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전국체전, 홀수 해에만 개최하자

2024.10.08 16:55:14 호수 0호

제105회 전국체전이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2만8000여명 선수단이 참가해, 주 개최지인 김해시를 중심으로 경남 18개 시·군 75개 경기장서 개최된다. 



전국체전은 전국 각 시도를 중심으로 우정과 화합을 목적으로 개최하는 스포츠 대회로 국제 대회를 제외하면 국내에선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꼽힌다.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 대부분은 전국체전에 별 관심이 없다. 방송도 전국체전 중계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주최 측에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참가시켜 선전하기를 원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전국 지자체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는 축제가 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국체전의 위상이 왜 이렇게 추락하고 말았을까?

필자가 시골서 초·중학교에 다녔던 1960~1970년대만 해도 우리 국민은 전국체전의 존재조차 잘 몰랐다. 시골에선 면장배 체육대회가 유일한 스포츠 축제였고, 시·군 단위에선 축구, 농구, 배구 등 각종 스포츠가 군수·시장배나 도지사배가 고작이었다.


그 후 1970년대 중반쯤 고등학교 다닐 무렵 우리나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도 잘 구축되면서 시·군 단위나 도 단위의 대회보단 전국체전 같은 전국 단위 대회가 인기를 끌었다.

전국체전도 시·군 단위나 도 단위의 행사를 밀어내고 꽤 오랜 기간 동안 명맥을 유지하는 듯했으나, 1980년대 후반 아시안게임에 밀려 그 인기가 서서히 시들기 시작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전국체전의 영광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나라가 국제대회를 국내에 유치하고 각종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면서 우리 국민이 세계적인 선수를 잘 알게 되고, 국제대회를 즐겨 보게 되면서 스포츠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전국체전의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올림픽은 모두 15일 동안의 스포츠 축제로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은 짝수 해에 번갈아가며 각각 10월 초와 8월 중순에 끝난다.

그런데 매년마다 열리는 전국체전은 10월 중순에 시작한다는 게 문제다. 시기적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선수는 전국체전 출전을 포기해야 하고,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가 전국체전에 참가하려면 올림픽이 끝난 후 2개월 만에 출전해야 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체전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구조다.

또 각 시도의 우정과 화합이라는 전국체전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지선과 총선은 4년마다 치르는데, 지선은 6월, 총선은 4월에 있다. 그런데 지선이나 총선 끝난 후 몇 개월은 선거 후유증으로 우리 국민이 반으로 나뉘어져 불신이 팽배한 상황인 만큼, 그때 개최되는 전국체전이 성공적일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 역대 전국체전 개최지를 보면 전국체전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주로 서울시, 직할시, 도청소재지 광역시 등 거대 도시서 개최됐던 전국체전이 2016년 이후 지방 중소도시서 개최돼왔다.

2016년 아산시, 2018년 익산시, 2021년 구미시, 2023년 목포시 등 중소 도시서 개최됐고, 올해는 김해시, 오는 2027년엔 화성시가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세계화를 외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보한다고 해도,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전국체전을 국가적인 차원서 그 명성을 반드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전국체전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그리고 지선이나 총선이 없는 홀수 해에만 개최하면 어떨까? 즉, 2년마다 격년제로 전국체전이 개최되는 셈이다.

아시안게임 전년도에 개최되는 전국체전에선 우승자에게 아시안게임 출전 자격을 부여하고, 올림픽 전년도에 개최되는 전국체전에선 우승자에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부여하면 된다.

그래야 국제대회에 선발된 선수가 1년 동안 치밀한 전략을 통해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홀수 해에 전국체전이 개최되면 지선과 총선도 피하게 돼 국민적 화합을 도모하는 데 훨씬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전국체전이 지선과 총선을 치른 후 어수선한 상황서 개최되는 것도 안 되고, 지선과 총선의 당선자를 위한 축제의 장이 돼서도 안 된다.

개최지도 최소한 17개 시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전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데 중소 도시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중소 도시 홍보를 위해 전국체전이 이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국체전 목적에 맞지 않는 어떤 상황도 만들면 안 된다.

현재 성숙된 지방자치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국대회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규합하는 대회가 사라지고 국제대회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다시 중앙집권시대로 역행하는 꼴이 된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하나가 돼야 하되, 단단한 지자체들이 모여 건강한 우리나라가 돼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체전을 전국적 스포츠 축제답게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홀수 해에만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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