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남자들, 여자 몰라요. 여자들도 남자 몰라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도 다른 남녀라지만 누가 더 속물이냐를 따지고 들면 서로 지지 않는다. 결혼한 남자들은 말한다. “잡아놓은 물고기에 미끼 주는 법 없다”고. 결혼을 앞둔 여자들은 말한다. “연애는 연애! 결혼은 결혼!”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마음 깊숙한 곳에 지독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 특히 늘 대립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이 이중성이 시시때때로 튀어나와 서로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남녀들은 상대방의 어떤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까.
남-그냥 좋다더니 학벌 따지는 여친
여-결혼 후 확 달라진 얄미운 남편
“난 오빠처럼 잘해주는 남자면 충분해”라는 여자친구의 말을 철썩 같이 믿다가, 나중에야 그녀가 사실은 학벌·능력·외모·성격 등을 모두 따진다는 사실을 알고 뭔지 모를 배신감 느낀 적이 있는가? 너무 실망하지 마라. 그런 남자들은 대한민국에 널렸다.
지난 8일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온라인미팅사이트 안티싱글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남녀의 이중성, 이럴 때 배신감 느낀다’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의 남성이 ‘자신한테 잘해주는 남자면 충분하다고 해놓고 뒤에서 학벌·능력·외모·성격 다 따질 때 여성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여자는 ‘결혼 후 변하는 남자들의 모습에 이중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내 여자의 이중성
조사결과 남성 응답자의 42%는 ▲나한테 잘해주는 남자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뒤에선 학벌·능력·외모·성격 다 따질 때 배신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이어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결혼할 때 집장만은 당연히 남자 몫일 때(32%) ▲여자 앞에서는 터프녀, 남자 앞에서는 얌전녀로 변할 때(19%) ▲모르겠다(7%) 순으로 응답했다.
5살 연하의 여자친구가 있는 직장인 김모(31ㆍ남)씨는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순수하게 날 따르고 좋아해 주던 여자친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남자친구와 내 능력을 비교한다거나, 외모를 비교하는 것에 맘이 상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런 부분은 좀 더 강한 이성에게 끌리는 여자들의 본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의 세계는 힘이 강자지만 인간사회는 능력(돈, 학벌)이 강자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결혼할 때 집장만은 당연히 남자 몫일 때’라고 답한 직장인 장모(30ㆍ남)씨는 “대게 여자들 생각은 친구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여자친구의 친구들 중 하나가 시집을 가는데 남자가 아파트 준비하고 시댁에서 차사주고 하면 본인의 기준도 그렇게 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억 단위의 아파트를 마련할 능력도 없었지만 무조건 집 문제를 남자에게로 떠넘기는 여자친구의 태도가 더 속상했다. 그러다보니 반대로 내가 능력이 되서 몇억짜리 아파트 준비하고 결혼 준비를 하면 정말 제대로 개념 있는 착한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여성 응답자들은 ▲결혼 전에는 매너남이지만 결혼 후에는 가부장적인 남자로 변할 때(47%) 가장 배신감을 느낀다고 꼽았다. 이어 ▲나는 단란주점 OK, 내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와 전화통화도 안된다고 할 때(38%) ▲여자 앞에서는 쿨한 척 계산하지만 뒤에서는 더치페이 안 한다고 욕할 때(11%) ▲모르겠다(4%)가 뒤를 이었다.
결혼 4년차인 주부 백모(33ㆍ여)씨는 “결혼 후 왜 이렇게 남편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며 “연애할 때나 신혼 초에는 남편이 먼저 펜션도 예약하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조금 피곤할 정도였는데 결혼 4년차인 지금은 뭘 하자고 해도 미루고 귀찮아하기만 한다”고 전했다.
내 남자의 이중성
직장인 김모(25ㆍ여)씨는 보수적인 남자친구 때문에 힘들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남자친구는 매사에 여자가 여자가~라는 식이다”라며 “ 밤늦게 들어가면 계속 들어갈 때까지 확인 전화를 하고 남자친구가 빨리 안 들어가서 제가 빨리 들어가라고 하면 ‘남자는 괜찮아’라는 식의 아주 고리타분한 말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 만나고 있는 이성의 이중성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남성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42%) ▲계속 만난다(20%) ▲헤어진다(19%) ▲모르겠다(19%) 순으로 답했으며 여성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50%) ▲헤어진다(21%) ▲계속 만난다(16%) ▲모르겠다(13%) 등으로 답해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결혼정보회사 가연의 원은미 커플매니저는 “남녀 모두 이성의 이중적인 태도에 거부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작 만남을 지속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 가지 단점만으로 그 사람의 전부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