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데이’ 무학 운전기사 폭로 파문

2016.01.26 10:43:34 호수 0호

“나도 회장님한테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좋은데이’라는 전국구 히트상품으로 잘 알려진 주류업체 무학이 때 아닌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총수의 최측근으로 일했던 한 직원이 불합리한 처우를 폭로하고 나선 까닭이다. 무학 측은 불순한 의도를 지닌 공작으로 여기고 강경 대응을 천명한 상황이다. 자칫 ‘제2의 몽고식품 사태’로 번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논란은 몽고식품과 마찬가지로 창원지역 향토기업인 무학의 최재호(56) 회장이 자신의 수행운전기사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언을 내뱉고, 업무 외의 일을 시켰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좋은데이’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무학은 2013년 방영된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미팅하던 학생들이 “마산의 돈은 몽고간장·무학소주·시민극장, 이 오빠야들이 다 쥐고 있는 기라”라고 말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제2의 몽고 사태

수행운전기사였던 송모(43)씨는 2014년 4월부터 7개월 가량 최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다. 재직 당시 송씨는 수차례 폭언을 듣고, 최 회장 집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무학 측은 지난 16일, 운전기사가 “돈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먼저 송씨를 공갈협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무학이 송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어졌다.

논란은 송씨가 지난 16일 “최 회장에게서 ‘야 임마’ ‘야 새끼야’ 등의 폭언을 수시로 듣고 서울 회장 자택의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해야 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송씨 주장에 따르면 최 회장의 운전기사 업무 외에 최 회장 부인과 딸 수행을 수시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울에 있는 최 회장 자택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거나 회사 생수를 최 회장 자택으로 배달하고, 최 회장 가족 차량을 세차하는 일, 애견센터에서 애완견을 찾아오는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7개월 근무 기간 동안 한 달 평균 3일 정도밖에 쉬지 못했고, 새벽에 퇴근하는 날도 상당수였지만 제대로 근무 외 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 외에도 송씨는 최 회장으로부터 “운전하는 놈” “인생의 패배자”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퇴사를 결정한 송씨는 무학 측에 주말도 없이 일했던 근무 외 수당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무학 측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송씨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제소하겠다고 하자 무학은 1118만원의 수당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무학 측은 “운전기사인 송씨가 근무한 7개월 중 근태 기록이 9일밖에 없다. 무학 서울사무소가 송씨 근태와 관련해 담당 부서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송씨는 근무기간 중 대부분을 최 회장 자택으로 출근했기에 정확한 근태 기록이 남지 않았다.

무학 측은 몽고식품과 닮은 지금의 상황 때문에 운전기사 송씨의 폭로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바로 송씨가 몽고식품 김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달 28일에 무학 쪽에 연락을 취해 ‘회장님 갑질’에 대해 처음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툭하면 폭언…업무외 집안일도 시켜
회사 “먼저 금품요구” 검찰에 고소

2014년 10월에 무학을 그만두고 나왔던 송씨가 1년 2개월 가량 연락이 없다가 몽고식품 회장님 갑질 논란이 한창일 때 연락을 한 상황이었다. 무학 측은 “갑자기 송씨로부터 연락이 와서 ‘몽고식품 갑질을 아느냐’라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며 “대표이사에게도 전화를 했다. 비슷한 지역 기업인 몽고식품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활용해 금품을 얻어내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후에 무학은 법무팀 자문을 받아 송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송씨가 최 회장의 갑질 내용을 폭로하자 무학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씨가 ‘경쟁사에서 회장의 갑질에 대해 제보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거나 ‘몽고식품의 경우 폭행당한 기사와 합의금으로 1억5000만원을 지급했다’는 말을 하며 비슷한 수준의 금품을 요구하는 태도를 취했다”며 송씨와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무학 측은 이어 “만약 최 회장 횡포 내용이 방송에 나가면 무학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무학에서 합의금을 주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겠다”고 금전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또 “뒷날 통화에도 무학에서 어느 정도 사례를 해주면 방송에 최 회장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를 어길 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합의서를 써줄 수 있다”고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송씨는 몽고식품측 합의내용까지 언급하며 방송국 인터뷰를 앞두고 있으니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무학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송씨는 "먼저 돈 얘기를 꺼낸 적이 없고, 무학에서 회유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주장을 뒷받침해줄 다른 사람도 있다”며 “금전적인 요구보다는 진실을 알리고 싶어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고 말했다.


돈 노리고 협박?

최근 기업 회장들의 갑질 논란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가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며 폭로해 ‘회장님 갑질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며칠 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결국 28일 김 명예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명예회장직에서 내려왔다.

몽고식품 회장 갑질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무학과 운전기사의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제2의 회장 갑질 논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장 갑질’ 몽고식품은 지금… 

창업 111년, 국내 대표 장수기업인 몽고식품이 2세 경영인인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직원 폭행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 전 회장이 운전기사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해왔다는 사실이 연일 폭로되면서 장맛에 익숙해졌던 소비자들이 분노하며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사가 김 전 명예회장의 '갑질' 파문으로 111년 기업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승승장구하던 몽고식품은 지난해 연말 김 전 명예회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운전기사가 나타나면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몽고식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펴졌다. 몽고식품은 곧바로 사과하고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불붙은 반기업 정서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름대로 제품 경쟁력을 갖고 장수를 누렸던 향토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문제가 아닌 경영진의 ‘갑질’이란 도덕성 문제로 한순간에 추락 위기를 맞은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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