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차례상 올라가는 별별 음식들 천태만상

2016.09.12 09:38:02 호수 0호

햄버거, 피자…조상님 좋아하실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명절이 되면 각 지역 고유의 음식이 차례상에 오른다. 돔배기처럼 평소 보기 힘든 음식들이 홍동백서(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밤·배·감) 등 위치에 맞게 배치된다. 요즘에는 현대식에 맞게 상차림이 변하며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과자 등이 올라가는 모습도 보인다.



한가위가 되면 차례상 준비로 분주하다. 각 지역별 특색 있는 음식들이 필수로 자리 잡아 호황을 맞는다. 근래에는 먹을 음식만 맞춰 장만하는 풍토가 생겨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음식 필수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다른 지역서 볼 수 없는 음식으로 차례상이 차려진다. 귤,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이나 제주도서만 잡히는 생선인 옥돔이 대표적이다. 전복 역시 자주 올라가는 제주도 차례상차림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특산인 오메기 술을 준비하는 집도 있다.

전라도 차례상차림엔 홍어가 빠질 수 없다. 홍어가 없는 제사는 제사가 아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중요하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낙지와 같은 해산물도 제사상차림으로 자주 올라간다.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는 돔배기가 있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로 토막내 간을 친 상어고기라는 뜻이다. 꾸덕하게 말린 뒤 사용해 산적에 사용되거나 찜으로 먹는다. 삭히거나 비리지 않아 별미로 통하는 편이다.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삶아 올리는 것도 경상도 차례상의 특징이다.


충청도는 경기, 경상, 전라도가 인접해있는 지역인 만큼 인접한 곳에 따라 차림이 달라진다. 경상도와 가까운 곳에선 대구포, 피문어 등 건어물류가 차례상에 올라간다. 전라도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홍어, 가자미 등이 올라가며 바다가 먼 내륙 쪽에선 배추전과 같은 전류가 장만된다. 닭 한마리를 삶아 그 위에 지단을 올린 계적도 있다.

지역별 특색 있는 차림
돔배기 등 지역색 톡톡

경기도서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북어를 구워 올리거나 포로 만들어 차례상차림으로 올린다.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해산물을 적게 올리는 편으로 알려졌다. 대신 고기류의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크다. 돼지, 소고기, 계적을 사용하며 생선류는 군비나 조기 등을 사용한다.

산이 많은 강원도에선 나물이나 감자로 만든 음식들이 차례상에 오른다. 감자전과 감자떡이 대표적이며 버섯류도 빠지지 않는다. 해안과 붙어있는 강릉지역의 경우 명태를 이용한 생선전도 많이 쓴다.

이렇듯 특색있는 지역 음식들이 차례상에 올라가는 모습이다. 지역 음식 차례상은 지역 특징을 잘 살리고 차별화돼 눈길을 끄는 반면 준비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구하기 힘들고 잘 먹지 않는 것을 무리해서 차려봤자 음식물쓰레기로 변해 과소비라는 비판도 있다.
 

전통 차례상차림보다 고인이 생전 즐겨먹던 음식 위주로 차리는 집안도 생겼다. 새우깡처럼 전통음식과 거리가 있는 음식이 차례상에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제사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배우 박준규는 “아버지 제사상에 피자를 올린다”고 말해 이슈가 됐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이 제사상에 피자를 올려달라는 것이었다며 변하는 제사상 문화를 보여줬다.

제사상에 피자와 햄버거, 짜장면이 올라가는 건 말이 안된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 논란이 일었다. 사람들은 “아무리 현대라고 하지만 피자와 햄버거는 너무 막 나가는 것이 아니냐”며 변화하는 세태에 우려를 표했다.

최근 들어 조상을 기리는 차례에 생전 좋아하던 음식을 올리는 것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차리자는 움직임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홍동백서 등 차례상차림의 법도가 애매해졌다. 피자를 '홍으로 봐야 하는가 백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생긴 것이다.

두동미서(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를 지키지 않는 곳도 나타났다. 그들은 생선을 잘 먹지 않아 버리기만 한다며 차례상차림에 생선을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가족들이 모여 먹기로 한 음식만 차례상에 올리는 집안도 있었다. 차례상이 점점 간소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세태에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차례상을 차리는 데 언급되는 엄격한 규칙은 관습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유교 전통 행사를 담당하는 박 의례부장은 “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라며 부담스러운 상차림으로 집안에 불화가 일어나면 의미가 퇴색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상차림 부담스러 간소화
이제는 인스턴트도 올려

또 전통음식이 아닌 피자 등이 차례상에 올라오는 것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등에 시물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물건이면 된다는 뜻이라며 바나나, 망고 등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차례상에 햄버거나 피자를 올리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 수 있지만 수십년이 지나 하나의 관습이 되면 자연스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차례상이 아무리 화려해도 정성이 없으면 지내는 의미가 없고 조상을 향한 정성과 공경이 있다면 차례의 의의를 다하는 것으로 봤다.

변하는 문화

차례에 있어 상차림이 아닌 제례를 간소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남성이 우선시 되던 지난날로부터 탈피하는 모습이다. 남·여를 나눠 조상에게 배례를 올리던 문화는 가족이 함께 올리는 방식으로 변했다. 남성만 올리던 술잔은 이제 여성도 같이 올리는 곳도 생겼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절 스트레스 ‘뭐 때문에?’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광주·전남 생활정보미디어 사랑방은 홈페이지를 방문한 837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스트레스 1위는 응답자의 32%로 잔소리 또는 친척들과의 비교로 나타났다. 그 뒤로 추석 선물이·부모님·아이들 용돈이 23%였고 명절증후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례상과 살림이 19%로 집계됐다. 지루한 귀성·귀경길과 가족 간 갈등은 각각 12%, 11% 였다.

명절을 보낼 때 아쉬운 점으로 응답자들은 남녀의 가사노동 불균형을 가장 많이 뽑았다. 명절 준비에 대한 과도한 비용 지출과 시댁·친정의 문화 차이도 있었다.

명절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오락·영화·독서와 같은 문화생활 비중이 제일 높았다. 홀로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가는 방법도 나왔다. 지인과 만나 수다를 떨거나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있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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