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 박창민 기자 = 신세계 야심작 SSG푸드마켓 목동점이 문을 닫았다. 보증금 100억원을 들여 10년간 임차 계약했지만 3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신세계가 임차했던 상가 건물주는 청학산업이다. 이 건물에 신세계 계열사 스타벅스도 입점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청학산업 회장은 육영수 여사의 육씨 종친회 회장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2015년 6월9일. 신세계백화점 프리미엄 식료품점인 SSG푸드마켓 목동점(이하 목동점)이 오픈했다. 청담점과 부산 마린시티점에 이어 세 번째 매장이었다. 당시 ‘서울 서부상권 진출’ ‘목동랜드마크’라는 야심찬 포부로 신세계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프레스투어까지 열며 목동점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3년 만에…
청학산업은?
2018년 1월31일. 목동점이 돌연 폐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점포를 과감히 정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그 첫 번째가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목동점이었다.
목동점이 입점한 위치는 고급 상권과 동떨어져 있어 이전부터 폐점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SSG푸드마켓은 수입품과 유기농 비중이 높은 만큼 고급 상권에 진출해왔다. 청담점의 경우 프리미엄 마켓 타깃층에 맞게 인근 고객 대부분 소득수준이 상위 5%에 속했다.
최고품질의 상품을 비싼 가격으로 책정해도 잘 팔렸다.
하지만 목동은 달랐다. 목동의 경우 부동산 시세는 비싸지만 아이들 학군 때문에 무리해서 이사 온 가정이 많아 고급 식자재를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고객층이 상당수였다고 한다. 이에 목동점은 청담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가 상품이 매장을 채웠다.
애초에 고급화를 지향하는 SSG푸드마켓 콘셉트과 목동 상권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유통가에선 신세계백화점이 목동점 사업성 검토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사업성 검토와 다르게 부진할 수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SSG푸드마켓 목동점을 둘러싼 수상한 의혹이 제기된다.
‘야심작’ 푸드마켓 목동점 폐점
건물주 알고 보니 박근혜 외가
목동점이 임차한 건물 주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 외가와 긴밀한 사이라는 것. 목동점이 임차한 상가의 임대인은 청학산업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청학산업 육만수 회장은 친박(친 박근혜)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육씨 종친회 회장이며, 박 전 대통령의 고액 후원자기도 했다.
청학산업은 1981년 설립된 회사로 건설, 서비스, 부동산, 임대, 분양 대행업 등을 하는 목동의 향토 건설사다. 목동서 30여년 동안 주택 개발 사업 등을 했다. 특히나 육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목동 일대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초대 양천구의회 의장을 지냈으며 현재 여의도연구소 정책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육 회장은 육 여사와 같은 옥천 육씨로 집안사람이다. 10년 동안 육씨 대종회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육씨 대종회 회장으로 매해 육 여사의 숭모제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육씨 종친회 대표 자격으로 추모사를 낭독하는 등 매해 단상에 올랐다.
과거 박 전 대통령과 박지만, 박근령씨가 유족 대표로 숭모제에 참석했다.
육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고액 후원자로도 이름이 올랐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18대 국회의원일 때 총 400만원을 후원했다. 2008년 1월15일과 2월21일 각각 200만원씩 나눠 냈다. 그해 육 회장은 경북 상주에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공천 신청을 했다.
분양되지 않아
어려움 겪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육 회장은 대선 캠프서 ‘일등 공신’이었다. 2007년에 박 전 대통령 대선 캠프서 직능총괄본부의 중앙위원회 지도위원을 지냈다. 2012년 대선 경선캠프 양천구 책임자 등을 맡았으며 그해 11월 건설교통전문가가 박 전 대통령 지지선언 당시 육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때문에 일각에선 신세계가 박 전 대통령 임기 시절 육 회장 건물에 SSG푸드마켓과 스타벅스를 입점해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목동점이 입점했던 당시 청학산업은 주상복합인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시행사로 한창 상가 분양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청학산업은 당시 상가 분양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중 신세계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SSG푸드마켓과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이다.
목동점이 임차했던 부동산(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 404-13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제105동 지하1층)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2014년 7월28일 신세계백화점은 청학산업과 건물 임대 계약을 맺었다. 임차보증금은 100억원으로 2015년 7월9일부터 10년 계약 조건이다.
더불어 목동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액의 1.5%를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매출액 340억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1.5%를 추가 지급하도록 돼있다.
현재 임차권자는 이마트다. 신세계는 2016년 10월28일 경영이사회서 SSG푸드마켓 사업권을 계열사 이마트에 1297억원에 양도했다. 이때 목동점도 같이 넘어갔다. 이후 매출 부진으로 목동점은 폐업 상태다.
이마트는 측은 아직 폐업한 목동점에 새로운 사업을 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SSG와 비슷한 시기에…
스타벅스도 상가 입점
청학산업 상가에는 스타벅스 오목교역점도 있다. 신세계는 계열사 이마트를 통해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50대50의 합작법인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설립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SSG 목동점과 비슷한 시기 입점했다. 부동산 등기등본부(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 404-13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제101동 제1층 제상가 201호)에 따르면 2015년 9월7일 설정계약을 맺었다. 전세금 3억원에 임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와 있다.
2015년 7월29일부터 2025년 7월28일까지가 계약 조건이다. 목동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스타벅스는 청학산업에 한 달 매출 18%를 적용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 스타벅스 오목교역 점 매출은 한 달 평균 1억1000만∼1억2000만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청학산업은 신세계를 통해 막대한 분양 이득을 본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신세계와 청학산업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당시 SSG푸드마켓 출점 검토 중 판교, 동부이촌, 목동 등 후보군을 놓고 사업성을 검토했다. SSG푸드마켓 경우 일반 건물에 하중 보강 공사가 필요해 신축 건물이 우선순위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청학산업) 건물에 입주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당시 건물주가 입점 제안한 것도 아니었다. 후보 사업지를 찾던 도중에 청학산업 건물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불러 입점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보강공사를 대신해주는 등 원만하게 합의가 돼서 입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
“사실무근”
청학산업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그런 거는 예전 일이고, 회장님은 지금 그쪽으로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0년 구형 박근혜 앞날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은 현행법상 유기징역의 최고형으로, 공범인 최순실씨 구형량보다 5년이 더 많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전면 보이콧해 온 박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인 이날도 끝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결심공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해 본 적 없는 비선 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비판하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비선 실세의 이익을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그 결과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파면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며 “준엄한 사법부의 심판을 통해 다시는 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위정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들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최씨가 독단적으로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자금을 받으려 한 것”이라며 책임을 최씨에게 떠넘겼다.
박승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일까지 없던 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두고 평가하지 말아달라”며 “부디 실수가 있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했고,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선처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