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연말연초 인사 관전포인트

2008.12.09 09:45:58 호수 0호

‘물갈이 쓰나미’ 핵심포스트 ‘희비쌍곡선’


불황 장기화 전망에 따라 주요 그룹 연말 인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사의 공통분모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다. 각 그룹은 정기 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폭이냐 소폭이냐’를 놓고 고민 중이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대적 물갈이 기류가 감지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안정 차원에서 자리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기업도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 비책을 슬쩍 끼워 넣으려는 시도도 포착된다. 일부의 경우 ‘때는 이때’라며 아예 대놓고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인사 카드를 내밀거나 만지작거리고 있다.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돌입했다. 재계는 찬바람이 불면 잔인한 시기로 인식된다. 한해 농사의 평가가 인사에 전면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인사태풍은 불황 장기화 전망과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몰아칠 것으로 예상돼 대기업 임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그룹들의 인사 특징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성과와 실적을 기준으로 가차 없는 신상필벌식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매년 반복되던 정몽구 회장의 ‘깜짝 인사’, ‘돌발 인사’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무려 10여 건에 이르는 들쭉날쭉한 사장급 부정기 인사로 그룹 실세들의 서열지도가 새롭게 짜였다.

보기 힘든 ‘신상필벌’
소폭 이동 전망 우세

특히 지난 10월부터 이어진 정 회장 좌장들의 물갈이는 가히 메가톤 급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정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김동진·김용문 부회장을 각각 현대모비스와 다이모스로 전보시켰다. 이어 그룹의 원로격인 박정인 HMC투자증권 회장도 취임 6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윤여철·최재국 사장이 이들의 빈자리를 채웠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달 윤 사장을 그룹전략기획·법무·홍보·인재개발 담당 부회장으로, 최재국 사장을 국내·해외영업 총괄 및 기획실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에 따라 윤 부회장과 최 부회장을 비롯해 이정대(경영·재경담당), 설영흥(중국담당), 서병기(생산·품질담당) 등 5명의 부회장 체제 그대로 운영하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판매 상황이 좋지 않아 국내외 판매활동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말했지만, 업계에선 ‘황태자’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염두에 둔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상당한 규모의 후속 인사가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반면 대물급의 자리 이동이 이뤄진 만큼 다가오는 정기인사에서 그룹 내 수뇌부들의 위치 변동이 더 이상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그룹 내 최고경영진에 대한 후속인사 계획이 당분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포스코와의 공조 파기로 망신살이 뻗쳤던 GS그룹도 곧 몰아닥칠 ‘인사태풍’으로 초긴장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와 1000만명이 넘는 피해자가 생긴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대내외 악재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뒤따르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업계 안팎에선 주요 임원을 포함한 핵심 인력의 이동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GS그룹은 “사업 무산과 정보사고 등에 대한 질책성 인사는 없을 것으로 안다. 정기인사 폭은 예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재계 분위기는 ‘안정 속 변화’모드가 대세다. 전반적으로 큰 폭의 인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로 올해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았다면 승진을,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 문책을 받는 게 일반적인 인사였지만, 이번 인사태풍은 경기 불황과 맞물리면서 그동안의 방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미 인사를 끝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안정과 내실에 무게를 두고 소폭 인사를 단행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달 말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부사장, 김병추 금호타이어 부사장, 김창규 금호개발상사 부사장, 한이수 금호건설 부사장 등 4개 계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나머지 기존 임원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다만 강주안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상근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룹 측은 “올해 3·4분기까지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올린 데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정과 내실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대부분의 사장단이 유임됐다”고 설명했다.

대대적 경영진 교체 없다
대규모 임원 경질도 없다

신세계그룹도 백화점 부문 박영철 부사장을 신세계건설 대표로 내정하는 등 정기 임원인사를 최근 단행했지만 별다른 자리 이동은 없었다. 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인사에서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시켜 조직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재도약 기회로 삼기 위해 신사업 역량 및 경영관리 능력을 갖춘 우수인재를 중용했다”고 전했다.

LG그룹 역시 물갈이 폭을 최대한 줄일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악의 불경기 속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탓이다.
LG그룹에 따르면 그룹 전체의 올 1∼3분기(1∼9월)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은 80조원 이상, 영업이익은 5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기록이다. 그룹 안팎에선 올해 말까지 매출 100조원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뛰어난 경영 성적은 이번 정기인사에 그대로 반영돼 기존 임원들의 입지는 물론 어느 해보다 ‘승진 잔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SK그룹도 현재까지 큰 폭의 인사 움직임이 없다. SK그룹은 정기인사 화두를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을 변화와 시도보다 안정과 내실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더구나 SK그룹은 올초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력계열사에 ‘회사 내 회사’로 불리는 사내독립기업제(CIC)를 새로 도입하면서 사업부문별 신임 사장들을 선임했다. 주요 계열사 사장단들의 임기가 아직 1∼2년씩 남아 있다는 얘기다. ‘임기 중 인사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SK그룹의 대대적인 경영진 교체가 희박한 대목이다.


반면 이번 인사에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기업도 있다. 바로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개성 관광 중단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 7월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측 초병에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최근 개성 관광마저 문을 닫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현대그룹 전체 매출 구조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그룹 내 핵심 사업. 현대그룹은 금강산·개성 관광 매출 손실을 메우기 위해 국내 건설 수주와 북방지역 에너지자원 개발사업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직원들의 전환 배치, 재택근무 등 사실상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올해 주요 경영진 인사가 끝났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북사업까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올 연말 임원 인사폭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직 인사 대상과 규모 등이 안개 속인 기업도 수두룩하다.

삼성그룹은 매년 이건희 전 회장의 생일인 1월9일 전후 정기인사를 실시해 왔지만 올해는 ‘김용철 폭로’에서 불거진 특검 정국으로 지난 5월 소폭 인사만 단행한 채 정상적인 인사를 건너뛰었다. 삼성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일부 사장단 교체와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이 전 회장과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의 퇴진과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첫 인사인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이 전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삼성 재판’결과가 인사 시기와 폭의 변수로 꼽힌다.

사정은 범삼성가인 CJ그룹도 비슷하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연말 인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경찰은 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로 상속재산 등 수백억원의 개인재산을 관리해 온 이 회장의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양도세를 내지 않은 혐의와 주식보유 변동사항을 공시하지 않은 증권거래법상 의무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세대 교체’에 초점
‘젊은 피’ 대거 기용하나


롯데그룹은 매년 2월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고 있어 아직 인사폭을 가늠하기가 무리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신동빈 체제’에 초점이 맞춰진 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했었다. ‘신동빈호’를 뒷받침할 인물들을 전진 배치한 것. 당시 롯데그룹은 40대 후반의 ‘젊은 피’들을 대거 기용해 이번 인사에서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매년 1월 정기인사를 실시해왔던 한화그룹의 인사도 불확실하다. 장기간 연기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 탓이다.

지난 10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은 지난달 산업은행과 인수 양해각서를 릴레이 협상 끝에 극적으로 체결했으나,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저지로 현장실사에서 막힌 상태다.

노조 측은 △100% 고용승계 △종업원 보상 △5년간 회사 주요 자산 처분 금지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 방안 제시 등 4개 요구안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서울 본사와 옥포조선소 실사를 막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대대적인 ‘승진잔치’가 예상되는 한화그룹의 인사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무리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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