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Deep Fake)’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모습이다. 전국 400여개 초·중·등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직장 내에서도 딥페이크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통상 성범죄는 ‘영혼의 살인’이라고 불리며, 피해가 장기간 이어진다. 이를 감안해서라도 사법당국서 딥페이크 성범죄를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안타깝게도 교육당국이나 사법당국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다수의 딥페이크 영상이 보안 수준이 높고,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용이한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되기 때문이다. 익명성에 몸을 숨긴 채 디지털 공간을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시켰음에도 그 해결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범죄 발생 후 이뤄지는 대응적 대책은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유발했다는 점에서 최선이 될 수 없다. 최선은 범죄 발생 전 예방하는 것이고, 이는 딥페이크 성범죄도 예외일 수 없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대다수가 10대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는 SNS 사용이 일상화돼있다. 딥페이크 영상이 심각한 범죄행위며,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교육이 강조돼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예방적 노력을 기울여도 범죄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을 제작·유포 시 철저한 수사를 통한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딥페이크 영상물이 주로 유포되는 텔레그램이 외국에 소재하고 있어 법을 적용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국제 형사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인터폴이 있다고는 하지만 강제 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라 상대국을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국가간 형사 공조도 각국의 입장 차이가 심해서 협약이 성사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대다수 사이버 범죄는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매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위장 수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현재 허용되는 위장 수사의 범위를 아동 성범죄로 제한하기보다는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법당국이 딥페이크 성범죄 전문가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경찰뿐 아니라 민간분야와 적극적인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N번방 수사에서 활약한 대학생 불꽃추적단이 좋은 사례다.
딥페이크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돼야 한다. 처벌은 확실성도 중요하지만, 엄중성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일이 드물다면 과연 딥페이크 성범죄가 억제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오죽했으면 일부 여성 단체가 “한국 여성은 나라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동영상 관련 성범죄와의 싸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은 수요 차단이다. 소비자가 없으면 재배·제조·공급·판매 절차가 무너진다. 공급 차단에 주력했던 마약 범죄 억제 방식이 수요 차단으로 바뀐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한 사람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대다수 10대는 호기심이 동기의 큰 부분이라면 소비자가 없는 일에 호기심을 발동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