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운전 ‘블랙아이스’ 주의보

2020.01.06 11:13:53 호수 1252호

도로 위 ‘죽음의 지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매년 겨울 차량이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블랙아이스’는 공포의 대상이다. 최근 블랙아이스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전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 블랙아이스 사고 현장 ⓒ경북소방본부


지난달 14일, 경북 상주-영천 고속도로서 발생한 대형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약 40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원인이 블랙아이스로 밝혀지면서 블랙아이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블랙아이스는 눈이나 비가 도로 위에서 먼지나 기름 등과 섞이면서 생성된 얇은 얼음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가다리, 터널 진출입 구간에 심하게 나타나며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대비책은?

경찰청서 발표한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로 서리·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건수(3843건)가 적설로 인한 교통사고(2189건)보다 1.76배 많다. 특히 서리·결빙(105명)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적설(37명) 시보다 2.84배 정도 높아 치사율이 높았다.

배달 라이더들도 겨울철 배달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추위가 아닌 블랙아이스를 1위로 꼽았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13일까지 배달 라이더로 활동 중인 147명을 대상으로 ‘겨울철 배달’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이 ‘겨울철 블랙아이스가 두렵다’고 답했다.

지난달 19일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AS)을 통해 최근 4년간 결빙사고 다발  지점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곳은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무안~광주 고속도로 오정교로 집계됐다.


다발 지점은 전국적으로 모두 117곳에 이른다. 다발지 선정은 반경 200m 안에서 같은 원인의 사고가 3건 이상 발생했던 곳을 말한다. 오정교에선 모두 8건의 결빙사고가 났는데 사망자는 없었지만 중상 6명, 경상 1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사고는 상행인 나주 나들목 분기점 방면에 집중됐다. 

오정교 다음의 결빙사고 다발 지점은 ‘교량’으로 밝혀졌다. 나주시 금천면 나주대교로 같은 기간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경상 15명이었다. 나주대교는 영산강 위를 지난다. 또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자유로 이산포 분기점 부근과 광주광역시 광산구 비아동 비아육교 부근도 다발 지점으로 꼽혔다. 같은 기간 두 지점서 각각 6건의 동일한 사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산포 분기점의 경우 또 다른 200m 밖의 구간서 3건의 결빙사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블랙아이스 다발 지점서 4년간 모두 9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대전광역시 동구 신흥동 제1치수교 사거리 부근,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오정교차로 부근,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W주유소 부근,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2리 마을회관 부근 등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보이지 않는 서리·결빙사고 증가
고가다리, 터널 진출입 구간 위험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습적 발생지역 도로에 열선을 설치하고, 염화칼슘 살포 기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CCTV 등으로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 운전자들이 스스로 꼭 갖춰야 하는 예방적 조건도 중요하다. 도로 관리 주체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해도 갑자기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대처가 다소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이 미끄러짐 구간에 진입했거나 이미 미끄러지고 있다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서 발을 떼고 차체 뒷부분이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거나 유지하면서 차량 회전을 막는 것이 좋다. 상황에 따라서는 풋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 떼었다 반복하는 펌핑 브레이크를 통해 타이어의 마찰력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운전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위험을 피하려고 본능적으로 핸들을 크게 돌리거나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오히려 차량 회전과 차선 이탈을 야기하고 최악의 경우 타이어와 핸들마저 잠기게 하므로 차량 제어력마저 잃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살얼음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당황하지 않고 차량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서 실시한 도로 상황 재현 주행안전성 실험(2015년)에 따르면, 차량이 시속 80㎞로 눈길이나 빙판길 곡선 구간에 진입할 경우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면서 차량제어가 거의 불가능했다. 

반면, 동일한 구간을 40㎞ 이하로 진입하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적절한 핸들 조작만으로도 차량 제어가 가능했다. 이 실험을 통해 빙판길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교통사고 대비책은 감속 운전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한국도로공사는 겨울철 교통사고 및 폭설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음 달 말까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도로공사는 본사 재난종합상황실에 간부직원이 24시간 상시 근무하고, 지역본부·지사 등 산하기관도 휴일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감속 뿐?

일선 현장에선 노선순찰 및 CCTV 모니터링을 강화해 눈비가 오거나 노면온도가 낮을 시 제설제를 미리 살포해 블랙아이스 사고를 예방하고, 해당 정보를 교통정보 전광판을 통해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블랙아이스’ 사고에도 멀쩡?

블랙아이스 사고로 인해 차량이 전복됐지만 멀쩡한 이상욱 충북도의원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26일, 지인과 함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의 한 마을로 향하다 빙판길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5m 아래 논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지인이 운전하던 차량에 동승한 이 의원은 예고되지 않은 사고로 순식간에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안전벨트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내부를 가득 채운 터진 에어백에 도무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한다. 문도 열리지 않는 긴급한 현장서 가까스로 뒷문 유리창을 들어 올려 힘겹게 탈출한 그는 신기할 정도로 멀쩡했다.

이 의원은 “차 밖으로 나와서 지인과 서로 이리저리 몸을 살펴보다가 다친 곳이 한 군데도 없어 마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며 “구조대원들도 ‘그만하기를 천운’이라고 할 정도로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탑승했던 차량은 폐차 수준까지 부서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전문가들은 안전벨트 착용이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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