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VS 중앙지검’ 동아제약 핑퐁게임

2017.07.10 10:34:05 호수 1123호

검이 검 압수수색…무슨 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의약품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동아제약에 대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여기서부터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일개 지청이 중앙지검을 압수수색하고 나선 것. 검찰이 다른 관할의 검찰 청사를 압수수색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한)는 지난달 27일,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을 횡령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강 회장은 2007년부터 회삿돈 7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이 500억원은 리베이트와 의사 접대에 사용하고 나머지 200억원은 세금 대납에 쓴 정황을 입수한 상태. 

같은 식구끼리

검찰은 동아제약이 2012년 서울중앙지검과 2014년 서울서부지검의 리베이트 비리 수사를 받는 중에도 범행을 계속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동아제약 측은 병원과의 의약품 거래에 중간 도매상을 끼우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건넸다. 100원으로 신고한 약품을 60원에 넘기는 허위 계약 방식이다. 도매상이 일부 마진을 챙기고 남는 돈은 병원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부산에선 이 같은 수법으로 1억2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동아제약 측으로부터 받은 금정구의 유명 병원장이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대구의 한 병원서도 6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직원이 구속됐다.
 


일각에선 검찰이 동아제약에 2주 동안 상주하면서 압수수색해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이번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은 정당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거래원장이 디지털 자료로 돼있다. 서버에 클라우드 형식으로 자료가 저장돼있기 때문에 논란이 생긴 것 같다”며 “정상적인 방식이었고 서울 본사와 네트워크 서버가 있는 경기도 일산을 오가며 자료를 찾는 바람에 5일 정도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서울중앙지검을 최근 압수수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장이 커졌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달 26일 “2012년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비리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자료를 확보하려고 지난 19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이틀 후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일개 지청 타깃된 중앙지검
단순한 증거 확보 차원 ‘이례적’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2012년에 동아제약 등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자료를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의약품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해 1400여개 거래처 병·의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아제약 임직원 12명을 적발했고, 동아제약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의사 등 124명을 입건했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선 부산지검 동부지청의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검찰 내부협조로 해당 사건 자료를 열람하거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압수수색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동아제약 쪽이 자료를 모두 제출하지 않아 2012년 당시 자료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자료를 확보하기로 했다”며 “해당 자료가 디지털 증거이기 때문에 자료 확보의 절차적 정당성과 증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은 2015년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를 압수한 뒤 발부 당시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범죄 혐의 발견 시 법원에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증거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사건 등 다른 사건서도 검찰이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확보하고자 압수수색 절차를 통해 다른 관할의 검찰이 가진 자료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수차례 의약품 리베이트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동아젝약은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최고 경영진까지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수사와 사법처리 향배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강 회장은 지난 35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강신호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경영을 책임져왔다. 오랜 기간 지속된 부자간 경영권 분쟁을 가까스로 마무리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오른 4남 강 회장은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후 주요 계열사 사장을 거치며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 26.54%를 확보해 지배체제를 확고히 했다. 하지만 이번 리베이트와 관련해 검찰이 1년 새 수차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강 회장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강 회장이 리베이트와 횡령 혐의 등을 벗는다 해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미래성장동력인 신약 개발을 비롯해 그룹의 글로벌화를 성공시켜야 하는 한편 47년간 유지해온 제약업계 매출 1위도 되찾아야 한다. 

적신호 켜졌나

동아쏘시오그룹이 ‘리베이트 명가’라는 오명을 씻어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룹은 2008년과 20012년 리베이트를 제공해 벌금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리베이트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선정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동아에스티의 인증도 취소될 수 있어 강 회장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