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식 앞둔 LS그룹 청사진

2021.11.04 10:48:04 호수 1347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의 그룹 총수 등극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가 오랜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적절한 시기에 순풍마저 감지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물음표는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수차례에 걸친 경영상 패착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LS그룹은 2003년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태평두(구태회·구평회·구두회)’ 삼형제가 LG전선·LG산전 등을 계열분리해 설립한 기업집단이다. 삼형제의 집안은 LS그룹 지주사(㈜LS) 지분 33.42%를 4:4:2 비율로 나눠갖고, 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사촌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예고된
수순

LS그룹 초대 회장은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맡았다. 구자홍 회장은 임기 9년째였던 2012년 말 그룹 회장직을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게 물려줬다.

기존의 그룹 총수 이양 방식을 감안하면 구자열 회장은 선임 9년째를 꽉 채운 올해 말경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측에 그룹 회장직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올해 초 결정된 구자열 회장의 한국무역협회장 선임 역시 그룹 회장 이양을 염두에 둔 행보쯤으로 해석한 바 있다.


구자열 회장에 이은 LS그룹의 차기 회장은 고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구자열 회장의 사촌 동생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LS그룹은 늦어도 오는 12월까지 구자은 회장의 그룹 회장 선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생인 구자은 회장은 미국 베네딕트 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1990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했고, LG전자 미주법인, LG전자 상하이지사, LS전선 전무, LS니꼬동제련 사장을 거쳐 2015년 LS엠트론 부회장에 올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LS엠트론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고, 2019년 LS엠트론 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LS에서 미래혁신단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청사진 그리는 작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실상 차기 총수로 내정된 구자은 회장은 지주사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등 지배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 22일 기준 구자은 회장의 ㈜LS 지분율은 3.63%로, LS그룹 특수관계자 중 지분율이 가장 높다.

초읽기 접어든 총수 등극…준비 작업 ‘척척’
성공은 찔끔…겨우 한 번 입증한 경영 능력

총수 등극을 앞둔 시점에서 LS엠트론이 확실한 실적 반등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구자은 회장에게 희소식이다. LS엠트론의 실적 악화를 구자은 회장의 경영 능력과 연결 짓는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LS엠트론은 LS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2016년 1000억원을 넘겼던 LS엠트론의 영업이익은 2017년 175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더니, 이듬해에는 177억원 영업손실로 전환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805억원, 77억원의 적자를 냈다.

LS엠트론의 수익성 악화는 이익률이 높은 사업이 매각과 잔존 사업 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동반된 탓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LS엠트론의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면서 구자은 회장을 괴롭히던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는 다소 희석된 상태다.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LS엠트론이 올해 매출액 969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LS엠트론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액 5262억원, 영업이익 208억원을 달성한 상태다. 


LS엠트론의 실적 상승세는 북미시장 내 소형 트렉터의 판매 호조 덕분이다. 구자은 회장은 최근 수년간 주력인 트랙터와 사출사업을 중심으로 비주력 계열을 꾸준히 정리하는 등 사업 재편을 진행해왔다.

향후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LS엠트론는 ‘하비 파머(Hobby Farmer)’의 가정용 소형 트랙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북미에서만 이미 1만대 이상의 수주 잔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미 적기 납품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장 가동률을 최대로 운영한다는 방침이 세워졌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구자은 회장은 경영능력 부재라는 세간의 인식을 일정 부분 희석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구자은 회장에 대한 물음표를 거두지 않고 있다. 확연히 드러난 경영 실패 사례를 섣불리 잊기 힘든 까닭이다.

LS엠트론은 수년 전부터 ‘선택과 집중’을 위해 전자·자동차 부품 사업을 정리해왔다. 2017년 LS오토모티브 지분과 동박·박막사업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 2018년 전자부품 사업과 UC사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여전히
물음표

이 가운데 동박·박막사업을 매각한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 매각 사례로 분류된다. 당시 LS엠트론은 동박·박막사업부와 LS오토모티브를 묶어 패키지딜로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동박·박막사업부와 LS오토모티브의 몸값은 각각 3000억원, 7500억원이었고,  이후 KKR은 SKC에 동박사업을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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