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1등 고객무시도 1등 …“책임이 없는데 무슨 보상”

2010.08.31 09:10:00 호수 0호

안전불감증 심각한 하나투어 실태

최근 백두산 트레킹 사망 등 사고 잇따라 
책임 회피 급급 … “개인 과실로 몰아라”



민족의 정기가 어린 백두산.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그런데 7월 들어 백두산이 시끄럽다. 트레킹에 나선 관광객들이 잇따라 사망했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태운 버스가 전복돼 후원자 대학교수가 세상을 등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투어다. 모두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에 나섰다. 유족들은 하나투어가 관광객을 위한 안전에 무관심해 사고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또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피해자나 유족에게 과실을 뒤집어씌우려는 작태를 보였다고 분개한다. 국내 여행업계 1위를 자처하는 하나투어. 쉬쉬하는 사고 내막을 들춰봤다.

한국인을 태운 백두산 관광버스가 지난 8월22일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전복돼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각장애인 20명과 봉사단체 회원 20여명, 총 40여 명으로 구성된 한국인 관광단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가던 중 버스 1대가 뒤에서 급히 끼어드는 승용차를 피하려다 길 옆 전봇대를 들이받은 사고다.

숨진 고씨는 모대학 교수로 시각장애인 시설을 후원해 왔으며 부상자 3명 역시 시설 관계자와 후원자들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행업체는 하나투어다.

여행사 책임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초 34명의 내국인이 백두산 트레킹에 나섰다가 조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나투어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비와 바람, 안개까지 낀 악천후 속에서 길을 나섰다. 이 가운데 9명이 조난당하고, 16시간이 지난 뒤에야 산에서 내려왔다. 이 중 3명은 저체온 증상을 보여 심폐소생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50대 여성 김모씨는 저체온증에 이어 탈진으로 숨졌다.


산악가이드가 2명 있었지만, 산에 익숙한 현지 산악가이드가 아니었다. 더구나 한국말을 잘 몰라 대화도 통하지 않아 주의사항도 듣지 못했다는 게 트레킹 참가자들의 주장이다.

당시 백두산 트레킹에 나섰던 일행들에 대한 보상은 현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온라인상에 ‘하나투어 만행을 고발합니다’ 등의 카페를 만들고 피해사례를 모집하는 등 하나투어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당시 트레킹에 참가했던 일행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에 따르면 응급상황 대응 조치 미흡, 부적격자 산악가이드, 안전교육 미실시 등이다. 9명이 조난당한 시점에도 현지가이드는 추가적인 구조원 요청도 하지 않았고, 차량 요청 등의 응급상황 조치도 전무했다. 산행 일행이 조선족 1명을 포함한 6명의 현지인을 돈을 주고 고용한 후 낙오한 9명의 구조를 도왔다는 것. 결국 구조는 산행 동반자 4명과 현지 고용인 6명이 다시 역산행을 해 실신한 2명은 현지인들이 업고 내려 왔고, 나머지는 부축해 내려왔다.

또 산행에 동반한 2명의 산악가이드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 점도 지적했다. 한국말을 못하는 산악가이드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등산로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산행 일행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또 2명의 산악가이드가 앞과 후미에 위치해 있어야 함에도 앞과 중간에 위치해 있어 악천후 속에서 후미에 있던 일행들이 뒤처지면서 결국 사고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유족과 피해자들은 하나투어의 무성의한 대처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망한 김씨의 유족이 중국에 도착하자 하나투어 측에서 동의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내용은 산악가이드가 계속 내려가도 좋다고 말을 했음으로 결국 개인 과실로 발생한 사고라는 요지다. 사망 사인도 처음에는 ‘저체온증’으로 되어 있던 것이 공안으로 넘어가면서 ‘심장병’으로 바뀌어졌다는 것. 유족들은 이 모든 것이 하나투어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모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분(관광객)들이 통역을 붙였어야 하는 게 맞지요. 저희가 컨트롤할 수 있는 가이드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7월에도 하나투어 백두산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던 여성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개인 지병으로 밀어붙여 보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백두산에서 하산하던 중 무리한 여행으로 급성심근경색 증상을 보였으나 여행사 측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행한 일행이 모든 것을 챙겼다. 이 여성은 증상이 악화돼 백두산 인근 연변대학병원에 입원했으나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유족들은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에 나선 고객이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하나투어 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시신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출발할 때도 비행기표가 없다며 무성의한 모습만 보였다. 결국 지인을 통해 표를 구해 출발할 수 있었다. 더구나 하나투어 측에서 “이사회의 결과, 더 이상 유족들에게 지원할 내용이 없다”는 것을 통지했다.

속속 드러나는 사건

유족들은 “하나투어가 지원해 준 것이 뭔지 모르겠다. 병원비, 장례비, 체류비, 유족들이 시신을 찾기 위해 중국을 다녀온 경비 등 모든 비용을 유족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현재 하나투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체육부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국내여행과 다르게 법 적용이나 관리 감독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조만간 여행업협회 등과 조율해 해외여행 안전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도 “여행사 자체가 밝히지 않는 한 해외에서의 사고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아 알기 어렵다”며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밝혔다.

8월 초 백두산 트레킹에서 조난당했던 일행들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한명인 이모씨는 “여행 업계 1위인 하나투어와 하나투어 상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참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결과는 믿음과는 달리 업계 M/S 1위 회사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내일 당장 문을 닫을 회사라도 고객을 이렇게 헌신짝 취급은 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책임 회피성 논란은 그만 두고, 망인의 영혼을 위로해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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