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슈퍼판매 무산·선택의원제’ 역풍맞는 진수희

2011.06.10 15:34:24 호수 0호

“장관이 사무관처럼...” MB, 격노 
일관성 없는 추진에 ‘동네북’ 전락

감기약·소화제 등 일반의약품(OTC) 수퍼마켓 판매가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 지난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진영곤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일반의약품의 편의점·수퍼마켓 판매를 유보한 과정을 보고한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자 “국민에게 필요한 조치인데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모들이 “약사회 반발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이 정책을 당장 추진하긴 어려워졌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전략을 잘 세워서 성사시켰어야 하는데 그걸 못 했느냐. 안타깝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도대체 사무관이 하는 것처럼 일을 하느냐’며 화를 냈다”며 “이 대통령이 진수희 장관을 거명하면서 화를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국민이 아닌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일한다면 존재 의미가 없다.”면서 “진수희 장관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도 지난 8일 회의를 열어 진 장관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연대는 “약사회가 제시한 입장만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전국 7개 지역 대표자 회의를 긴급 소집해 범국민 퇴진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란은 진 장관이 자초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 장관은 지난 4월부터 가진 네 차례의 기자간담회에서 “약사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는 시행하기 어렵다.”는 요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는 “국민적 요구가 있는데도 약사회만 배려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 3일 공식 브리핑에서도 의약품 재분류와 관련한 향후 일정을 밝히지 않아 일반약 약국 외 판매 요구를 잠재우려는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일부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당번 약국제를 강화하겠다는 약사회의 대안을 반영한 점을 들어 ‘복지부는 약사회 2중대’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의협 측도 “의료기관이 문을 닫은 시간이라면 약국도 일반약만 판매해야 하는데 별 수요가 없는 일반약 판매를 위해 심야까지 문을 열 약국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보건의료단체의 이전투구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던 의협이 ‘장관 퇴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선택의원제’를 무산시키기 위한 맞대응 전략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의협 관계자는 “일차적인 문제는 복지부에 있지만 이익단체들도 ‘무조건 정책에 맞서려고만 한다’는 국민들의 시각을 의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초 공언한 ‘담뱃값 인상’도 물거너갔다. 복지부는 올해 담뱃값 1000원 인상을 추진했지만 “서민 물가 안정을 저해한다”는 총리실과 정치권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경제특구 의료 영리법인 도입도 힘들어진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제주도 등 일부 경제특구에서 제한적으로 시범 도입해보자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반발하자 이것 역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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