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락말락'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송광조 스캔들' 막후

2014.05.26 10:35:58 호수 0호

금품·향응 감시하면서 몰래 뒷돈?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한때 국세청 ‘넘버 2’였던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고지를 눈앞에 두고 비리 구설에 올라 불명예 퇴진한 그가 또 다시 세간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도 대기업 뇌물 의혹. 이름하여 ‘송광조 스캔들’이다.



국세청이 술렁이고 있다. 조직을 뿌리째 흔들었던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재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대기업 뇌물 의혹을 받고 있어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감사관 시절에…
 
송 전 청장은 STX그룹에서 뭉칫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2011년 3월과 같은 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송 전 청장에게 건넸다”는 STX그룹 전직 고위 임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돈이 STX그룹 계열사들의 세무조사 무마 등 편의를 봐주는 청탁 대가로 건너간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계좌 등을 통해 자금흐름을 추적 중인 검찰은 조만간 송 전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STX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경위와 세무조사와 관련한 대가성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사 상황을 말해줄 수 없다”면서도 “송 전 청장이 수사 대상인 것은 맞다”고 확인해줬다. 송 전 청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금품수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사실이 아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돈을 건넸다는 시기다. 송 전 청장은 2011년 3월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재직했다. 문제는 두 번째 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같은 해 10월. 송 전 청장이 국세청 감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감사관은 깨끗하고 투명한 국세청 구현을 목적으로 금품·향응수수 등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한다. 상시 감찰활동을 벌이면서 비리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린다. 만약 송 전 청장이 감사관 명함을 들고 돈을 받았다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출생의 송 전 청장은 대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남부산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국세청과 인연을 맺은 뒤 국세청장 비서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을 거쳤다. 2010년 6월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맡은 그는 이듬해 6월부터 국세청 감사관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4월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됐다.
 
CJ에 이어 동양·STX 봐주기 의혹
국세청 혹시나 불똥 튈라 노심초사
 
국세청 관계자는 “송 전 청장은 기획력과 순발력이 탁월한 ‘조사통’으로 합리적 일처리와 강력한 리더십으로 선후배는 물론 동료 사이에서도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며 “특히 감사관으로 있을 때 감사방향을 ‘국민을 위한 감사’로 설정하고 세정 투명성과 신뢰 향상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송 전 청장은 STX뿐만 아니라 ‘동양 봐주기’의혹도 받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월 국세청 종합감사에서다. 당시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송 전 청장 등이 동양그룹의 세무조사 결과를 무마하려고 했다”며 “조사4국이 2009년 10월 진행한 동양그룹 세무조사와 관련해 당시 본청 조사국장이던 송 전 청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에 검찰 고발을 피했다”고 주장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국세청이 2009년 2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동양그룹을 세무조사 한 뒤 비자금 조성 등 혐의를 찾아냈지만 이를 조세범칙 사건으로 다루지도 않았을 뿐더러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며 “국세청 직원이 참다못해 국민권익위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진정서에 언급된 인물을 알아보니 송 전 청장이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송 전 청장이 구설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 전 청장은 최종 목적지인 ‘고지’를 눈앞에 두고 국세청 ‘넘버 2’자리에 오른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스스로 사표를 던졌다. CJ 금품로비 의혹을 받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송 전 청장은 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송 전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확인했지만 형사 처벌할 정도의 범죄는 아니어서 국세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는 선에서 끝냈다. 골프·향응 접대와 수백만원대 적은 돈이지만 돈을 받긴 받은 송 전 청장은 불명예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공직생활을 마쳤다.
 
당시 국세청은 난리가 났었다.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에 이어 전군표 전 국세청장, 송 전 청장까지 전·현직 국세청 1·2·3인자가 줄줄이 로비 의혹에 얽히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도덕성과 신뢰성이 끝없이 추락했다.
 
뭉칫돈 수수 혐의
 
한동안 ‘멘붕’에 빠졌던 국세청은 국민의 손가락질 속에서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했고, 민간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적극적인 개혁에 나선 결과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조직을 흔들었던 장본인이 또 다시 지저분한 사건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국세청으로선 어렵게 쌓은 공든탑이 무너질 판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덕수 리스트’ 드디어 수면 위로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구속되자 검찰 안팎에선 소위 ‘강덕수 리스트’로 불리는 정·관계 로비 의혹에 시선이 쏠렸다. 검찰은 로비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전현직 STX 임원 등의 진술을 통해 로비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그중 한 명이다. 송 전 청장은 STX 측으로부터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STX그룹 전직 고위 임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유창무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산업자원부 고위 관료 출신인 유 전 사장이 2011년 무역보험공사 퇴임 이후 STX 측으로부터 10만달러(1억여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STX 측은 미국 유학 중인 유 전 사장 자녀의 미국 계좌로 송금했다. 검찰은 사업자금 대출 과정에서 특혜 대가로 금품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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