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돋보기’ 슬로건 & 포스터의 비밀

2017.04.24 10:49:50 호수 1111호

‘닮은 듯 다른’ 5인5색 대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22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열렸다. 대선 후보들은 포스터, 슬로건을 공개하고 17일 자정을 기해 현수막을 거는 등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슬로건과 포스터는 선거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은 포스터와 슬로건을 이용해 투표일 전까지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는다.



지난 17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가 온라인서 큰 관심을 받았다. 다른 대선 후보와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포스터에 유권자들 사이에서 말이 쏟아졌다. 안 후보의 포스터는 ‘참신하다’ ‘이상하다’ ‘아마추어 같다’ ‘색다르다’ 등 호불호가 갈리면서 일단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생각은 슬로건

슬로건은 후보의 가치관과 향후 국정 비전을 함축했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아주 높다. 고한기 커뮤니케이션 ‘내일’ 대표는 “선거 슬로건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면서 광장으로 뛰쳐나온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구호로 울분을 토했다. 문 후보의 슬로건은 촛불의 외침에 대한 차기 대통령의 답이라는 해석이다. 든든한 대통령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대선 재수 문재인’을 그 때보다 준비가 잘된 든든한 후보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보수층을 공략하는 슬로건을 내놨다.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은 문·안 양강구도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겨냥한 문구로 보인다. ‘당당한 서민 대통령’은 서민층 표심을 위한 슬로건이라는 해석이다.

‘흙수저 출신 대통령’을 꿈꾸는 홍 후보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서 선거운동을 시작해 첫날에만 서울·대전·대구 등 4곳의 시장을 찾는 등 서민 행보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흩어진 보수층 표심을 잡기 위해 ‘서민’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슬로건은 진정…포스터는 차별
눈에 잘 띄면서 대표성 가져야

안 후보의 ‘국민이 이긴다’는 그동안 후보가 수차례 강조해온 ‘국민’에 초점을 맞춘 슬로건이다.

안 후보는 연설이나 인터뷰 등에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 ‘국민이 결정할 것’ 등 국민 행보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안 후보는 지난 15일 후보자 등록 직후 “저는 지금까지 항상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왔다. 국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하려고 노력해왔다”며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이기겠다. 국민이 승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측은 지난 20일 KBS주관 후보자 토론회 이후 나온 논평서 “안철수를 찍으면 국민이 이긴다”고 밝히는 등 슬로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보수의 새 희망’을 슬로건으로 쓰고 있다. 유 후보는 따뜻한 보수를 자처하며 보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기해왔다.

유 후보는 지난 17일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서 진행한 대선 출정식서 “낡고 부패한 자유한국당에 보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는 등 새로운 보수의 대안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는 경제와 안보 전문가로서 정책 능력을 부각한 메시지다. 유 후보는 원내 5당의 후보 중 유일한 경제전문가로, 경제민주화 등 경제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노동’을 강조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점을 고려해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문구로 정했다. 심 후보는 자신이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구로디지털단지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노동하는 게 부끄럽지 않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의 요체”라고 주장했다.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 문구도 함께 쓴다. 심 후보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 앞에서 진행한 후보 등록 기자회견서 “거침없는 개혁으로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대표는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주체(안철수)와 그들의 요구(문재인)를 슬로건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서민, 보수, 노동 등의 단어로 자신을 표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문·안 후보의 슬로건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머리에 잘 남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SNS 발달로 영향력 줄었지만
유권자에게 가까운 홍보물

슬로건보다 시각적 효과가 더 큰 포스터는 어떨까. 고 대표는 “선거 포스터는 어느 정도 틀이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그런 의미서 안 후보의 포스터가 차별화에 있어서는 가장 성공적”이라고 분석했다. “18대 대선 때 흑백톤의 색감으로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던 문 후보의 포스터 사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보통 선거 포스터는 후보의 상반신을 중심으로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정당명을 넣고 기호를 부각시킨다. 원내 5당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면 안 후보를 제외한 4명은 모두 얼굴이 잘 드러나는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또 정당명과 로고를 포스터 귀퉁이에 넣었으며, 기호를 이름 옆에 크게 박았다.

문 후보는 보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구도로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춘다’는 느낌을 준다. 네이비 바탕에 은색 굵은 스트라이프 무늬의 넥타이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의 넥타이’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소품까지 세심하게 배치해 포스터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심벌 컬러인 빨간색을 주로 사용했다. 홍 후보가 매고 있는 넥타이 역시 빨간색이다. 당 컬러와 매치돼 뚜렷한 보수 후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안 후보의 선거 포스터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포스터를 보면 기호와 후보의 얼굴이 작게 배치돼있고, 승리의 V를 상징하는 포즈에서 양 주먹이 잘렸다. 또 정당명이 빠져 있어 다양한 뒷말을 낳았다.


국민의당 측은 안 후보의 어깨띠 글귀에 국민이 들어가는 만큼 불필요한 중복을 피했다는 주장이다. 고 대표는 “안 후보의 포스터는 비슷한 구도의 포스터 사이에서 눈에 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인물을 부각해야 하는 대선서 대표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얼굴은 포스터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정장 상의를 벗고 있는 모습으로 역동성을 강조했고, 정면을 바라보고 미소띤 모습에서 친근함을 드러냈다. 심 후보는 다섯 후보 중 유일하게 시민들과 함께한 모습을 담았다. 또 세월호 배지가 슬로건 옆에 배치되도록 구도를 잡아 안전사회에 대한 다짐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고 대표는 “온라인의 발달로 후보에 대한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포스터나 슬로건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선거 내내 가장 많은 물량이 사용되는 만큼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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