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노사 갈등 숨은 사정

2011.04.06 11:41:54 호수 0호

리모트 컨트롤 행장님에 노조 속 ‘부글’

SC제일은행이 내홍을 앓고 있다. 연초부터 결렬된 임단협으로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협상 테이블을 열어 놓고 있는 반면, 사측은 대화로 풀어갈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갈등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노사 개별차등성과급제 등 구조조정안 놓고 대립  
해결기미 안보여 “리처드 행장은 꼭두각시일 뿐”


SC제일은행 경영진은 올초 임금단체 협상에서 개별차등성과급제를 제안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을 차등화하자는 것이다. 즉, 연봉제를 도입하자는 말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점장과 본부장급을 제외하고는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가 늘어나는 호봉제를 택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연봉제를 채택할 경우 1금융권에서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특별퇴직금 폐지

이와 함께 SC제일은행은 특별퇴직금제도를 폐지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특별퇴직금 제도는 직원이 퇴직할 때 기존 퇴직금에 18∼24개월치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IMF’를 겪으면서 직원들의 연이은 임금 반납 등으로 노동조건이 저하되면서 2001년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규정이다.

후선역제도를 전직원에 확대하는 방침도 함께 가져 왔다. 후선역제도는 지점장을 대상으로 매년 하위 10% 정도에 해당되면 후선역으로 이동시키고, 1년간 개인목표를 부여한 뒤 미달될 경우 급여를 18% 삭감하는 제도로 2005년도 노사합의 사항이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측 관계자는 “연봉제 도입과 특별퇴직금제 폐지 등 성과주의 문화 정착은 노사가 서로 윈윈하기 위한 것으로 전세계 기업들의 추세”라고 설명했지만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노조 측 관계자는 “경영진의 실적이 시중은행 꼴찌 수준인데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려는 속셈”이라며 “어려울 때 함께 도와준 직원들을 토사구팽 식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자발적인 해고를 유도하기 위한 악의적인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가 결렬될 경우 부분파업은 물론 총파업까지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파업설 회자

이밖에 전국의 영업점 중 일부를 폐쇄키로 한 계획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폐쇄되는 영업점은 지역별로는 ▲서울 14개 ▲부산 4개 ▲충남 4개 ▲경기 3개 ▲강원 1개 ▲제주 1개 등 총 27곳이다. 이밖에도 40대 지점이 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가 내부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측은 폐쇄대상 영업점에 있던 인원은 다른 영업점으로 재배치된다고 밝혔지만 노조의 생각은 판이하다.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고 것. 잉여 인력을 사측이 가만둘 리 없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현재 SC제일은행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건 제니스 리 부행장과 김영일 부행장 등이다. 두 부행장은 각각 하나로텔레콤과 KB금융에서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구조조정 작업의 ‘선수’인 셈이다.

문제는 사측은 직원과 대화로 풀어나 갈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조는 협상테이블을 열어놓고 있지만 사측이 핵심 요구안(연봉제ㆍ특별퇴직금 폐지ㆍ후선역 확대)이 전제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는 없다’고 못 박아 진전이 힘든 형국이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임금단체협상은 20차례도 넘게 결렬됐다.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은 반감은 분노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건 SC제일은행의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리처드 힐 은행장은 친화적이고 밀착형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 등을 하며 직원들과 수시로 어울린다. 중소기업 등 고객들과도 함께한다. 점심과 저녁도 먹고 필요하면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등 하루빨리 한국에 동화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뿐이다. 정책 결정에 대한 권한은 전무하다. SC제일은행의 대주주인 스탠다드차티드은행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런 리처드 행장을 노조는 ‘꼭두각시’에 비유했다. 직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노동쟁의의 최고 단계인 총파업뿐이라는 얘기가 직원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이에 노조 측 관계자는 “사측과 임단협이 결렬됐기 때문에 현재 전국을 돌며 조합원들의 생각을 듣고 있다”며 “4월 중반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토론을 진행해 최종 대응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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