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구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2011.03.08 09:33:16 호수 0호

‘역전의 용사’ 총선 앞두고 꿈틀대는 내막


지난 총선, 정치 신인에게 패했던 이들 지금 어디에?
19대 총선으로 재기 혹은 마지막 도전 가능성 ‘솔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지역구를 찾는 국회의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거듭나려는 비례대표 의원들과 정치 신인들의 지역구 탐색전으로 각 지역은 벌써부터 총선앓이 중이다. 지난 총선에서 패기 넘치는 정치 신인들에게 지역구를 내줬던 정치인들도 몸풀기에 나섰다.

정치권이 19대 총선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을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지지하지 않겠다(38.1%)’고 답한 이가 ‘지지하겠다(36.7%)’는 이들보다 높게 나와 ‘물갈이’를 예고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거물급 정치인의 지역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개혁 공천의 기준선을 넘지 못해 낙천한 이들과 총선판에 불어 닥친 대선 후폭풍으로 낙선한 정치인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입장 바꿔 한 판 더!

‘명박돌이’에게 자리를 내 줬던 이들의 반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이전부터 다져 놓았던 지지 기반에 낙마 이후에도 지역구를 누비며 발품을 파는 등 재기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롭게 지역구를 차지한 이들도 지난 3년간 중진 혹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격전이 예상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정치 1번지’ 종로가 첫 손에 꼽히는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일전이 예고된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총선에서는 박 의원이 깃발을 꽂았지만 손 대표가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데다 강원도 칩거 중에도 서울을 찾을 때마다 지역구에 들르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손 대표가 다른 지역구 재보선에 출마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원외대표라 국회 현장 밖에서 활동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종로를 버리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악을도 흥미진진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김희철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은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는 이해찬 전 총리의 지역구였다. 때문에 이 전 총리의 정계 복귀 시 출마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19대 총선 출마 지역구로 정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에서 ‘거물과 신인의 승부’로 주목받았던 도봉갑에서는 김근태 민주당 고문과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의 승부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들의 승부가 재야 출신 정치인과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의 것으로 그려졌다면 이번에는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까지 더해 승부의 긴장감을 높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었던 이 특보가 출사표를 던진 곳이 이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19대 총선과 관련, 현 정부의 실세로 급부상한 이 특보가 다시 한 번 “명분 있는 도전을 하기로 했다”며 출사표를 던질지 지켜볼 일이다.

성동갑은 앞서 소개한 지역구와는 사뭇 다른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총선 친노 386으로 활약했던 최재천 의원이 17대 비례대표로 첫 국회의원 금배지를 단 진수희 의원과 격전을 벌인 곳으로, 진 의원의 승리로 끝난 총선 이후 진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는 등 새로운 거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기소 후 반 년 동안 5차례 준비기일과 6차례 공판을 진행하면서 핵심 증인들의 신문을 마무리하고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재판을 거론하며 “재판 중에도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면서 “무죄를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정치 일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남 사천에서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178표차로 낙선한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도전에 눈길이 쏠린다. 이 전 총장은 최근 3년여 만에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정계 복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남 사천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지역구에서 눈을 떼지 않은 탓에 그의 19대 총선 출마에 의구심을 품는 이는 드물다.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지난 총선에서 패한 후 청와대로 들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부산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말하는 등 지난 총선 때 고배를 마신 부산 수영구 재출마 의지를 내비쳐 여의도로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지역구 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청와대 정무수석에서 물러났다 사회특보로 복귀하기까지 지역구 활동에 매진했다. 자신이 재직했던 동아대 동북아국제전문대학원에서 ‘세계화와 동아시아’란 과목을 맡아 강의했으며, 한국해양대에 강사로 초빙돼 대학생들을 상대로 ‘21세기 세계의 변화와 한국’이란 주제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내 지역구는 어디?

또한 자신의 지역구인 수영구의 ‘곰솔산악회’의 지리산 산행에 동반했다. ‘곰솔산악회’는 유흥수 전 의원이 주도한 산악회로 박 특보가 17대 국회의원이 되며 이어받아 산악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당시 산행에는 13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 세를 과시했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한 후 현재 주일대사를 맡고 있는 권철현 전 의원이 복귀를 노린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도 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역구는 아직 ‘물색 중’이다. 17대 국회 당시 지역구였던 고양 덕양갑은 “고양 덕양갑 유권자의 한 명으로 심상정 전 대표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며 출마 지역구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노렸던 대구 수성을이나 수도권 격전지 등 여러 곳에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돌아온 거물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총선 미리보기’뿐 아니라 대선에서의 ‘역할론’을 의식한 탓이기도 하다. 정가 한 인사는 “총선 출마 명단에 오른 이 중 거물로 꼽히는 이들은 대부분 몇 번의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은 이들”이라며 “이렇게 굳어진 단단한 정치력은 대선주자들의 대권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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