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딜’ 뒷말 나오는 내막

2017.07.10 10:41:19 호수 1122호

파킹딜 의혹부터 매각 지연설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시장에 증권사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에 저촉될 우려가 되는 증권사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셈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요시사>에서 이들 증권사에 대해 조명했다.
 



증권사 다수가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골든브릿지 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등이 현재 매물 리스트에 올라있다. 그중 지주사 전환에 따라 매각이 불가피하게 된 증권사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줄줄이 매각

최근 증권업계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5월10일 사상 최초로 2300선을 돌파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 우상향의 흐름을 유지하다 장중한때 2400포인트를 돌파한 것. 

1983년 코스피 지수를 처음 집계한 이래 최고치였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기분 좋은 흐름에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의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대형사들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은 각각 대우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한 이후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하는 쪽으로 경영방침을 정했다. 


사모펀드 쪽의 뚜렷한 흐름도 감지되고 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매각 주체와 인수 주체 간 가격 괴리가 커 선뜻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배경에서 눈길이 쏠리는 매물은 금산분리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다. SK증권, 하이투자증권이 그렇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할 경우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법 조항에 따라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그룹의 지배구조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그로부터 2년 내에는 증권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같은 배경서 이들 증권사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뜨거운 증권사는 SK증권이다. 현재 SK증권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SK가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주사 전환에 매물
역할 따라 갈린 셈법

SK증권은 이들 지분을 8월내 매각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진정성에 의심을 갖는다. 알짜 회사로 평가받는 SK증권을 SK그룹이 매각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SK증권의 1분기 기준 자본은 4232억원이다. 시가총액은 4994억원 수준이다. 10% 지분의 가치는 500억원 가량이다. 

따라서 500억원 돈으로 증권사를 인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는다고 해도 인수자 입장에서는 적은 지분을 출자해 시총 5000억원 규모의 회사의 경영권을 갖는다. 이점 때문에 SK증권 인수에 대해 남는 장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SK증권은 매수 희망자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기업은 케이프투자증권, 호반건설, 큐캐피탈 등 3곳이다. 하지만 이들 세 곳 모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지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사모투자펀드(PEF)인 큐캐피탈은 그 모회사 큐로컴이 최근 일반지주회사 전환의 기준요건을 충족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에 걸릴 우려가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역시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매물로 나온 아이엠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리딩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의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행보는 업계서 긍정적으로 읽히지 않는 모습이다. 


여러 증권사 인수전에 참여해 증권사의 영업비밀 등을 확인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점이 대주주적격성 심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호반건설의 경우도 인수전 참여 의도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호반건설은 2014년 말 금호산업 지분 인수로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금호산업의 지분 5.16%를 매입했다가 3개월만에 되팔아 30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특히 SK증권 매각과 관련해서 파킹딜(일정 기간 후 지분을 되사는 조건)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서 호반건설의 이 같은 전력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이 대주주로 있는 하이투자증권도 입길에 올랐다.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으로 매각에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하이투자증권의 매각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단 하이투자증권 쪽에서 원하는 매각가와 인수희망자 사이서 발생하는 가격 사이에 괴리가 크다. 시장서 보는 하이투자증권의 매매가는 5000억원 이하지만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그룹사 차원에서 1조원 이상 투입된 하이투자증권을 선뜻 매각하기 아쉬운 상황이다.

파는 사람 복심은?
사는 사람 진심은?

이 때문에 하이투자증권의 매매가 장기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주사 전환이 아니더라도 유동성 문제 때문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 현대중공업은 연결재무 기준 영업이익 6187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90% 넘게 증가했다. 따라서 2년 유예기간 동안 하이투자증권의 체질 개선 작업을 통해 매각가를 높이면서 매수자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투자증권도 증권가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현대차투자증권(옛 HMC투자증권)은 현재 당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없다.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지주사 전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투자증권은 사명을 이달 1일부터 HMC투자증권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 계획 아래에서는 감행하기 힘든 행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에 증권가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6월 취임하면서 4대 그룹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가 불가피하게 지주사 전환에 들어가면 불가피하게 현대차투자증권도 매물에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투자증권에 대한 시나리오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결과는?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사실상 포화 상태기 때문에 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면서 “그룹 내에서 맡고 있는 증권사의 역할에 따라 매각 시나리오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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