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2년 ‘마을공동체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7년까지 975곳의 마을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박 시장은 마을공동체 의식을 회복시켜 서울 곳곳에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보수 진영에선 박 시장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 곳곳에 ‘좌파 양성소’를 만들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치열한 이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을공동체 사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12년 ‘마을공동체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7년까지 975곳의 마을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박 시장은 마을공동체 의식을 회복시켜 서울 곳곳에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박 시장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 곳곳에 ‘좌파 양성소’를 만들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치 편향
서울시가 지금까지 수백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 중 성미산마을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성미산마을은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마을공동체 중에서 규모도 가장 크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성미산마을에 속해 있는 주민만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미산마을 조성을 주도했던 마을 주민 유창복씨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시가 만든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에 임명돼 현재까지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유창복 센터장이 만든 (사)마을이라는 사단법인은 서울시로부터 725억원에 달하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수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길을 닦고 새 건물을 신축해 부동산 가치를 올리려는 사업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진 경쟁의 가속화, 불균형 성장, 개발 위주 정책들로 인해 피폐해진 시민의 삶을 치유하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서는 30년 넘게 마을공동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때문에 박 시장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한때 한국형 리얼 유토피아 건설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한 언론보도를 통해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은 일부 마을공동체가 진보신당 당원들이 설립해 운영하는 단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 시장이 사실상 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시 곳곳에 좌파 양성소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진보신당 측은 기사에서 언급된 ‘구로 민중의 집’과 ‘중랑 민중의 집’이 진보신당 당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공간은 맞다면서도 거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평범한 마을 사람들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에선 마을공동체 사업이 사실상 좌파 양성소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성미산마을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특정 정당 소속이거나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고, 전교조 출신 해임 교사 등도 성미산마을에 참여하고 있다.
성미산투쟁을 이끌었던 ‘성미산대책위’ 위원장 문치웅씨는 지난 2006년 민노당 후보로 마포구의원 선거에 출마했었으며, 성미산마을 내에 있는 ‘민중의 집’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오진아씨는 2010년 진보신당 후보로 마포구의회 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 2014년에는 정의당으로 당적을 바꿔 재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논란이 됐던 성미산마을은 그 후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성미산마을을 직접 찾아가봤다. 마을 곳곳에는 세월호를 추모하는 게시물과 현수막 등이 어지럽게 나부끼고 있었다. 망원역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져 있는 곳인데 덕분에 성미산마을은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서울 한복판에 좌파 마을 만들었다고?
마을공동체 사업에 수백억…규모 가장 커
한 마을 주민은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별로 특별할 것은 없다”면서도 “가끔 자기들끼리 거리에 나와 행사나 집회 등을 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성미산마을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건물주들의 입장은 달랐다. 성미산마을 개발 문제만 나오면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서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별칭을 부른다는 것이다. ‘사이다, 은하수, 오렌지, 나비, 딱풀, 느리, 까칠이’ 등이 그들의 별칭이다. 그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별칭을 부르는 것은 나이차에 따른 거부감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하게 지내기 위함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주민들만 사용하는 ‘두루’라는 화폐를 만들어 사용하는 점도 약간 특이한 점이다.
성미산마을에서 운영하는 울림두레생협에서는 각종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박근혜정부 노동개혁 반대 등의 내용이었다. 마을 곳곳에는 정치적 선전물이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뿐이라며 정치 성향과는 관계없는 활동이라고 항변했다.
성미산마을의 한 관계자는 “마을 주민 중 상당수가 박근혜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 행동은 마을공동체 차원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마을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벌이는 일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건 그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라고 못 박았다.
한편 성미산마을 시민공간 나루에는 환경정의, 한국여성민우회, 녹색교통운동,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이 입주해있다. 환경정의의 사무처장 역임한 서왕진씨는 박 시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시장정책수석비서관을 맡고 있다. 또 서울시는 지난 1월 한국여성민우회 김연순 이사를 서울시 명예부시장으로 위촉했다. 여기에 입주해있는 시민단체들이 박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성미산마을의 교육이다. 성미산마을은 공공육아를 위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초·중·고 과정까지 자체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학교는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성미산학교를 나와 대학에 진학하려면 따로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그 안에서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일부 커리큘럼이 공개되기는 했지만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특정 정치적 색채를 띤 교육을 한다고 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 실제로 공개된 성미산학교의 커리큘럼에는 밀양송전탑 도보 행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교육현장은 정치중립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런 학교에서 정치중립적인 교육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문제 제기다.
한 마을 주민은 “이들이 직접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행동은 하지 않지만 마을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를 비판하는 각종 전단지를 돌리고 서명운동을 하는데 마을 주민들의 정치 성향도 조금씩 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들 교육까지?
보수 진영에서는 “보통 해외의 사례를 보면 평범한 시민들이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왜 박 시장이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서는 과거 운동권 세력이나 정치인 등 좌파성향의 인사들이 주축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핑계로 서울시 곳곳에 박 시장에게 유리한 좌파마을을 육성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런 마을들을 육성하는데 수백억원에 달하는 서울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으니 더 큰 문제다. 과연 성미산마을은 마을공동체의 모범사례일까? 아니면 마을공동체 육성을 가장한 좌파양성소에 불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