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지난 10개월 경제지표는 성장과 물가 부분에서 매우 부진한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한국은행은 1.7% 성장을 예상했고, 세계은행(WB)도 1.7%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경제성장률(2.9%)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인데다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구조 탓에 경제성장률이 낮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역대 정부 평균 경제성장률도 노태우정부 8.7%, 김영삼정부 7.6%, 김대중정부 6.0%, 노무현정부 4.8%, 이명박정부 3.2%, 박근혜정부 3.1%, 문재인정부 2.3%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였다.
이 같은 저성장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 역대 모든 정부가 임기 내 특단의 경제정책을 강구했지만, 저성장의 흐름을 깨진 못했다. 윤정부도 경제성장을 위해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청하며 범부처 차원의 ‘수출촉진’ 전략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문정부 평균 경제성장률 2.3%를 쉽게 넘진 못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점점 떨어졌어도 마이너스 성장 없이 지속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국가가 점점 부강해졌다는 의미다. 그러면 국민이 실제 느끼는 경제 체감온도는 어땠을까?
경제 체감온도를 나타내는 경제지표에는 경제고통지수가 있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수치다. 즉 경제고통지수가 높다는 것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높아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며, 경제고통지수가 낮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경제고통지수 역시 지속적인 플러스 경제성장에 따라 특별한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점점 낮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역대 정부 평균 경제고통지수도 노태우정부 9.8, 김영삼정부 7.8, 김대중정부(외환위기) 8.2, 노무현정부 6.4, 이명박정부(금융위기) 6.6, 박근혜정부 4.6, 문재인정부(코로나19) 5.2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였다. 이 추세라면 윤석열정부 평균 경제고통지수도 5.0 아래로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윤정부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세계 공급망 시장 불안, 고금리 등으로 인해 생산자물가지수에 이어 소비자물가지수도 매월 급등하고, 실업률도 높아지면서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통계청은 올해 1월 경제고통지수가 8.8(물가상승률 5.2%, 실업률 3.6%)로, 1999년 6월 산출 기준 변경 이후 1월 통계로는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월간 경제고통지수 역대 최고도 지난해 7월(9.2)이었으며 지난해 6월에도 9.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월 경제고통지수가 높은 가장 큰 요인은 물가상승률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6.3%로 최고치를 찍은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내림세를 보였지만, 올해 공공요금 인상(도시가스 36.2%, 지역 난방비 34.0%, 전기요금 29.5%, 상수도료 4.0%) 등의 영향으로 다시 5.2%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소폭 낮춰 잡으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5.1%)를 제외하면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3.5%로 예상했고, 실업률도 지난해(2.9%)보다 높은 3.4%로 예상했다.
이는 윤정부 올해 평균 경제고통지수가 6.9로 15년 전으로 다시 역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날 윤정부는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올해 마이너스(-4.5%)로 전망되는 수출을 플러스(0.2%)로 올리고,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기업의 폭리를 근절하는 ‘수출촉진·물가안정’ 양동 전략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서 세계 경제와 궤를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수출촉진’ 전략이 쉽지 않고, 게다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노동개혁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노사법치를 확립해 미래 노동시장의 기초를 만들겠다는 윤정부의 강한 의지 때문에 당분간 ‘물가안정’ 전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수출전략회의서 ‘물가안정’ 전략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고통지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경제고통지수가 계속 고공행진을 해 우리 국민이 버티지 못하는 한계에 달한다면 사회적 저항에 부딪칠 뿐만 아니라 도미노현상으로 국가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 전략만큼은 강하게 밀어붙여서라도 경제고통지수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 국민은 저성장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보다 고물가로 인해 느끼는 고통에 더 민감하다. 당장 내년 4월이면 중간평가를 받는 총선도 있다. 윤정부가 경제성장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게 경제고통을 덜어주는 정부가 돼야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특단의 ‘물가안정’ 전략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 지면을 통해 매월 발표되는 생산자물가지수, 소비자물가지수, 실업률은 자주 접한다. 그러나 경제고통지수는 쉽게 접하지 못한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만 따로따로 발표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경제고통지수를 더 비중 있게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 실업률을 뺀 물가상승률만을 경제고통지수로 착각해선 안 된다. 역대 정부 경제지표 추세로 봐서 윤정부 평균 경제고통지수가 최소한 4.5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