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분담’ 손학규-박지원 ‘밀월론’ 전모

2011.01.11 09:26:36 호수 0호

손발 척척…오가는 정 속에 ‘큰 꿈’ 싹 텄나

밖으로 도는 손…전국순회투쟁 마치고 ‘100일 희망대장정’
 안 공략하는 박…인사청문회 존재감 살리고, 조기전대 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또다시 밖으로 뛰쳐나갔다. 당대표 당선 후 계속돼온 민생행보를 시작으로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 후 천막농성과 전국순회투쟁을 벌인 끝에 100일간의 일정으로 ‘희망대장정’에 나선 것. 하지만 등 뒤는 든든하다. 녹록찮은 정치력을 자랑하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 원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손학규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주로 국회 ‘안’보다는 ‘밖’을 활동 영역으로 삼고 있다. 꾸준히 민생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천막농성과 전국 방방곡곡을 도는 순회투쟁을 벌이는 등 ‘원외투쟁’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

부창부수 따로 없네

새해를 맞아 지난 3일부터 100일간 전국 시군구를 순회하는 ‘희망대장정’에 돌입하기도 했다. 희망대장정과 관련, 손 대표는 “더욱 낮은 곳으로 더욱 깊게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도 민주당이 234개 지역을 직접 찾는 고된 행보를 통해 ‘수권야당’ 기틀을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대표의 ‘바깥나들이’가 잦은 것은 그가 ‘원외 대표’로 원내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손 대표도 “오죽하면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지지율 뻔히 떨어지는 것 알면서 길거리에 천막 치고 나앉겠나. 국회에서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몸부림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뭘 해봐도 손에 쥐는 게 없더라. 결국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올 한 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문제의 ‘시작점’이자 ‘해결점’이 될 원내 문제에 마냥 고개를 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원내 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12·31 개각을 단행하면서 박 원내대표가 활개를 칠 수 있는 멍석이 깔렸다. 현 정권 출범 후 치러진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에서 ‘정권의 저격수’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공격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

원내대표로 있는 만큼 직접 나서지 않고 총지휘만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지난 8·8개각을 통해 직접적인 공세 뿐 아니라 총괄적인 지휘 능력도 정평이 난 상태다.

이처럼 국회 안과 밖에서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다. 이를 ‘원외’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협조체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손 대표가 원내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화합보다는 갈등을 부를 여지가 큰 만큼 확실하고 안전하게 역할 분담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가 일각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들어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들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합의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대선 1년 전에는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르면 올 초 늦어도 중·후반기에는 대권을 책임질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손 대표는 야권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는 시간문제라는 것.

이미 손 대표가 지난 5일 “2012년 정권교체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두고 사실상 대선 출마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겠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당권을 잡을 이는 누구일까.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도 가능성이 있지만 박 원내대표의 도전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은 당권보다는 대권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조만간 자신의 학계 모임인 ‘미래정치경제연구회’를 포함해 정·재계 인사를 포함한 싱크탱크를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특정 목적보다는 정세균 정치의 내실을 키우는 노력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정세균 개인의 정치도 좀 더 내실 있게 준비할 때”라고 해 차기 대선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정 최고위원은 “앞으로 좀 더 책임 있는 정치를 준비해보기 위해 현실 인식이나 국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해야겠다는 취지”라며 대선 준비를 위한 것임을 부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에 당력 유력 인사 중 당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인물이 박 원내대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재선 의원이다. 하지만 18대 국회에 들어선 후 정책위의장을 거쳐 원내대표로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녹록찮은 정치 내공을 보이고 있다. 비록 여의도 생활은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권의 실세로 활약했던 힘이 적지 않은 것.

이제까지 그는 ‘중립’에 서 있었다. 당권을 잡게 된다고 해도 곧 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정치적 위치 선정에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는 있을 수 있다.

최고의 윈윈 전략?

특히 박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당선됐을 만큼 김 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김 전 대통령을 대신한 ‘호남의 맹주’로 떠오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상태다. 동교동계 인사 중 두드러진 정치 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민주당이 ‘집토끼’ 중 상당수를 품고 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정가 한 인사는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연대설 등에 대해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며 “목표하는 바가 분명히 다른 만큼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 원내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키’를 쥐고 있다는 생각에 직전 대표였던 정세균 최고위원 등 당내 인사들도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세 사람의 기싸움으로 인해 박 원내대표에게는 오히려 ‘엄정 중립’이 요구될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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