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경찰 ‘마요네즈’ 이론과 ‘과유불급’

  • 이윤호 교수
2023.08.26 00:00:00 호수 1443호

경찰이 눈에 잘 띄는 제복을 입고, 눈에 잘 보이는 색상과 경광등을 갖춘 자동차로 순찰을 하는 것은 시민들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함이다. 경찰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동기와 범행을 억제하고, 사람들은 보호받고 있어서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경찰 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강조되곤 한다.



이를 학자들은 ‘경찰의 가시성(police visibility)’이라고도 하며 경찰은 자신의 가시성을 가급적 극대화하려고 한다. 심지어 경찰이 특정 시간에는 순찰을 하지 않았음에도 범죄자가 경찰이 어디엔가 주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범행을 머뭇거리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이어 ‘묻지마 범죄’ ‘이상동기 범죄’ 등이 발생하고 이에 편승한 ‘살인 예고’ 등 일련의 협박성, 경고성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등장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테러리스터들이 노리는 테러의 목적이기도 하다. 즉, 시민들을 최대한 불안과 공포에 빠지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당국에서는 특별경찰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경찰 활동을 강화했다. 지하철역이나 백화점 주변, 도심 한복판에 경찰의 장갑차가 등장하고, 중무장한 경찰특공대가 순찰을 하고 있다.

반인륜적인 흉악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해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려는 의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특공대와 장갑차까지 투입하는 것이 범죄 억제와 예방의 효과는 물론이고, 시민의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따져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과유불급’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려는 의도에서 장갑차와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을 보는 일반 시민들도 같은 생각을 할까? 퇴근길에 마을 어귀에 장갑차와 무장경찰관이 지키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경찰이 잘 지켜주니까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문단속을 더 하고 더 불안해할까? 도심 한복판의 경찰 장갑차와 중무장 경찰특공대의 모습은 사람들의 불안을 더 자극하지 않을까?

더욱이 ‘범죄 예고’를 하는 사람 대다수가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의 지나친 대응방식이 호기심도 더 자극하지는 않을까? 이에 그치지 않고 어쩌면 경찰에 대한 시민의 공포와 두려움도 생기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서 최근 벌어졌던 경찰의 과잉대응, 특히 지나친 총기나 무력 사용이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급기야는 “경찰 예산을 중단하라”거나 “경찰을 폐지하라”고 외치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이런 경찰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는 ‘Capiophobia’라고 부른다.

이미 순찰 활동이 이뤄지는 곳에 장갑차와 중무장 특공경찰 등으로 경찰력을 증대시키면 사람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키울 수 있다. 경찰 활동은 그래서 모자라면 안 되지만 지나쳐도 문제가 된다. 장소와 시간에 맞는 적정 수준의 경찰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서양 음식서 가장 보편화된 양념에 대입해 ‘마요네즈 이론’이라고 한다. 국내 사고방식에 대입하면 ‘간장 이론’ ‘된장 이론’ ‘고추장 이론’쯤 될 것이다. 너무 적으면 싱거워서, 너무 많으면 짜고 매워서 음식 맛이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활동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순찰 활동이 모자라면, 부족하다면 그 또한 시민의 불안 요인이 되지만, 지나쳐도 이런 우려를 낳게 된다. 경찰 순찰 활동이 모자라도, 지나쳐도 그 결과는 경찰이라는 국가기관, 공권력에 대한 위신의 추락, 신뢰의 상실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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