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통한 친이-친박 ‘개헌전쟁’ 전모

2011.02.15 09:36:48 호수 0호

성동격서(聲東擊西) 작전? VS 염불 보다 잿밥?

 

친이, 17대 국회 당론 내세우며 친박 공격
친박, 계속된 친이 공격에 시종일관 무대응



지난 8일 오후 2시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안테나를 여의도 쪽으로 쫑긋 세웠다. 그 시각 국회에서 한나라당 개헌 관련 의원총회 관련해서다. 의총에서 전개될 당내 개헌 관련 논의 내용과 그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는 당의 개헌 논의와 관련, 오해 부를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방송 좌담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친이 주류 측의 개헌론에 힘을 실어줄 필요는 있지만 주도적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 수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개헌 논의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겠지만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으니 그냥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얼마 전 개헌과 관련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개헌 전도사’로 불리는 이 장관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2007년 4월 13일 한나라당은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키로 당론을 확정했다”면서 “그 후 한 번도 이 당론이 변경된 바가 없다”라고 올렸다.

이를 대우 명제로 뒤집어 보면 ‘또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개헌 안 한다’는 방향으로 당론 변경 절차를 밟으려면 의원총회에서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이는 개헌 의총에서 개헌 추진에 대한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표결까지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07년 개헌 당론 갑론을박

하지만 개헌이 한나라당의 당론이라는 이 장관의 주장에 대해 친박계 핵심인 이성헌 의원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 127명 중, 실제 개헌 특위 구성에 참석한 사람은 36명에 불과했다”면서 당론 결정 당시에도 명분이 약했음을 지적했다.


지난 8~9일 이틀 동안 벌어진 한나라당 개헌 관련 의총에는 당 소속 의원 171명 중 각각 130명, 113명이 참석했다. 첫 날은 물론 그 다음 날에도 흥행이 전혀 안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은 빗나갔다. 출석률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은 친박계 의원들의 참여에 기인한다.

의총 첫 날인 지난 8일에는 친박계 의원 32명이 회의에 참여했으며, 둘째 날에도 약 20여 명이 참석했다. 첫 날 의총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던 친박계 의원 일부는 둘째 날 태도를 바꿔 개헌론을 ‘점잖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의 우려와 달리 친박계의 극심한 반발은 나타나지 않았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향하는 친이계의 개헌 드라이브에 대한 그동안의 무대응 전략이 의총에서도 유지된 셈이다.

한편 이 장관은 이틀 연속 불참했다. 친박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그러나 트위터에 개헌 단상 시리즈를 계속 띄우고 현장 보고를 받으면서 친이계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중국을 방문하면서 토론장에서 한 발 비켜갔다.

개헌 전도사인 이 장관은 없었지만 친이계 주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결국 의총을 통해 당 개헌특위 구성을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개헌특위 구성 안건은 토론이 끝난 뒤 상정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의를 제기한 중립성향의 김세연, 황영철 의원에게 양해를 구해 박수로써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정옥임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의총에서 소속 의원 171명 중 113명이 출석했고, 개헌논의특별기구 구성을 의결할 당시엔 90명이었다”라고 밝혔다.

사실 특별기구 설치는 친이계 핵심들의 일차적 목표였다. 개헌 의총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 친이계는 개헌 성사 여부를 떠나 앞으로 본격화될 대선 국면에서 세력 결집의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 기구를 통해 권력구조 개편 등이 논의되면 개헌론 확산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이계는 친박계의 특위 참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특위 구성을 보이콧하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비타협적’이란 이미지를 덧씌우면서 개헌 논의와 친이 결집의 명분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불참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개헌 의총 예상외 ‘중박’

이처럼 당 개헌특위 구성은 험로가 예상된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을 비롯한 홍준표·정두언·나경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 다수가 개헌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최고위 산하 특위 구성 관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에서 상의해 결정하겠다”면서 “기구를 정책위 산하에 두는 방법이 있고, 격을 높여 최고위 산하에 두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의총에서 위임장을 받은 김 원내대표가 단독으로 정책위원회 산하에 개헌특위 설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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