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받던 ‘야권 대통합론’ 흔들리는 까닭

2011.05.10 07:10:00 호수 0호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니까!

4·27재보선 승리 이후 민주당 내에서 야권통합 논의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드시 야권이 통합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공식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논리에서다. 선거용 일시적 연대나 단계적 통합보다는 대통합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방치 속에 ‘한-EU FTA 비준안’ 통과로 인해 대통합론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연대보다 통합의 길로 가야 승산 있어
결속 다지던 야권, FTA 놓고 파열음

4·27재보선의 승리로 사실상 ‘대표 2기’ 체제를 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통합’과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야권 ‘잠룡’ 중 최고의 지지도를 가지고 당내는 물론 야권에서 확고한 입지를 마련한 손 대표에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재보선 이후 야권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일고 있는 가운데 손 대표의 최근 발언은 ‘야권 대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여러 가지 통합론

손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혁신과 통합”이라며 당의 제도적·인적 혁신과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잔치는 끝났다” “이번 야권연대 단일화 과정을 통해 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평가 받았다”며 또 하나의 화두로 연대가 아닌 통합을 강조했다. 이어 “양보와 희생, 헌신의 정신으로 야권연대에 임했는데 이것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재보선의 교훈”이라며 “민주개혁진영을 하나로 통합하는 굳은 의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남 김해을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야권이 연대가 아닌 통합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 486그룹과 재야파, 친노그룹 등으로 구성된 진보개혁모임은 지난 1일 대전에서 첫 워크숍을 열고 향후 야권 대통합 방안을 논의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본격적으로 통합을 논의할 때가 됐다”며 “재보선에서 피어난 희망의 불씨를 정권교체의 불길로 타오르게 하려면 강력한 수권정당으로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내년 민주진보진영의 공동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러나 낮은 자세로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내 또 한명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6·2 지방선거에 이어 4·27 재보선에서도 우리는 경쟁적 후보 단일화 방식이 갖는 2%의 부족함을 경험했다”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야권통합 단일정당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선후보출마 질문에 묘한 여운을 남겼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야권 단일정당론에 찬성하고 있다. 그는 “진보개혁진영이 다시 집권하려면 구체적 대안 내놔야 한다”며 “한나라당에 맞서는 정파들이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하고 그 안에서 각 정파들의 독자성을 보장해 주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야당들은 민주당 중심의 야권 단일화 논의에 거부감이 적지 않다. 일방적 항복을 요구하는 ‘흡수합병식 통합’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 정당은 ‘선(先) 진보진영 통합, 후(後) 민주당과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다수의 당원이 진로를 결정하면 평소 내 생각(선 진보대통합·후 민주당 연대)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밝혀 야권대통합론 수용 가능성 열어뒀다. 이번 재보선에서의 패배가 상당한 교훈이 된 모양이다.

한편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는 “야권 단일정당은 선거 이후 지속하기 어렵다”며 ‘가설정당론’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 앞서 한시적 가설정당을 만들어 각 정당의 당원들이 하루만 가설정당에 입당, 투표로써 단일후보를 선출하자는 내용이다.

야권 단일정당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민주당에서도 참여당과의 통합은 가능하지만 진보정당까지 아우르는 통합은 이념적 문제 등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위기의 ‘통합론’

야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길은 ‘통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4·27 재보선 후 급물살을 탔던 ‘통합론’에 급제동이 걸렸다. 비준안 합의처리를 다짐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FTA 비준안은 결국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 불참 속에 한밤중 표결 처리로 국회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진보정당들은 ‘배신’이라고 강력 반발했고, 일제히 여·야·정 합의안을 낸 민주당에 대해 ‘4·27 재·보선에서의 정책연합 파기’라고 맹비난하며 공격하고 나섰다.

게다가 잠복해 있던 민주당 내 노선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연대·통합 논의에 난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야3당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깝고 고통스럽지만 야권연대에 중대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당 안팎에서 ‘한·EU FTA’를 둘러싼 내홍이 커지면서 갈 길이 먼 야권연대·통합 협상은 한동안 완보나 횡보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4 ·27 재보선 이후 힘을 받은 야권통합론의 험난한 미래가 예상돼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야권 지도자들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공식이 갈수록 명약관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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