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자유한국당 보좌진의 고민

2019.04.22 10:26:24 호수 1215호

먹고살려면…갈아타야 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 국회 보좌진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의구심과 21대 총선서 자유한국당, 더 나아가 모시고 있는 의원이 생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2·27전당대회, 4·3재보궐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를 전후로 복수의 보좌진을 만나 그들의 최근 고민들을 심층 취재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국회 의원실 보좌진들은 짝수 달에 일복이 터진다. 대정부질문과 상임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4년마다 열리는 총선과 겹치면 지옥이 따로 없다. 특히 총선 직전 해의 4월은 고생길의 초입이다. 그렇게 국정감사가 있는 9월까지 내달리면 보좌진들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온다. “이 일을 그만둘 때가 됐나봐.” 최근 보좌진들을 통해 이 같은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황을 믿어?

과부하가 걸린 보좌진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을 그만뒀거나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보좌진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 보좌진은 본 직업인 변호사로 돌아갔다고 한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당장 어디 갈 곳이 없지만, 사표를 생각하는 보좌진이 다수다. 국회서 노무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는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힘들지만 당장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다. 가정이 있는 보좌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직은 현실이기 때문에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결국 국회에 남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온다. ‘과연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고 나서도 내가 국회에 남을 수 있을까.’

이 같은 고민은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보좌진들과의 대화서 더욱 자주 들을 수 있다. 혹여나 당 지도부 인사가 보편적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말이라도 하는 날이면, 21대 총선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지난달 12일이 바로 한국당 보좌진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됐던 날이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했다. 외신 기사를 인용한 발언이었지만 당내서도 파장은 컸다.

“모두가 놀랐다. 우리 의원실 사람 중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와~ 저건 너무했다’라고 하더라.”

한국당 보좌진 중 한 명이 당시 자신이 일하고 있는 의원실 내부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반면 해당 보좌진이 모시는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잘 말했다”고 평가했다고 했다. 국회를 직장으로 삼고 있는 보좌진과 정치인의 생각에 괴리가 있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게 만들었지만,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다수의 중도층에게는 반감을 사기 충분한 말이었다. “총선서 승리하려면 집토끼만 챙겨서 되겠나.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서 나 원내대표의 그때 발언은 마이너스였다.”

결국 한국당 보좌진들이 바라보는 지점은 21대 총선의 승리다.

복수의 한국당 보좌진이 황교안 대표 체제에 불안함을 내비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황색 물결(황 대표의 성을 따와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 대세다. 그런데 잘할 수 있을까?” 2·27전당대회를 전후로 복수의 한국당 보좌진으로부터 이 같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지도부 향한 의구심 ‘어쩌나∼’
의원들 입방정 때마다 ‘철렁∼’

한국당 보좌진들은 황 대표가 보수의 구세주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 정치를 곁에서 지켜봐온 보좌진들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박(비 박근혜)계뿐 아니라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실 보좌진들도 더러 이 같은 의견을 밝히곤 한다.

황 대표가 정치 신인이기 때문이다. 보좌진들이 보는 현실 정치의 벽은 외부서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높다.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에게 실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랜 세월 정치판서 구르며 세상 ‘볼 꼴, 못 볼 꼴’ 다 보며 내공을 쌓은 나 원내대표가 다가올 총선을 사실상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황 대표가 중도 낙마하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당 대표 자리가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같은 맥락이다.


“황 대표가 총선까지 쭉 갈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벌써부터 친황(친 황교안)계라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 공천 챙겨주고 전당대회 때 도와준 사람들 공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다가는 바로 역풍 맞는다. 총선 전에 오 전 시장에게 기회가 열릴 것이다.”

보좌진들이 말하는 현실 정치의 어려움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했다. 총선을 1년여 남겨두고 청신호가 켜진 셈이지만 보좌진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한 보좌진은 “탄핵 정국 이후 어디 가서 한국당이라고 말을 못했다. 욕먹을까 두려워서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한국당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이 있어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에 내려가면 어디서 지지율이 올랐는지 딱 감이 온다. 발길을 끊었다가 최근 다시 의원님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결국 샤이보수가 다시 한국당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 보좌진도 있었다. 종합하면 한국당의 지지율 회복은 기존 지지층의 귀환 덕분이다. 

언론과 보좌진들은 ‘TK(대구·경북)자민련’을 우려한다. 보좌진들이 ‘TK자민련’을 걱정하는 이유는 하나다. TK 지역 의원을 제외하고 생존 확률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을 제외한 서울과 충청 지역 한국당 의원실 보좌진들의 걱정이 깊다. 만약 의원이 낙선하기라도 하면 곧바로 실직자 신세다.

이미 지난 20대 총선서 한국당 보좌진들은 인력 대란을 겪은 바 있다. 

의원님은…

낙선한 의원은 많은 반면, 새로 유입된 의원은 적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알음알음 추천을 통해 다른 의원실에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힘들다고 한다. 경쟁자가 워낙 많은 탓이다. 최근 의원실을 나온 한 보좌진은 “고민을 많이 했다. ‘밖은 추우니 버티자’고 생각했지만, 하루빨리 다른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직 국회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털어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바람 부는 국회

국회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국회의원이 자기 의원실 사람을 총선용으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언론 쪽이나 동영상 제작, SNS 홍보 전문가 등을 영입하면서 기존의 보좌진을 내치는 식이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보좌진은 “밑의 사람을 교체하면 의원실이 갑자기 확 바뀔 줄 아는데, 그건 국회의원의 착각”이라며 “지시를 내리는 의원이 그대로인데 수족이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나”고 일침을 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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