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MB호 버리고 총선의 바다에 ‘풍덩’

2011.02.15 09:39:16 호수 0호

MB정부 총선 이탈자 비상령 내막

 

청와대 참모 공공기관·민간기업으로 이직 두드러져
대통령 영향력 살아있을 때 “좋은 자리 찾아 꿰찬다”



청와대 주변에서 다시 한 번 개각설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12·31 개각에 세웠던 이들 중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한 데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 장관이 구제역 해결 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김종창 금융위원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등 곳곳에서 인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청와대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조건에 맞는 후보를 고르는 것도 문제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밖으로 나서려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청와대에 채워야 할 빈자리는 점점 늘어나는데 사람들은 청와대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초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이들 사이에서는 ‘청와대행’이 줄을 이었다. 총선에 출마하거나 공공기관으로 낙하산을 타기도 했지만 지망 1순위는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로 향하는 것이었다. 

정권 초 청와대 러시
집권 4년 되자 이직 행렬

그러나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그때와는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너도나도 청와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부터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10여 명이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남아 있는 이들 중에도 6월 이후 있을 공공기관장·감사 교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해당 공공기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경영계획서 제출 대상 기관 113개 공공기관 가운데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이 6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정권의 막차’로 보고 너도나도 손을 흔들고 있는 것. 이미 지난 연말부터 주요 기관장을 둔 눈치싸움과 경쟁이 시작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관장뿐 아니라 부사장과 감사, 이사 등도 대규모 교체를 앞두고 있어 자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인기도는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이 더 높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공공기관으로 가는 것은 ‘회전문 인사’니 ‘아랫돌 빼 윗돌 괴기’니 하는 비판과 함께 정권의 향배에 따라 ‘단물’을 맛볼 수 있는 시기가 늦춰지거나 앞당겨지는 반면 민간기업에 자리를 잡으면 주목 받지 않으면서 높은 연봉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일까. 더 늦기 전에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실세들을 찾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는 풍문도 들려온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의 이동은 집권 중반을 넘기며 계속돼 온 일이다. 문제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정권충성도가 높은 별정직 공무원의 이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

일부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청와대 44명의 비서관 가운데 관료 출신은 17명으로 집권 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수출신 6명이었으며 정치인 출신은 7명뿐이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약해진 청와대의 정무 기능은 청와대의 관료화와 연관이 있다”며 “정무를 담당해야 할 이들이 빠진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천안함 사태 후 안보 관련 회의에서 ‘군은 관료화되면 군이 아니다’고 했는데 청와대도 마찬가지”라며 “정무기능을 잃은 청와대는 당·정·청은 물론 청와대 내부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성파 보낸 청와대
정무 기능도 같이 떠나


그러나 상반기가 지나면서 ‘탈청와대’의 기류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권 말,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총선은 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만큼 한나라당도 이를 염두에 두고 벌써부터 강도 높은 공천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연초 “소수계장의 수장이 밀실에서 이뤄진 계파 나눠먹기식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공천개혁안의) 핵심”이라며 “현역 의원들도 의정활동 평가지수나 지역 활동 평가지수를 평가해 공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이에 차기 총선을 노리는 이들 사이에 지역구를 찾는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렇게 총선을 두고 밖에서 경쟁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청와대 안에 있는 이들도 술렁일 수밖에 없다.

정가 한 인사는 “참여정부 말 청와대 참모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너도나도 보따리를 쌌다. 그때는 대선이 치러진 후 총선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선 이후 대선이 치러지다 보니 발걸음이 더 급할 수밖에 없다”면서 “총선을 치룬 후 다음 주군을 찾아 정치판을 뛰겠다는 구상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17대 국회의원 출신인 정문헌 전 통일비서관은 지난해 연말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고향이자 지역구인 속초로 내려갔다. 정 전 비서관은 지역구 지지 기반을 재건하는 한편 한나라당 속초·고성·양양 당협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가 일각에서는 정 전 비서관은 시작일 뿐이며 총선 출마 등을 위해 30여 명이 청와대를 떠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기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이 중에는 3선 의원 출신인 정진석 정무수석과 17대 국회의원이었던 김희정 대변인, 이성권 시민사회비서관, 박명환 국민소통비서관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지역구까지 점찍고 있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내무부 장관을 지낸 부친 정석모 전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공주·연기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김희정 대변인은 지난 17대 총선 당시 부산 연제에서 전국 최연소로 당선됐다. 이성권 시민사회비서관은 부산진,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수영구 출마를 사실상 굳혔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몇몇 인사들은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는 등 지역구 관리에 들어갔다고.

박명환 국민소통비서관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바 있다.


이밖에 대선캠프 출신인 박정하 춘추관장,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 김연광 정무비서관, 김장수 선임행정관, 김희구 선임행정관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이로 꼽힌다.

탈청와대 인사들
“총선 향해 뛰어라”

입각한 정치인들도 자리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청와대 개각설이 나돌자 “이번에 장관이 되면 10개월 뒤에 총선에 나온다며 그만둘 게 뻔하다”며 “정치인은 배제하고 테크노크라트(관료)를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인 중 정병국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병국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총선 출마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내년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 “부처 장관은 최소 2년은 재임해야 소관 업무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데 장관 취임 후 총선 출마를 위해 연내 조기 사퇴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출간한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한 장관 직무 가이드’에도 장관은 적어도 6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면서 “임기가 얼마나 되는지도 청문회 쟁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통령이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라고 하면 내년 총선에 안 나갈 것”이라며 “설령 총선에 못 나가는 상황이 발생해도 장관 임무를 충실히 마치면 현 지역구(경기 양평·가평) 말고도 보궐선거라든지 기회는 다시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사청문회에서는 “(총선 출마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일단은 이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는 게 목표고, 임명되면 장관으로서 열심히 하는 게 내 임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박 원내대표는 ‘10개월 장관’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지금 입각한 정치인도 이제 (거취를) 정리하는 단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보선을 통해 18대 국회에 합류한 이재오 특임장관과 구제역 수습 후 사퇴 의사를 밝힌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도 입각한 정치인들이다.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물갈이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직 바람뿐 아니라 기관장들의 총선 출마 러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총 286개 공공기관 중 금년까지 임기 만료 등으로 교체인사가 불가피한 기관장이 135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중에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낙천·낙선하거나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상당하며 이들 중 적지 않은 이가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각됐던 정치인들
해 저무니 고향 앞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훌륭히 일 잘하는 분은 그 직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일 잘하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이 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공공기관장 연임을 노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한 이들은 총선으로 빠르게 눈길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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