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100평 사장실 주인은?

2014.09.15 11:34:58 호수 0호

사무실 크다고 일 잘하나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의 사장실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너무 호화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방궁’이란 말까지 보태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실일까. 구설에 오른 사장들의 방문을 열어봤다.
 


한 공기업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사옥 압수수색에 나섰다. 가장 먼저 털려고 올라간 곳은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수사관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대궐 같아서다. 넓은 공간은 물론 ‘으리으리’한 인테리어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수사관들 사이에선 “여느 재벌 회장 집무실과 견줘도 손색이 없겠다”는 감탄과 함께 “회사는 적자인데…”란 혀 차는 소리가 교차했다는 후문이다.

방문 열어보니…
 
공기업 사장실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너무 호화스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아방궁’이란 말까지 보태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공기업들은 대부분 본사를 신축 이전하면서 특히 사장실에 신경 쓰고 있다. 먼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도마에 올랐다. 그의 집무실은 313㎡(약 95평) 규모다. 한 언론은 중·고등학교 교실과 비교해 4배 크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급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실보다도 2배 가까이 넓다고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채는 26조6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최대 165㎡(약 50평)로 제한된 정부부처 장관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실보다 훨씬 넓은 공기업 사장실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이달 말까지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다. 부채가 31조원이나 되는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분당사옥보다 4배 가까운 부지에 2869억원을 들여 잔디축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농구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때문에 빚더미 공기업이 신청사를 호화판으로 짓는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사장실도 호화스럽다. 비서실과 접견실, 집무실까지 합친 면적이 250㎡(약 76평)나 된다. 바닥에 대리석이 깔리고, 개인 화장실엔 샤워시설까지 갖춰져 있다고 한다.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7월 신사옥 현장을 점검하면서 자신의 집무실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대구혁신도시 신사옥에 입주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실은 283㎡(약 86평)에 이른다. 공단 신사옥은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연면적 2만2778㎡)로 2011년 12월 착공해 지난해 11월 완공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부채는 9908억원이다.
 
빚더미 공기업들…CEO 집무실은 으리으리
70∼90평 아방궁 “장관실보다 넓고 화려”
 
이밖에 부채가 18조5166억원인 한국석유공사의 사장실은 302㎡(약 92평), 2161억원인 한국광해관리공단 사장실은 232㎡(약 70평)로 나타났다. 물론 두 사무실 모두 장관실보다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사장의 사무실만 봐도 방만 경영 정도를 알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크기를 제한하는 장관 사무실과 달리 공기업 사장실은 전혀 규제가 없다 보니 앞 다퉈 경쟁하듯 호화롭게 만들고 있다”며 “지나치게 큰 크기도 문제지만 대리석 등 최고급 자재로 지나치게 호화롭게 꾸미는 것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사기업들은 어떨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기업과 반대로 사장실 규모를 줄이거나 문을 활짝 여는 추세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2011년 말 취임 직후 자신의 사무실을 개조했다.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했던 응접실을 없앴다. 대신 기업문화팀을 배치했다.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업문화팀을 곁에 두고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최 사장의 결단이었다. 평소 소통 경영을 중시하는 최 사장은 찾아오는 중요한 손님이 있으면 임시로 응접실을 만든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온기선 동양자산운용 사장은 직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이 없다는 걸 고민하다 지난 3월 자신의 방을 없애고 직원을 위한 사내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사장실을 비운 온 사장은 전보다 작은 방으로 옮겼다. 기존 사장실은 30여석 규모의 카페로 리모델링 됐다. 한쪽엔 여직원만을 위한 휴게실도 따로 만들었다.
 

서울 역삼역 카카오 사무실엔 사장실이 따로 없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의 자리는 홍보담당직원 옆자리다. 누가 사장이고, 누가 직원인지 모를 정도다. 이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 경쟁력에 대해 “내 방이 따로 없는 게 경쟁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호화스럽다”
 
재계 관계자는 “공기업과 달이 사기업의 경우 사장실이 갈수록 작아지거나 개방되고 있다”며 “임직원 사기 진작과 소통 등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전 같으면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러다간 당장 쫓겨날 것”이라며 “현장 업무가 중요시되는 시대다. 사무실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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