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타 쳐도 우승 못한다?

2017.02.27 10:40:52 호수 0호

꿈의 타수 ‘59타’의 가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꿈의 타수로 불리는 59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총 8번 나왔다. 프로골퍼들에게도 결코 쉽게 이룰 수 있는 타수는 아니라는 것. 꿈같은 타수가 꼭 우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다.



2017년 두 번째이자 역대 8번째 59타가 PGA투어에서 나왔다. 애덤 해드윈이 지난달 21일 커리어빌더 챌린지(총상금 580만달러) 3라운드에서 역대 8번째 59타 기록을 달성했다. 소니오픈 1라운드에서 저스틴 토머스가 59타를 친 후 9일 만에 또 59타가 나온 것.

엄청난 기록

<CBS스포츠>에 따르면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약 150만회 라운딩이 있었으며 50대타 수는 단 9번(한 번은 58타)에 불과하다. 발생빈도를 따져 보면 0.0006%다. 코스 세팅에 따라 다를지 모르지만 59타는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1977년 알 가이버거가 처음으로 59타를 기록했고 1991년에 칩 벡, 1999년에 데이비드 듀발이 59타를 기록했다. 짐 퓨릭은 두 번의 50대 타수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2013년 59타, 2016년 58타를 기록했다. 2010년 스튜어트 애플비, 2013년 폴 고이도스 그리고 올해는 저스틴 토마스와 애덤 해드윈이 59타를 기록했다. 40년간 9번의 50대 타수가 나왔고 이중 59타는 8번 나온 것.

불과 8차례…짐 퓨릭 혼자 2번
0.0006% 확률 ‘하늘의 별따기’

 


같은 59타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초창기 3번의 59타는 모두 파72 골프코스에서 나왔고 그 이후의 5번은 파71이 2번, 파70이 3번이었다. 지난주 중계방송에서는 자막으로 해드윈이 기록한 파72, 13언더파 59타 기록이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됐다. 비교 대상이 그 전주의 저스틴 토마스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드윈은 이글 없이 순수 버디 13개로만 58타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1991년 칩 벡 이후 처음이다.

반면 그 전주에 59타를 기록한 토마스는 해드윈보다 2개 적은 11언더로 59타를 기록했다. 2010년 스튜어트 애플비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파70으로 세팅된 골프코스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PGA투어의 골프장은 파70부터 심지어 파73으로 세팅된 골프장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이 때문에 그 기록들이 과연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투어에서도 50대 타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1년 보기, 이글 없이 버디 13개로 59타를 기록했다. 이시카와 료는 2010년 나고야CC에서 열린 더 크라운오픈에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최초로 58타를 기록했다. 이시카와의 58타는 짐 퓨릭의 기록보다 6년이나 앞선 것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하지만 경기가 열린 코스가 전장이 상대적으로 짧은 6545야드라는 점에서 기록의 가치에 다소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 외에도 2000년 마루야마 시게키가 US오픈 퀼리파잉에서, 2001년 제이슨 본이 캐나다투어 바이엘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58타를 기록했다. PGA투어가 정식 운영되지 않던 1959년 샘 스니드가, 2004년 필 미컬슨이 PGA그랜드슬램에서, 2008년 해리슨 프레이저가 Q스쿨 4라운드에서 59타를 기록했지만 모두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PGA투어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유러피안(EPGA)투어에서는 50대 타수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59타를 치고도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지금까지 PGA투어에서 59타의 기록이 8번 나왔지만 우승한 경우는 4번으로 승률이 딱 절반 정도였다. 토마스 외 59타를 치고 우승한 선수는 알 가이버거, 데이비드 듀발, 그리고 2010년 그린브라이어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59타를 친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다.

59타를 기록하고도 우승하지 못한 대표적인 선수가 짐 퓨릭이다. 그는 50대 타수를 두 번이나 기록했으나 둘 모두 우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퓨릭은 2013년 BMW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59타를 친 데 이어 3라운드에서도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로 부진한 바람에 잭 존슨(미국)에게 역전패를 당해 3위에 그쳤다. 지난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도 퓨릭은 최종일 58타의 불꽃타를 휘둘렀지만 최종 순위는 공동 5위였다.

장비·기량·코스
삼박자 필수조건

짐 퓨릭은 상금랭킹과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른 경험은 없지만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23년간 17승을 올리며 꾸준히 정상권을 지켰다. 특히 40세와 43세의 나이에 58타, 59타를 기록해 더욱 놀랍다. 하지만 그가 세계 최고의 기록을 세운 두 번의 대회에서 모두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못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59타를 치고도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놓친 경우는 또 있다. 1991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59타를 친 칩 벡이 그 주인공이다. 5라운드로 치러진 당시 대회에서 벡은 3라운드에서 59타를 쳤으나 최종 합계 29언더파로 2타 차 공동 3위에 머물렀다.

또 2010년 존 디어 클래식 1라운드에서 폴 고이도스(미국)는 12언더파 59타를 쳐 선두에 나섰으나 2라운드에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에 1타 차로 역전당한 뒤 끝내 2타 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8번째 59타를 기록한 애덤 해드윈 역시 최종 라운드에서 합계 19언더파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절반은 우승 못해

이렇듯 59타는 대단한 기록임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우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PGA투어 대회는 단 하루만 반짝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다. 59타 이하 타수라는 대기록도 중요하지만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남은 경기를 치르는 게 더 중요하다. 1라운드에서 59타를 기록하면서 선두에 나선 뒤 대회 내내 선두를 지키며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토마스가 유일하다.

2010년 이후 꿈의 타수가 빈번해졌기에 통상의 경우 기록의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골프클럽등 장비의 성능이나 플레이어들의 기량 향상 등도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꿈같은 숫자 59타가 가능했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상대적으로 짧은 전장을 가진 코스들이기에 가능했다고볼 수 있다. 58타 1번, 59타 8번으로 50대 타수를 기록한 9번의 경우 모두 PGA투어 평균 전체 전장 약 7218야드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코스였다. 7000야드 전후의 짧은 코스도 5개나 됐다.

짐 퓨릭이 58타를 기록한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TPC리버하일랜드는 6841야드에 불과했다. 이는 파 세팅이 70 정도였다는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파4 소위 ‘서비스 홀’이 어느 정도 있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최근에 기록이 나고 있는 코스들도 과거 20~3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그리 긴 코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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