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분쟁' 수세몰린 신동주 반격카드

2015.10.26 10:01:36 호수 0호

하다 하다…동생 씹고 다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동생에게 ‘한 방’ 먹은 형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수세에 몰렸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의 시작을 알렸다. 그 첫 시작으로 언론사를 순회하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론전일 뿐,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한 방에 보낼 ‘희든 카드’가 필요하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비리 첩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형이 동생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까. 

 


지난 10월1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서울 종로 그랑서울빌딩 18층에 새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SDJ코퍼레이션. 신 전 회장의 본명을 딴 것이다. 주요 사업은 전자·생활제품 무역업과 도소매업이다. 
 
인터뷰 자처
 
신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1차 형제의 난 때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참패를 당해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의 한국 법인 설립에 대해 “경영권 분쟁의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일주일 뒤인 10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과 소송을 진행, 복직은 물론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총괄회장직 복귀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나섰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경영을 관장하며 주로 일본에서만 활동했다. 하지만 이번에 본인의 SDJ코퍼레이션을 출범시킴으로써 한국에서의 활동을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제2차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그 핵심 인물로 민유성 DSJ코퍼레이션 고문을 영입한 것이다. 민 고문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산업은행 총재와 산은지주 회장을 겸임했다.
 

민 고문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패한 이후 자문을 맡기 시작했다. 민 고문은 한국어를 못하는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이끌었으며,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신 전 부회장 측의 입장을 대외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또  민 고문은 화려한 인적네트워크를 총동원하면서 법조계 유력 인사 등을 포함한 돌격대 구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소송대리를 맡은 조문현·김수창 변호사는 민 고문의 경기고 동창이이다. 신 전 부회장에 대한 언론대응을 맡은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산업은행 홍보팀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민 고문의 인맥으로 신 전 부회장 사단에 가담했다.
 
 
최근 한 언론과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것도 고문단 작품이란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통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을 일정 부분 불식했고 더불어 신 총괄회장의 후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란 정통성도 확보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의 이런 움직임에 “지능적으로 신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이사회 장악에도 나섰다. 신 총괄회장 인터뷰 이후인 10월14일 신 전 부회장은 본인 지분 50%에 더해 신 총괄회장에게 주식 한 주를 증여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광윤사 이사회를 장악,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배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19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병원을 간 것을 두고 롯데그룹과 신 회장 측이 또 다시 충돌했다. 롯데그룹은 “2∼3시간 넘게 행선지도 알려주지 않고 고령의 총괄회장을 임의로 이동시켰다”며 신 전 부회장의 병원행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아들이 아버지(신 총괄회장)를 모시고 건강검진을 받고 돌아오는데 비서실에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고 응수했다. 의외로 신 전 부회장의 행보에 신 회장은 명분마저 잃고 있는 양상이다. 
 
신 전 부회장은 스스로 언론사를 찾아 인터뷰에 나서는 등 연일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언론사 순방에 나서며 경영권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인터뷰 내용도 구체적이고 노골적이다.
 
소수정예 조직 정비…본격 행동 나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신동빈 회장 조롱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일본 롯데를, 신 회장이 한국 경영을 해야 한다는 안을 제시한 것은 물론 “아버지(신 총괄회장)는 이미 나에게 후계 자리를 넘겨준 상황”이라며 자신이 사실상 후계자로 자처하는 등 대담한 태도를 보였다. 
 

신 전 부회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내가 후계자라고 써준 문서가 있다”며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분쟁이 발생한 현 상황에서는 아버지가 다시 롯데그룹의 경영 총괄에 복귀한 뒤 나와 동생 중 능력이 있는 쪽으로 후계자를 최종 결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가 우리의 역할을 국가별로 나눌지 비즈니스 섹터로 나눌지는 나중의 일”이라며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은 아버지의 총괄 경영권을 되찾은 뒤 일본은 내가, 한국은 동생이 경영하는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그 동안 속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업이 엄청난 액수로 손실을 보고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아버지에게 보고되지 못했다”며 “롯데그룹의 중국 투자 관련 자료를 한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고, 손실 규모에 놀라 아버지에게 보고했으나 제대로 모르고 있어 더 놀랐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가 왜곡된 정보로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이 이사회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 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엔의 손실을 보고 해임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10억엔 투자 손실이 났다는 IT 시스템은 현재 일본 롯데에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지난해 가을 일본 코카콜라에까지 판매된 시스템”이라며 “개발 후 성공적으로 적용되고, 다른 기업으로의 판매에 따른 이익도 보게 된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롯데홀딩스와 신 회장의 이런 음해가 바로 현재 롯데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시발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와 신 회장은 왜곡된 정보로 음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결국은 본인들 스스로 불법적 경영권 쟁취 과정의 시작을 공개함으로써 자가당착에 빠진 결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전 부회장은 또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신 회장을 코너에 몰아넣을 때까지 경영권 분쟁 상황을 끌고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 해임을 주도했던 고바야시 마사모토와 쓰쿠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을 갱으로 비유했다. 신 전 부회장은 “갱들이 서로 연합해서 금괴를 탈취했는데, 그 중 한 명이 자수를 하겠다고 한다면 서로 그냥 두겠는가”라며 “현재 신 회장에게 갱들이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와 같다”고 말했다. 
 
골만 깊어져
 
신 전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수세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 차례 고배를 마셨을 뿐만 아니라, 신 전 부회장이 ‘진흙탕 싸움을 주도하는 게 아닌가’라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신 전 부회장에게는 신 회장을 '한 방'에 보낼 반격카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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