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고 다이어트는 최대의 관심사다. 살을 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 약물을 과다 복용하거나 술을 주식으로 하는 다이어트도 유행이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의 다이어트는 큰 부작용과 함께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을 축내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다이어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곤약은 100g당 10kcal 정도지만 쉽게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식으로 각광받는다. 그래서 식사량을 줄이지 못하는 여성이 주로 곤약 다이어트를 한다. 하지만 영양가가 거의 없어서 균형 있는 영양섭취를 제한하고 다이어트를 중단하는 순간 요요현상이 오기 쉽다. 특히 체내 수분이 빠지고 단백질 섭취가 줄어 탈모가 생길 수 있다.
몸무게 줄었지만
다른 병으로 고생
한 비만클리닉 원장은 “곤약은 칼로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되지만 지방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볶아 먹으면 칼로리가 100kcal까지 증가한다. 또한 특별한 맛이 없어 양념을 강하게 하면 오히려 식욕을 자극한다. 곤약에는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건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곤약을 비롯한 원푸드 다이어트의 가장 큰 문제점 중 단백질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 전문가는 “모발은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백질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단백질을 비축하려고 힘쓰게 된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생장기에 있는 모발을 쉬게 만들고, 두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없다. 다이어트 중에는 우유, 콩, 두부, 생선, 닭 가슴살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운동과 저열량 식이로 체중은 감량했지만 치통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지나친 초저열량 식이로 인해 매일 섭취해야 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잇몸이 약해지고 구강점막에 염증이 생겨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 비만 센터 관계자는 “장기적인 영양 불균형은 치아 건강을 위협한다. 치아의 칼슘과 에나멜에 손상을 주어 영구적인 치아 결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후 치아에 이상이 생겼다면 조속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 위주의 식단에 열광했던 비만인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음껏 고기를 섭취하는 기쁨은 잠시라고 말한다. 동물성 단백질만 섭취하다 보면 피로감, 혈압 저하 등의 당질부족증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포화지방산, 콜레스테롤의 영향으로 혈관 질환을 유발하며 칼슘 손실로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 또한 구취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식에 가까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수 있다. 갑자기 음식물 섭취를 줄이면 몸속에는 지방과 단백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비율이 낮아진다. 몸의 영양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는 몸의 회로가 지방을 완전히 연소시키지 못한다.
서울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불완전 연소된 지방산은 ‘케톤’이라는 강한 암모니아 냄새를 가진 물질과 함께 배출되므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는 구취의 원인이기도 하다. 음식 섭취가 감소하면 음식과 반응하는 타액이 줄어들어 구취를 일으키는 구강 내 세균이 증식해 입냄새가 난다. 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이어트시 몸 냄새가 심하다. 50대 이상이 되면 신진대사능력이 감소해 지방분해능력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탈모와 치통, 골다공증에 구취까지
전문가 “살 빼려면 느긋하게” 조언
29세 여성 A씨는 아침에는 토마토 주스, 점심에는 반식, 저녁에는 금식하는 스케줄로 2주일간 다이어트를 했다. 갑자기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았더니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급격하게 줄인 음식량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끼니를 자주 거르면 위장관이 비활동적이 되고 공복에 위산이 분비되어 발생한다.
위장관이 비활동적이 되면 변비에 걸리기 쉬운데 실제로 많은 다이어트 여성이 변비로 고통 받는다. 다이어트 기간에 소량이라도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신체 활동량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한 전문가는 “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 역류되는 위산을 내려가게 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 다이어트할 때는 신체활동량을 늘려 위장관 운동을 활발히 해서 변비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다이어트 후유증 중 대표적인 것은 식이 장애.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 부르는 거식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음식 섭취를 거부하거나 과도하게 운동에 몰두함으로써 심각한 체중 감소를 초래한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식사 후 이뇨제, 관장약 등을 과도하게 사용, 혹은 구토를 한다면 ‘거식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치아·식도 등에 염증과 상처를 주며 저혈압증·우울증 등으로 발전될 수 있으니 신속하게 전문가를 찾아 치료받는다. 거식증 환자는 자신이 거식증이라는 것을 부인한다. 증세가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 후에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잘못된 다이어트로 인해 흔히 걸리는 거식증은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핑핑 도는 현기증
몸에 돌 생기기도
다이어트로 초저열량식을 섭취하고 있다면 빠져나가는 체중만큼 돌이 생길 수도 있다. 심한 다이어트는 체내의 산 염기 대사에 불균형을 가져와 요로결석을 만든다. 전문의에 따르면 근육 및 지방을 분해하면서 신체엔 요산·젖산·칼슘 등 많은 대사물질이 생긴다. 지나치게 식사를 제한하거나 금식을 한다면 대사물질이 배출되는 과정서 혈액과 소변이 산성화되고 결정체가 만들어져 요석이 잘 생기는 환경이 조성된다.
