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2011.09.17 13:45:00 호수 0호

자살,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연예인,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신변비관 자살까지. 잇따른 자살 소식은 자살이 만연된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자살카페, 집단 자살, 처지를 비관해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동반자살 하는 등의 일들도 자주 일어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는 게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할까도 싶지만, 자살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 방법인 것처럼 유행으로 퍼지는 것은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다. 보건복지부가 9월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매일 42명 자살…34분마다 1명씩 목숨 끊어
OECD 자살률 1위… 자살사망자 10년새 2배로


‘자살공화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카이스트 학생들과 교수, 여성 스포츠 캐스터, 발라드그룹 출신 가수 등 올 들어 기억나는 자살사건만 꼽아 봐도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이는 비단 연예인이나 기업가들처럼 유명세를 치르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초등학생까지 자살하는 마당이니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살기 팍팍해서’ ‘취업이 어려워서’ ‘입시 스트레스가 심해서’ 등은 하루에 몇 차례씩 나오는 자살관련 뉴스거리이고, 이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어 그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가파른 자살 증가 속도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 자살은 연령과 계층, 성별을 가리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서 무차별적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자살 바이러스 ‘전염’



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자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자살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2009년 하루 평균 42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자살률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34분마다 1명씩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30대는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 중 1위, 40-50대는 2위였다. 전체적인 수치로는 암과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네번째에 속했다. 20대는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이 절반 가까이(44.6%)를 차지했으며, 30대 34.1%, 10대 29.5%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쓰러져가고 있었다.

자살을 촉진하는 요인들로는 장기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한 생활고와 실직, 신용불량으로 인한 자살, 가정폭력과 갈등으로 인한 자살, 우울증으로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살, 청소년들의 진로문제와 성적저하로 인한 자살 등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성별 분포는 남성이 9,936명, 여성이 5,477명으로 남성이 2배 가까이 많았다. 이는 전해인 2008년보다도 크게 상승한 수치다. 2008년 자살자 수는 12,858명이며, 1일 평균 35.1명이었다. 자살자 수는 10년 전인 1999년 7,056명, 20년 전인 1989년에는 3,133명에 불과했다. 20년 전에 비해 5배, 10년 전에 비해 2배가 상승한 것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표준인구 10만명 당 한국의 자살률은 28.4명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헝가리가 19.6명, 일본이 19.4명으로 뒤를 이었다. OECD 평균은 11.2명으로, 한국이 2.5배 높았다.

지역별로는 2008년에 비해 충남 지역이 46.5%, 대전이 33.3%, 광주가 33.0% 상승했다.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제주(3.3%), 전북(13.0%)이었다. 서울은 15.1%(2,453명), 경기는 16.3%(3,019명)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살 시도자는 사망자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의학계에서는 자살시도자가 자살 사망자의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응급의료센터가 2008~2009년 2년간 조사한 임상자료에 따르면 자살시도자가 자살사망자의 약 11.25배를 기록했다. 자살 시도자가 재시도할 확률도 1주 이내 5~10%, 10년 내 37% 수준에 이를 만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해와 편견’ 사라져야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고자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률’이 지난 3월 제정돼,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개입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이 수립될 예정이다.

미국 자살방지협회 재단 등 전 세계 협회와 기관들도 자살에 대해 올바른 지식과 시스템이 있다면 “자살은 반드시 예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것은 자살을 예방하는 첫 단추는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일이며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한국자살예방협회 등과 함께 ‘2011년 한국인의 자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인 책임까지’를 주제로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졌고, 6일까지 이틀간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진수희 장관은 이날 “자살은 가족에게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줄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와 민간단체, 의료·종교계 등 사회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소중한 생명을 지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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