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쇄된 집창촌 가보니…

2016.04.05 10:17:31 호수 0호

얼큰하게 취한 노숙자만 가득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집창촌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집창촌이 사라지고 남은 자리는 허술한 관리와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돼있다. 노숙자들의 쉼터로 전락해버린 집창촌 거리. 기자가 직접 찾아가 봤다.



서울 영등포의 한 거리. 과거에 유해업소가 밀집해 있어 청소년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가 2014년 해제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집창촌 거리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어 현재는 이도 저도 아닌 꼴로 방치돼있다.

재개발 언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북적이는 도로를 등지고 철길 쪽을 향한 골목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오후 2시를 넘긴 한낮이지만 술에 취한 채 길바닥에 쓰러져 쪽잠을 자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언제 빨았는지도 모를 만큼 얼룩진 옷을 입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반쯤 풀린 눈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노려보는 사람들. 대부분 50·60대 남성들이지만 20·30대나 여성들도 눈에 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노숙생활을 했다는 A씨(63)는 도로에 누운 채 기자를 쳐다본다. 수건, 숟가락, 속옷 등이 바닥을 어지럽히고 있다. 나이가 들고, 심장도 안 좋아 일을 못 한 채 이렇게 누워 있는 날이 많다고 말하는 A씨.


골목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 B씨는 대뜸 “요새 죽을 맛”이라고 말을 걸어온다. “예전에는 종업원 6명을 두고도 일손이 달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죠.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부터는 하루에 밥 10그릇 팔기도 힘들어요”라며 B씨는 한참 목소리를 높이다 가게를 내놓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조금 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담배 피우는 노숙자들의 무리가 보인다. 그중 한 노숙자가 다가와 “담배 하나만”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곳에서 5년째 노숙생활을 하고있는 C씨는 다른 어느 곳보다 편하다고 말한다. 집창촌 골목이었던 탓에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거리. 사람들과의 접촉 자체를 싫어하는 노숙자들이 숨어들기 안성맞춤이다.

홍등 꺼진 이후…어둠과 침묵 깔린 거리
허술한 관리…‘먹고 자고’ 부랑인들 차지

영등포 집창촌은 영등포구가 영등포역 주변의 쪽방촌과 유곽지 일대 4만1165.2㎡에 대한 도시환경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서울시에 정비계획 결정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쪽방촌 거주민들의 이주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영등포역 근처에 거주 중이라는 D씨는 “이것(집창촌) 때문에 동네 분위기가 말이 아니에요. 요즘은 예전처럼 성행하진 않지만, 주변에 이런 게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늦었지만 여기가 없어지고 번듯한 건물이 들어선다니까 좋습니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성매매업소들의 휘황찬란한 오색불빛 아래 취객들을 부르는 여성접대부들의 소리로 시끌벅적했던 인천 옐로하우스 주변 200여m 거리는 을씨년스러울 만큼 어둡고 침묵이 흘렀다. 골목 입구에는 경찰이 내건 ‘성 구매자는 엄중 처벌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만이 나부끼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 해체작업 초기 여성 접대부들을 상대로 영업하던 일부 영세 옷가게나 미용실 등 업주들의 “왜 여기만 갖고 그러느냐. 업소 다 없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던 항의 섞인 목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몇 달 전만 해도 일부 업소가 불을 끈 채 밀실에서 영업하기도 했지만, 이날은 골목길 모퉁이 성인용품 판매점 불빛만이 요란스럽게 춤추고 있었다. 인근 식당에서 나온 취객 3명이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자 자전거를 탄 중년의 한 여자가 “아가씨 찾아요?”라며 이들에게 다가간다. 이 여자는 “모텔비 포함해 15만원인데 대신 노래방에서 놀고 2차는 모텔로 가야 한다”며 호객에 여념이 없다.
 

노래방 근처 포장마차에 들르자 주인은 “노래방이 오후 10시께부터 영업을 시작해 다음 날 아침 7시께까지 하는 것 같다”며 “일부 손님이 아가씨들과 함께 모텔로 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고 귀띔한다. 이 포장마차 주인은 “성매매업소들이 다 없어졌어도 모텔은 여전히 성업 중인 이유가 다 있지 않겠느냐”고 한마디 덧붙인다.

무관심으로 방치


심한 반발 의사를 보였던 업주들이 자진 폐쇄에 동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던 업주들이 대화에 끼어든다. 업주 강모씨는 “당시에는 분명한 보상이 이뤄진다고 했었지만 이후 아무런 얘기가 없다”면서 “정당한 보상이 없다면 자진 폐쇄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업주 이모씨는 “그때 도장을 찍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연말까지 단속을 안 하겠다’는 조건 때문이었다”며 “그런 사탕발림으로 도장을 받아가더니 정말 단속이 없어졌지만, 보상 얘기도 전혀 없이 폐쇄 시한만 다가온다”며 강하게 불만을 털어놓고 연신 술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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