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중국 이마트의 계속되는 부진이 골칫거리다. 그동안 공들인 중국사업이 잘 풀리지 않고 있는 것. 출점은 꽉 막혀 있고 매출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직접 중국 쪽을 챙긴 정 부회장으로선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정 부회장은 결국 회사 내 에이스를 긴급 투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구원투수’가 얼마나 선방할지는 미지수다.
수년째 부진 늪서 ‘허우적’…갈수록 적자폭 확대
4개월 심사숙고 끝 ‘구원투수’ 에이스 전격 투입
신세계 이마트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는 중국 이마트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치고 있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라이벌인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시장에서 순항하고 있어 이마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목표도 달성 못해
이마트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1997년이다. 각종 규제와 시장 포화 등의 이유로 국내 신규출점에 제동이 걸리자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중국이다. 이마트는 상하이에 중국 이마트 1호점을 연 이후 현재까지 23개 점포를 중국 현지에 오픈했다. 2006년까지 중국에 총 500억원을 투자한 신세계는 2007년부터 매년 500억원씩 쏟아 붓고 있다.
신세계 측은 “지속적으로 신규 점포를 출점해 중국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30여 개, 2012년까지 70개 이상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이마트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당초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중국 이마트를 그룹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직접 챙기고 있는 정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신세계 등에 따르면 중국 이마트는 현지 진출 첫해인 1997년 36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03년 430억원, 2004년 600억원, 2005년 990억원, 2006년 2000억원, 2007년 2500억원, 2008년 3500억원을 기록했다. 외관상으론 나쁘지 않는 성적표로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이마트의 2008년 매출 목표는 4000억원이었다. 500억원가량 ‘펑크’난 셈이다. 점포수도 2007년에 비해 2배가 늘었지만 매출액은 같은 기간 4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규 점포들이 부진하다는 반증이다.
중국 이마트의 ‘맨땅에 헤딩’은 지난해 들어서도 계속됐다. 지난 2분기 매출 1103억원, 순손실 1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실적(매출 1615억원, 순손실 107억원)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유통업계에선 중국 이마트의 지난해 순손실액이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이마트는 2007년까지 수십억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다 2008년 200억원대 마이너스 실적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는데 지난해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세계는 곧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올해도 고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라이벌 롯데마트의 선전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월 상하이 등에 55개의 대형마트를 가진 중국 유통업체 ‘타임스’지분 100%를 7350억원에 인수, 이마트의 3배 정도 많은 66개 점포를 중국에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가 이마트보다 10년 늦은 2007년 중국시장에 뛰어든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약진이다. 매출도 타임스 인수 전 10여 개의 매장에서 2008년 8600억원을 올려 이마트에 2배 이상 앞섰다.
사정이 이렇자 정 부회장은 회사 내 에이스를 긴급 투입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중국 이마트 경영진을 교체한 것.
신세계는 지난해 8월 2005년부터 중국 이마트 사업을 총괄했던 심화섭 부사장(이마트부문 중국본부장)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였다.
대신 신세계는 연말 인사를 통해 정오묵 부사장을 전격 투입했다. 그전까지 중국본부장 자리가 무려 4개월 넘게 공석이었다는 점 역시 정 부회장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정 부사장을 발탁하기까지 심사숙고한 의중도 읽힌다.
정 부회장으로부터 ‘중국 이마트 살리기’ 특명을 받은 정 부사장은 이마트 초대 점장을 지내는 등 이마트가 국내 1위에 오르는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이마트 상품개발본부장과 신세계마트(구 월마트) 대표를 역임한 뒤 유통연수원 교수직을 맡았다가 정 부회장의 호출로 다시 친정에 복귀했다.
정 부사장은 현재 위치 분석, 가격 경쟁력, 물류비용, 현지인 이미지 등 중국 이마트의 부진 원인과 상품기획, 마케팅 등 중국시장 재공략을 위한 로드맵을 새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선전에 당혹
신세계 측은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실이 늘어난 것은 잇따른 신규점 오픈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회사 관계자는 “중국 이마트의 적자 폭이 갑자기 커진 것은 신규점 확대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10개 이상의 1년 미만 점포들의 비용이 몰린 지난 2분기가 적자 최고점으로 3분기부터 차차 개선되는 등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신규 점포들이 안정화되고 다점포로 인한 효율이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르면 올해 중국 사업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본격적인 이익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