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홍보팀 구설수 오른 사연

2008.12.09 09:39:06 호수 0호

앞장세운 노조나 앞장선 홍보팀장이나…

농협 홍보팀이 ‘노조 길잡이’를 자청해 구설수에 올랐다. 농협은 최근 ‘세종증권 게이트’와 ‘휴켐스 헐값 매각 의혹’등 잇단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안 그래도 어수선한 내외부 분위기를 최전방에서 추슬러야 할 농협 홍보팀장이 한가롭게 노조의 한 언론사 항의 방문에 동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이 동행한 이유도 어이없다. 노조원들이 길을 몰라 홍보팀장이 안내 차원에서 앞장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농협 노조원, 경제지 P사 예고 없이 항의 방문
“가는 길 몰라서” 홍보팀장 무의미한 동행 빈축


지난달 27일 경제지 P사 본사. 농협 노조원 10여명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P사가 보도한 농협 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와 관련 항의 방문 차원에서 쳐들어온 것이다.
P사는 앞서 ‘농협 노조가 최근 한창 논란인 휴켐스 헐값 매각 등 각종 내부 비리를 상여금 명목의 성과급을 받는 조건으로 묵인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위치 안내 때문에…”



농협 노조는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이도 모자라 항의차 P사 본사까지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P사가 노조 측 입장은 물론 제대로 확인도 없이 터무니없는 의혹만 내세워 기사를 작성했다”며 “이에 노조원들이 P사 본사를 방문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면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P사 측은 “농협 노조는 기사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했다면 담당 기자에게 1차적인 문제 제기를 한 뒤 항의 방문을 하려면 사전에 연락을 해 약속을 잡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안타깝게도 농협 노조원들은 업무가 한창인 편집국에 난입하듯 들어와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욕설과 위협감을 조성하는 등 성숙하지 못한 ‘밀어붙이기식’항의뿐이었다”고 노조의 일방적인 행동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눈에 띄는 점은 노조원들 사이에 낯익은 인사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로 농협 홍보팀장인 이모씨였다. 이씨는 이날 노조의 항의 방문에 동행, P사 관계자들과 노조 간 설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씨가 홍보팀장의 자격으로 한가롭게 ‘노조 길잡이’를 자청했다는 구설수에 오른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농협의 사정은 말이 아니다. 검찰은 최근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또 농협이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태광실업에 매각하면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정황도 캐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을 위해 온 머리를 다 써야지 농민들은 다 죽어 가는데 정치한다고 왔다 갔다 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질타할 정도로 농협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988년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역대 회장들이 모두 사법처리 되는 등 온갖 비리로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농협으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홍보맨’들도 갸우뚱

결국 회사가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수문장 격인 홍보팀장이 굳이 노조의 언론사 항의 방문에 꼭 동행해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홍보팀장이 노조 가이드(?) 역할을 하고 다닌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노조 측은 “홍보팀에 먼저 P사 항의 방문에 같이 갈 수 없냐는 제의를 했고 이씨가 수락했다”며 “다른 이유나 목적은 없고 단순히 P사로 가는 길을 몰라 위치 안내 차원에서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노조의 언론사 항의 방문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씨는 지난해 노조가 국내 유력일간지인 J사로 항의 방문한 자리에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을 막는 업무가 최우선인 홍보실 직원으로서 왜곡된 기사를 바로잡기 위해 언론사에 방문한 것이 무슨 문제냐”며 “노조도 회사의 일원인 만큼 부당한 기사에 대응한다면 회사도 힘을 보태는 게 당연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동종업계의 ‘홍보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H그룹 홍보담당자는 “경기 침체에 검찰발 사정 칼바람까지 겹친 상황에서 자칫 역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전 사원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홍보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기업 기사가 아닌 노조 관련 기사로, 그것도 홍보팀 차원이 아닌 노조원들과 함께 언론사에 항의 방문한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문부호를 달았다.

D사 홍보 임원도 “수많은 언론사들을 상대하다 보니 잘못된 오보로 해당 언론사에 항의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노조나 일반 임직원들과 같이 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더구나 길 안내 때문에 홍보실 팀장이 직접 움직일 만큼 농협이 한가롭지 않을 텐데”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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