부조하는 품앗이 역할을 했다. 그런데 물가가 올라 돈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이 됐다”고 진단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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