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확보 공사 예산낭비 도마위 오른 농촌공사

2008.12.09 09:40:08 호수 0호


공사, 70억 국비 사업비 책정하고 울산시는 승인하고
보상 완료 시기 넘겼는데 또 최종 사업승인 받았다?

한국농촌공사가 예산낭비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 2004년 울산지사가 택지개발 사업지역으로 발표한 곳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70억원의 국비 예산을 책정해 사업을 진행하면서 갖가지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된 감사원과 청와대 신문고에 투고가 이어지면서 예산낭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촌공사는 5년간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됐던 송정저수지를 수문공사 목적으로 물을 다 빼면서 천연기념물인 원앙새와 새매, 황조롱이 등 100여 마리의 새들이 보금자리를 잃게 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때문에 농촌공사가 조수보호구역 재지정을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행동으로 보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생태공원’ 도시를 자처하는 울산시의 명예에 금이 가면서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 이번 사건 전말을 따라가 봤다.



농촌공사가 예산낭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송정 202저수지 개발 사업 추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31억4000만원의 국비를 들여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는 것. 게다가 울산시의 행정관리 부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 김모씨와 울산시에 따르면 기존 송정 저수지는 송정, 화봉, 원지 일원 262ha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주먹구구식 사업진행
문제점 ‘모락모락’

농촌공사는 지난 2000년 초부터 기존 저수지 위에 추가로 약 47만 톤을 담수할 수 있는 저수지를 건설해 농업용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비 사업비 70여억원을 책정했다. 당시만 해도 원지, 송정, 화봉 일원의 농지에 농업용수가 부족했고 사실상 주민들 숙원 사업으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는 이유는 농촌공사 울산지사가 지난 2004년 11월 최종 사업승인을 받을 당시 울산시가 이미 2003년 12월에 약 600만㎡(18만평)을 화봉 제2택지개발 사업지구로 지정하고 보상 완료된 시기라는 점에 기인한다.


게다가 2004년 사업인가 승인 며칠 전에는 약 1420만㎡(43만평)의 송정동 일원 농지를 송정택지개발 예정지구 사업 시행자를 지정해 신문지상에 보도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택지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농업용수를 보급하겠다는 농촌공사의 사업계획을 꼼꼼한 확인절차 없이 울산시가 승인해 주기도 했다.

결국 농촌공사는 택지예정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70억원의 국비 사업비를 책정하고 울산시는 이를 승인해 준 셈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와 관련 “비록 기관이 다르다고는 하나 사전협의 없이 중구난방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목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그때 당시 택지지정 관련 정보가 전혀 없어 사업을 승인해 준 것이다”라고 해명하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4년이 지난 올해, 2004년 당시 70억원의 사업비가 31억원으로 축소돼 설계변경이 이뤄지면서 또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농촌공사는 당초 택지지정으로 지정된 94ha를 제외하고 타 지역을 편입시켜 본래의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2004년 당시 농업용수 예정공급지역이 택지개발지역으로 언론에 발표된 직후 울산시가 해당 사업을 신속히 승인해 주면서 불용사업비 환수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비사업 예산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이미 확보한 국비사업비가 자칫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양측의 의견이 서둘러 모아졌다는 것.

공사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중앙부서에서 관리변경승인이 5년마다 이뤄져야 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시는 2006년도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2007년 12월27일이 돼서야 변경승인이 되고 올해 들어서야 공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되면서 울산시가 농촌공사가 건축한 현장사무실 등을 철거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농촌공사에서 동시에 벌이고 있는 두 가지 공사에 지역 업체인 A업체가 공사를 도맡아 진행하면서 “전자입찰 특성상 절대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부정입찰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전자입찰로 한 만큼 투명하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결국 중구난방으로 시작된 사업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치고, 4년의 기간 동안 사업진행에 많은 고비를 넘기고 있다.

일례로 계획대로라면 2004년부터 착공,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렸던 사업진행은 착공시기가 늦춰지고 자칫 사업비 환수가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금은 70억원의 예산이 31억4000만으로 줄고 대폭적인 설계변경이 있은 후 2010년 준공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농촌공사는 택지지정으로 농업용수 공급지역에서 제외된 94ha 대신 타 지역 농지를 송정저수지 몽리구역에 편입시켜 올해부터 기존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 김모씨가 이번 사업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감사원과 신문고 등에 투고하면서 사업여건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김씨는 “제외된 택지개발 지역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창평동 원지마을도 도시주변지역으로 도시계획이 되어 있고 언젠가는 편입될 전망인데 그렇게 되면 기존 송정저수지 108만 톤 용수마저도 용도 폐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이미 확보된 국비라고 해서 쓰고 보자는 식의 사업 진행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책정된 사업비 70억
4년만에 31억으로 반토막

신문고 담당자는 이에 대해 “울산시와 농촌공사에 예산낭비 의혹 사실여부를 확인 중에 있고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함께 사업 진척도와 상관없이 공사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송정 저수지 지표수 보강사업’ 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업 공정률이 52%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낭비 진위여부에 따른 중앙부서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본지 기자가 찾아간 송정저수지는 지난 2003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5년간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올해 4월 이후 재지정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10월 농촌공사 울산지사는 송정지구 수리시설 개·보수사업을 위해 송정저수지 수문을 열고 물을 빼느라 한 달 넘도록 열어 논 수문 탓에 저수지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평소 100여 마리의 천연기념물 새들이 찾았던 이곳에서 이제 새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앞서 환경부가 야생조수보호구역의 법정 기간을 고시 연장하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조수보호구역 연장선상에 있었던 곳으로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농촌공사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울산시는 농촌공사에게 보호구역 재지정을 위해 협조공문을 보냈으나 농촌공사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사 관련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야생조수보호구역 재지정을 앞둔 행정공백시기에 송정저수지의 물을 빼버린 것은 송정저수지의 재지정을 방해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농촌공사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 2000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최하 점수인 D등급을 받아, 수문교체사업과 저수지 준설(저수지 퇴적물을 퍼내는 사업)사업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

“문제 있으면
공사 중지시키겠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저수지 공사 특성상 농한기와 우수기를 피하다 보니 공사 시기가 철새 도래지와 겹치게 돼 오해를 사게 됐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들은 울산시에도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물새 서식처 보존가치를 알리는 ‘람사회의’를 개최한 나라에서 야생동물보호구역이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고 해서 추가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찾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지정되어 있는 야생동물보호구역을 해제하기에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는 행정은 생태도시에 반하는 행정이기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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