담즙을 모아두는 담낭에 담석이 생길 수도 있다. 담즙이 정체되고 끈끈해지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식이요법은 담낭에서 담즙을 짜내는 기능을 약하게 해 담석 발생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칼로리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을 피하고 느긋하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특히 다이어트 기간 중 하루 2L 정도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서 두 번째로 다이어트약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에 해당한다며 “비만이 아닌데 더 날씬해지기 위해 다이어트 약을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소위 다이어트를 위한 약이나 보조제라고 하는 것 중에는 미국 FDA와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서 ‘체중조절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비만치료제’로 승인이 난 것과 각종 보조식품이나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지는 않았으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일부 약제들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체중조절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게끔 허가가 난 약제는 종류가 많지 않고 더군다나 3개월 이상 복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확보된 약은 거의 없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현재 처방되고 있는 비만치료제로는 체내서 지방흡수를 억제해 섭취한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지방성분의 일부를 대변으로 배설하게끔 하는 오르리스타트(지방분해제 orlistat)제제와 식욕이나 에너지소비에 관련이 있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이 있다”며 “이 중에 오르리스타트를 제외한 다른 약제들은 오래 전부터 처방은 많이 되어 온 약들이지만 장기간의 임상연구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 등을 고려해서 최대한 12주 이상은 사용하지 않게끔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 치료제
의사와 상의해야
시중에 다이어트보조제로 시판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약이 아니라 약간의 체중감량효과가 있는 성분이 포함된 보조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임상연구 후에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것들이 아니므로 약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보조제라고 하면 부담 없이 먹어도 되는 식품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결코 가볍게 생각할 성분들은 아니다”며 “사전에 본인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받고 복용 여부를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질환, 갑상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다이어트 약을 삼가야 한다. 또 소아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청소년들도 다이어트 약을 찾는 경우가 있지만 소아의 경우 임상 데이터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또 다른 가정의학과 교수는 “다이어트 약을 찾는 젊은 여성들 중에는 실제로는 정상 체중인데 심리적 압박감에 따라 살을 빼려는 경우가 많다”며 “다이어트 약을 고려할 수 있는 경우는 체질량지수가 30㎏/㎡을 넘는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증상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체질량지수가 27㎏/㎡을 넘을 때뿐이며 이때에도 의사와 상담해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경성식욕부진증이나 폭식경향이 있는 식사장애 환자도 다이어트 약을 피해야 한다.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을 갖고 있거나 부정맥 등의 심혈관질환 환자도 복용해선 안된다. 그는 “비만을 염려하는 청소년들도 대개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며 “단 소아비만이 심각해 의사 처방이 내려진 경우라면 비만치료제 중 오르리스타트(orlistat) 성분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체중감량을 위해 시술을 받거나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비만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이어트약에 의존할 경우 오히려 신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약 장기 복용할 경우
심장질환·신장질환 위험 증가
서울시소재 병원 내과 과장은 “갱년기 이후 여성이나 비만 노인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평소 체중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칼슘대사의 이상이 생기면 골다공증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충분한 칼슘섭취 및 영양관리 계획을 세워 체중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약은 부작용도 동반한다. 지방흡수억제제인 오르리스타트(orlistat)는 본인이 먹은 음식 내의 지방성분 일부를 대변으로 배설시키기 때문에 대변에 기름이 섞여서 나오는 ‘지방변’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또 속이 부글거리거나 복부 팽만감, 불편감 등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육류섭취가 많은 사람의 경우 방귀를 뀌기만 했는데도 기름 성분이 흘러나올 수 있어 실수를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도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는 “소위 식욕을 억제한다고 알려진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은 혈압상승과 변비, 불면증,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입마름, 식은땀 등의 부작용이 동반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들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폐동맥고혈압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인구 100만명당 2명 정도에게 발생할 정도로 희귀하지만 다이어트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까지 완치가 어려울 뿐더러 임신을 하는 여성의 2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해 세상서 가장 슬픈 질병으로도 불린다.
장 교수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의사들조차도 잘 모르던 폐동맥고혈압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 다이어트약을 복용한 전 세계 여성들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약물이 퇴출되는 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었기 때문”이라며 “해당 제품은 퇴출됐지만 다이어트 약의 특징상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위험성이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갱년기 여성
노인들 위험
지방흡수억제제인 오르리스타트(orlistat)를 복용하는 경우 식사 습관서 지방섭취를 줄이기보다 ‘기름진 것을 먹는 날에는 이 약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장혁재 교수는 “소화제조차 장기 복용할 경우 없던 병도 생기게 할 수 있는데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 다이어트 약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다이어트 약을 장기 복용할 경우 심장질환뿐만 아니라 결핵과 신장질환 발생 위험 등도 크게 증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