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외로운 늑대가 더 무섭다

  • 이윤호 교수
2023.03.17 15:03:23 호수 1419호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는 게 일반적이지만, 간혹 홀로 살아가는 개체도 보고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외톨이 늑대는 단독 사냥이 어렵기 때문에 작은 동물이나 먹다 남은 썩은 고기를 먹는 청소부가 되곤 한다. 짝짓기 경쟁에서 탈락하는 등 무리를 벗어나면 생활이 매우 고달프기 때문에 무리에 속한 늑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약탈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외로운 늑대(lone wolf)’를 우리 사회에서는 범죄자의 유형을 표현할 목적으로 비유하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혼자 살고, 혼자 일하기를 선호하는 사람을 외로운 늑대라고 부르고 있다. 외로운 늑대는 다른 사람에게 따돌림당했다고 보다는, 자발적인 외톨이가 된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외로운 늑대에서 ‘외로운’이라는 뜻을 엄격하게 영어로 표현하자면 혼자라는 의미의 ‘lone’이 아니라 ‘lonely’가 돼야 한다. 아마도 상태보다는 처지나 행동이 더 강조돼 혼자, 홀로라는 처지에서 혼자, 홀로 행동한다는 것을 더 의미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에서는 ‘lone wolf’를 ‘lone acto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외로운 늑대가 우리 귀에 들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10년대 급진주의적이고 극단주의적 사상을 대부분이 독학으로 학습한 단독 테러범들의 테러가 발생하면서부터일 것이다. 단독 테러범을 서구의 학계에서 ‘Lone wolf’라고 명명한 것을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외로운 늑대는 과거 전통적 테러리스트와 성향 자체가 다소 다르다. 전통적 테러는 조직과 집단성이 부각된 반면, 외로운 늑대는 가상공간과 기술을 통해 혼자서 극단적 사고를 학습하곤 한다. 테러집단으로부터 지시나 영향도 받지 않으면서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외로운 늑대가 되는 것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사람이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불만과 증오를 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흔히 이런 극단적 좌절과 박탈감이 안으로 향하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 쉽고, 반대로 밖으로 향하면 각종 증오범죄의 원인이 된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으로 현재 서구사회서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다중살상 범죄가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다중살인을 한 조승희, 노르웨이의 연쇄·연속 살인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Anders Behring Breivik),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건물 폭탄 테러범 티모시 맥베이(Timothy McVeigh), 워싱턴의 스나이퍼로 불린 존 앨런 무하마드(John Allen Muhammad)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외로운 늑대의 범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행위는 딱히 규정짓기 힘들다. 이념적 동기를 형상화하기도 어렵다. 다니던 학교나 직장에 대한 개인적 불만과 복수욕을 앞세워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기 위한 의도에서 이념적으로 무장하거나, 정치적 혹은 종교적인 동기에서 일 수도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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