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기-성영훈 ‘극비 미팅’ 내막

2016.03.28 10:14:42 호수 0호

정읍시장님은 권익위 왜 찾아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김생기 정읍시장이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찾아갔다. 권익위가 정읍시와 잔디로 간 갈등에서 잔디로의 손을 들어준 것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 일각에선 외압설까지 나온다.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최근 김생기 정읍시장과 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이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읍시와 권익위 등에 따르면, 김 시장은 지난 2월 잔디로 부지를 담당하고 있는 산림녹지과 전모 계장과 함께 권익위를 찾아갔다. 앞서 정읍시는 권익위가 잔디로에 손을 들어 준 것에 대해 ‘부당하다’며 지난 1월 재심을 청구한 상태. 김 시장이 성 위원장을 ‘왜’ 만났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재심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하려 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둘이 무슨 얘기?

정읍시는 김 시장이 권익위를 찾아간 것에 대해 인정했다. 하지만 외압행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읍시 관계자는 “권익위 결정이 부당해서 재심을 (청구)했다”며 “(김 시장은) 당시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에 방문하면서 겸사겸사 권익위에 갔다”고 말했다.

권익위도 김 시장이 성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 2월 비서실에서 김 시장이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잔디로와 별건으로 1월28일 있었던 행사 때문에 인사차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권익위가 정읍시에 시정권고를 한 것 때문에 (김 시장이) 찾아간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둘 사이에서 오고 간 이야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잔디로 관계자는 “사안을 심사하고 있는 권익위에 다름 아닌 사안 당사자가 찾아가 위원장까지 만났다”며 “어떻게 외압 등의 의심을 안 할 수 있겠냐. 둘이 분명히 사안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을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 시장과 성 위원장의 만남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은 얼마 전 있었던 권익위의 결정 때문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잔디로의 ‘산지 대행복구 중지’ 민원에 대해 정읍시에 시정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정읍시 부전동 1065 외 1필지에서 진행 중인 산지 대행복구를 중지할 것을 의결한 것.

잔디로는 2011년 8월 유스호스텔 건축 목적으로 정읍 부지의 허가를 받았으나 2013년 9월 취소됐다. 이후 산지복구공사를 시행하던 중 복구기간이 초과됐다는 이유로 대행복구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전계고 및 의견제출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게 잔디로 측 주장이다.

잔디로 관계자는 “산지복구가 미완료된 상태에서 정읍시는 대행복구를 한다는 뜻과 그 사유를 문서로 알리지 않았다”며 “그러고선 서울보증보험에 예치해놓은 산지복구비 보험금 11억3400만원을 청구해 전액 받아갔다”고 토로했다.

정읍시는 충분히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다. 당초 1년1개월의 공사기간을 줬는데도 모자라 공사가 지연됐다는 것. 수차례에 걸쳐 복구를 촉구하면서 ‘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할 경우 대행복구를 할 계획’임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정읍시 측은 “잔디로가 고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해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했다”고 맞받아쳤다.

권익위는 잔디로에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는 정읍시에 시정권고한 이유에 대해 산지관리법, 행정절차법, 판례 등을 들었다. 산지관리법 제41조 제1항에 따르면 기간 내에 복구를 완료하지 않으면 대행하게 하고 비용을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하게 돼있다.
 

권익위는 이 규정이 일반적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정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행정목적을 위해 국민의 신체·재산 등에 실력을 가해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

‘개발사업 갈등’ 잔디로 손 들어준 권익위
재심청구 후 시장이 위원장 찾아가 면담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행정절차법 제21조 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엔 미리 ▲처분의 제목 ▲당사자의 성명 또는 명칭의 주소 ▲처분하려는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및 법적근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뜻과 제출하지 않을 시 처리방법 ▲의견제출기관의 명칭과 주소 ▲의견제출기한 등의 사항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권익위는 정읍시가 잔디로에 이런 내용을 통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전통지가 불필요한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4항은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령 등에서 요구된 자격이 없거나 없어지게 된 사실이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해당 처분이 성질상 의견청취가 현저히 곤란하거나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통지를 안 해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다른 법령 등에서 필요적으로 청문을 실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지 않아도 당사자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2000. 11. 14. 선고 99두5870 판결 등 참조)

권익위는 “정읍시는 잔디로에 행정절차법에 따라 소정의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해당 사항을 통지하지 않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읍시는 복구기한이 만료되기 약 12개월 전부터 지속적으로 산지복구 착공을 촉구하면서 기한까지 완료하지 못하면 행정대행 집행 계획을 고지한 게 사전통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복구공사를 신속히 완료하라는 의사의 통지로서 효력은 인정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잔디로가 복구공사를 50% 정도 진행했고, 복구공사를 수행할 의사를 내비친 점도 권고 이유로 꼽혔다. 권익위는 “허가지의 대행복구 중지를 구하는 잔디로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가지의 대행복구를 실시한 정읍시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외압 의혹 제기

정읍시는 권익위 권고에 이의를 제기, 재심을 청구했다. 권익위 의견대로 조치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해 이를 다시 심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 그리고 얼마 뒤 김 시장이 성 위원장을 찾아갔다. 과연 김 시장은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이라는 옛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연 치고는 너무도 절묘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잔디로-정읍시 갈등, 왜?

잔디로와 정읍시는 청소년 유스호스텔과 온천개발 사업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정읍시가 내장산 입구에 추진했던 잔디로의 사업 허가를 갑자기 취소하고 산지 원상복구 명령을 하면서다. 잔디로는 전임 시장 때 정읍시와 투자 협정을 맺어 공사를 시작했지만, 김생기 정읍시장이 취임하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끼었다. 양측은 온천 사업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잔디로는 정읍시로부터 온천공 개발을 허가 받았으나, 정읍시가 이 또한 갑자기 취소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창>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