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소속사 법정 대결, 새해부터 터진 소속사 분쟁 ‘쟁점은?’

2010.01.19 10:15:00 호수 0호

‘신뢰’는 어디로 갔나…


잠보 측 “함께한 시간 허망”
소송 원인은 대부분 ‘돈’

배우 강지환이 새해 벽두부터 전속계약 해지 문제로 갈등의 중심에 섰다. 강지환은 지난 6년여 간 몸담고 있던 잠보 엔터테인먼트에 최근 전속계약 해지 내용증명서를 보내 계약을 중단한 뒤 에스플러스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다. 8일 새 소속사인 에스플러스가 강지환과의 계약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자 같은 날 오후 잠보 측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맞대응에 나섰다.

잠보 측은 “강지환을 2004년 5월 조태규라는 이름의 뮤지컬 배우 시절에 만났다. 2007년 재계약을 했고, 2010년 8월7일까지 전속계약 효력이 미친다. 잠보의 강지환에 대한 전속 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강지환이 다른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소속사를 옮겼다는 건 전속계약을 위반하는 이중계약에 해당한다”며 “전속계약의 위반에 대해 자문변호사와 협의 후 곧 대응하겠다. 모든 법적 책임이 정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잠보 측은 이어 “신인 강지환 때 회사도 신인배우를 키우는 작은 회사였다. 회사는 강지환을 위해 온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했다. 회사가 고생한 것 이상으로 강지환이 성장해 보람도 있고 직원들도 웃을 일들이 더 많아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잠보 측은 또 “하지만 전속계약 종료 전에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떠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고작 8개월 남았는데 6년 가까이 한 가족처럼 보내온 시간들이 갑자기 허망해졌다.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기와 부를 얻을 때 뒤에서 이름 없이, 얼굴 없이 일했던 사람들이 이를 준비하고 받아들일 시간을 주는 게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겠냐”고 강지환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최근 스타들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 연예계에 불어닥친 소송 바람의 원인은 무엇보다 ‘돈’에서 찾아진다.

연예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이권 다툼과 갈등도 커졌기 때문이다. 모 연예기획사 대표 H씨는 “특히 3~4년 전부터 본격화된 연예기획사들의 인수 합병과 코스닥 우회상장 열풍은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몸집을 키운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고자 한 반면 기획사를 옮겨 다니며 수시로 계약금을 챙기는 얌체 연예인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몸값은 종전 계약 파기에 대한 위약금을 치르고도 남는다. 심지어 일부 연예 기획사나 영화 또는 드라마 제작사는 위약금 이상의 몸값을 제시하며 스타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의 법적 구속력은 무의미한 휴지조각이 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계약 당사자 간의 감정싸움은 추악하기 그지없이 펼쳐져 연예계의 구조적 후진성을 드러낸다.

사소한 부분에 대한 흠집 잡기부터 사생활에 대한 공격까지 이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미지 실추로 인한 상품성 손상, 신뢰도 추락, 생명력 단축 등의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된다. H씨는 “몇 년 전부터 연예인들이 일에 대한 지원이나 신뢰보다는 돈을 쫓아 기획사를 찾는 풍조가 당연시되고 있다”며 “기획사들 역시 정상적인 이익 창출보다 수익을 외부 자금 유치에서 찾다 보니 서로 상대를 이용하려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연예인은 기획사를 옮겨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인 때부터 모습을 보아온 원제작자에게는 하기 싫은 스케줄을 빼 달라거나 사소한 것에 대해 나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 등이 쉽지 않으나 스타급에 올라 거처를 옮기면 부담 없이 요청할 수 있다. 연예산업의 특성상 활동에 쓰인 비용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고, 연예인과 기획사간 수익을 둘러싼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계약 초기부터 법적 자문을 구하는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예인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L 변호사는 “최근 들어서는 연예인 전속계약을 위한 계약서 양식이 많이 보급되고, 수익구조나 회계 등에 있어서도 사전 법적 검토를 의뢰하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등 연예산업 풍토개선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H씨는 “아무리 처음부터 법적 검토를 하더라도 연예산업 특성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로의 근본 신뢰 관계가 깨진다면 법적 장치가 있더라도 일을 더불어 해나가는 건 불가능하다”며 “이 바닥의 관행을 사전에 연예인에게 충분히 숙지시켜주고, 활동을 하면서도 많은 대화를 통해 상호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경영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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