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역대 당 대표 중 이렇게 책임 안지는 대표는 처음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의고사 격으로 치러진 10·28재보선에서 참패했지만 전혀 반성하는 모습이 없어서다. 이에 대한 반발로 비주류 측은 최고위원 집단사퇴를 통한 지도부 와해나 분당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무책임 리더십이 불러온 참사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 리더십’에 대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은 전국 24곳에서 동시 실시된 지난 10·28재보선에서 고작 2곳에서만 당선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 지도부는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지 않아 국민들의 관심이 적었던 탓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곱씹어 볼수록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서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비주류 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 대표
총선 먹구름
한 비주류 의원은 “모의고사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면 본고사에서도 낙제점을 받는 것은 기정사실 아닌가? 최소한 모의고사에서 왜 낙제점을 받았는지 원인 분석 정도는 해봐야 되는데 현재 당 지도부는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라며 아무 대책 없이 본고사를 보려한다”고 꼬집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참패할 수밖에 없지만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당내 쓴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 재보선에서 참패한 후에도 한동안 잠잠했던 비주류 의원들이 최근 문 대표를 공개적으로 성토하고 나선 이유다.
황주홍 의원은 “선거마다 져도 미안하다 말 한마디 없어 참 희한한 리더십”이라며 문 대표를 비판했고, 대구에서 뛰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10·28재보선 참패는 국민의 경고장인데 왜 무덤덤한지 모르겠다”며 에둘러 문 대표를 비판했다.
10·28 재보선 참패…당내 불만 고조
총선보다 당권에 집착 “진짜 이유는?”
조경태 의원은 “역대 당 대표 중 이렇게 책임 안지는 대표는 처음”이라며 아예 공개적으로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에 더욱 열을 올리며 당내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실제로 문 대표는 10·28재보선 다음 날 참패에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이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문 대표는 역사학계와 교육계 등 전문가들과 교육주체들이 두루 참여하는 역사 교과서 관련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은 검토해 볼 가치도 없는 설익은 제안이라며 문 대표의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다. 그런데 문 대표는 이후 사회적 논의기구와 관련한 언급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비상한 결단을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그것도 말뿐이었다. 문 대표가 해당 제안을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일회성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이 문 대표를 살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역사교과서 올인
혁신은 나중에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여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실패를, 야당은 선거마다 연전연패한 문 대표 책임론을 역사교과서 문제로 덮고 있다”며 “여야가 대립적 공생관계로 국정화 정국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의 불만이 고조될수록 문 대표와 당 지도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투쟁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에선 이쯤에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주류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때도 입증됐지만 아무리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한다면 절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이념 대결로 가면 보나마나 여당이 승리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와 예산 확보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당 지도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투쟁에만 몰두하면서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난 4일 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정화 문제를 푸는 데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국정화 정국에서 당이 국정화 저지를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국민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되기 위한 혁신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반대 여론이 높아도 선거에선 연전연승하니 박 대통령과 여당이 눈 깜짝 안하는 거다. 단순 투쟁만으로는 답이 없다. 야당 의원들이 단식투쟁하다 전부 굶어죽어도 박 대통령은 신경도 안 쓸 사람”이라며 “박근혜정부를 정신 차리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친박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집중되자 “다 지나가는 바람”이라고까지 했다. 야당 의원들이 뭐라고 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다. 최 부총리가 국정감사장에서 이런 거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여당이 선거마다 연전연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총선에서 패하고 나면 바로 다음해에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독단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움직임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리가 대권까지 잡으면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는 너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당장 급한 것은 내년 총선인데 왜 허공에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당내에선 문 대표의 무책임 리더십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표는 정치입문 때부터 무책임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었다. 문 대표는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문 대표는 당시 부산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주변 인물들로 부산 지역 공천을 독식하고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구축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문 대표를 제외한 이른바 문재인계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고, 총선 이슈가 낙동강 벨트로 쏠리면서 전체 선거 판세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특히 당시 문 대표가 강력하게 요구해 전략공천을 받은 허진호 후보의 경우는 무소속 후보에게도 밀려 3위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연히 선거 후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문 대표는 사과하지 않았다. 이후 문 대표는 아무런 반성 없이 대선에 출마했다가 패배했고, 당 대표 취임 이후 재보선 연패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친노 패권주의
당권만 관심?
최근에는 대선 기간 의원직을 걸라는 주변의 요구에도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끝까지 의원직 사퇴를 거부했던 문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지역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쉽게 포기할 지역구였으면서 대선 때는 왜 끝까지 의원직 사퇴를 못하겠다고 버틴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문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문 대표는 혁신안 갈등으로 당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문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당무위원회는 투표도 없이 박수로 문 대표의 재신임을 가결시키면서 결국 비주류의 입을 막기 위한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수 가결에 반발해 당시 비주류 인사 수십명이 집단 퇴장했으며 최원식 의원은 “마치 유신 같다”고 문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 대표는 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무책임 리더십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물러나고 나면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비주류 측 인사들이 문 대표를 만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할 때마다 문 대표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에 대해 비주류 인사들은 “왜 문 대표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당에는 문 대표 외에도 훌륭한 분들이 많다”며 문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안철수는 바로 대표직 던졌는데…
여당에 연전연패해도 ‘나몰라’
때문에 진짜 속사정은 따로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문 대표가 계파 수장 역할을 맡고 있는 친노계의 경우 패권주의, 폐쇄성 등이 항상 문제였는데 문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사실상 친노 진영도 함께 물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 대표가 책임을 지고 싶어도 책임을 질 수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총선 승리보다 당을 장악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야권은 81석밖에 얻지 못하며 참패했지만 친박연대 등과 연대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권만 장악하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야권 승리보다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 시절에는 70~80석으로도 야당 구실을 했다. 구심점 없이 비노와 친노로 나뉘어 덩치만 큰 야당보다는 의석수가 적어도 친노끼리 뭉쳐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1야당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주류 반발
분당 가시화?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현재 문 대표의 행태를 보면 심지어 총선에서 패하고도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당을 친노 진영이 완전히 장악하고 나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총선에서 패해도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해 문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버티면 우리가 어쩌겠나? 친노계가 60년 역사의 야당을 장악하고 독재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 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문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못을 박자 비주류 측에서는 집단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성명서를 발표한 후에도 문 대표의 반응이 없다면 최고위원들의 집단 사퇴를 통한 지도부 와해나 분당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무책임 리더십이 불러온 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