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문]
지난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여성이 무고죄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최근 무고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더욱 이목을 끌었는데요.
2020년 7월경 40대 여성 김씨는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남성 정씨에게 성폭행당했다”며 정씨를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 조사를 받던 정씨가 만남 당시 녹취한 음성 파일과 채팅앱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습니다.
결국 김씨는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조사 결과 김씨는 무고로 수십 차례 고소 전력이 있었으며 2020년 10월경에는 무고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유사 범행을 저지르고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김씨가 상습적으로 무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처벌조차 이뤄지지 않는 무고의 특성 때문인데요.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도 무고에 대해서 끝까지 부인했다고 전해집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무고죄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한 사건 건수는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만 1만여 건에 달했지만, 재판으로 간 무고죄는 330건에 불과했습니다.
100건 중 3건도 안 되는 3% 이하 비율인 것입니다.
법조계에선 무고 행위가 재판으로 가지 않는 것을 두고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의 김대현 대표는 무고죄 성립을 두고 “오해를 하거나 단순 착각 때문에 고소하는 경우는 무고죄 성립이 안 된다”며 “현재 대한민국 형법에는 성인지감수성이 개입돼있어서 공간적, 시간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만 있다고 하면 증거로 채택하기 때문에 억울한 사례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대체로 무고는 성범죄와 관련이 많은데, 성범죄는 쌍방의 진술 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고 증거가 부족한 경우 성폭행과 무고 모두 무혐의로 종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무고로 상대방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를 증명해야만 처벌이 가능해서 재판까지 가는 무고 행위는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그러나 행위의 유무를 따지는 데 있어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 아닌, 무고에 당한 자가 “없다”를 증명해야 하는 게 현 주소입니다.
증명하지 못할 경우 억울한 옥살이와 함께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찍히게 되며, 자신의 무혐의를 증명한다 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직장생활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렇게 질이 나쁜 범죄인 무고죄는 상대방의 성별 역시 가리지 않습니다.
40대 육군 남성 장교의 경우 자신의 차 안에서 부하 여군을 추행하고도 하지 않았다면서 부하 여군을 무고했습니다.
그러나 받은 처벌은 고작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전문가들은 성범죄 무고에 대한 판결 기조가 바뀌어야만 무고 행위가 근절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성범죄 피해자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만약 살인 누명을 씌우려던 자가 무고를 저지를 때 살인에 해당하는 벌을 받거나 성범죄 누명을 씌우려던 자에게 같은 성범죄에 해당하는 벌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고죄를 둘러싼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의 무게가 사라지고 억울한 피해자가 증가해 ‘정의 없는 사회’를 만들게 될 거라고 단언해 봅니다.
총괄: 배승환
기획&구성&편집: 김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