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탄' 금감원 사람들

2014.03.10 12:03:43 호수 0호

"그동안 봐줬으니…앞으로도 봐줄게"

[일요시사=경제2팀] 국내 금융권은 관치금융으로 업계 전반을 암울하게 휘감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금융감독원 출신 모시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저축은행 사태 때부터 지적됐던 금융당국 출신 감사 및 사외인사 선임은 여전히 반복되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거 교체된다. 최근 삼성증권은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를 감사위원으로 내정했다. 현대증권도 금감원 국장 출신을 발탁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권력기관 및 정부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회사 운영에 있어 외부 세력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거 신규 선임

최근 삼성증권은 송경철 전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장 부원장을 감사위원으로 내정했다. 송경철 전 부국장은 금감원의 전신인 증권감독원 출신으로 공시감독국, 증권검사국, 증권감독국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증권통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도 정기승 전 금감원 증권감독국 국장을 발탁했다. 정기승 전 국장은 한국은행 기획부, 저축부 등을 거쳐 금감원 뉴욕사무소장, 증권감독국장 등을 역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서 금감원 4급 이상 고위직은 퇴직 후 2년 이내에 금융사 사외이사와 감사 등으로 취업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에 선임되는 삼성증권의 송경철 내정자와 현대증권 정기승 내정자는 2년 전인 2011년 전에 금감원을 퇴임해,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현재 이사회 결의를 마친 증권사에 포진한 금감원 출신 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들이 모두 신규 선임하거나 재선임 할 예정이다.올해에도 증권사들은 금융당국 고위관료 출신 인사로 사내외 인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권력기관 및 정부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자리에 두면 회사 운영에 있어 외부 세력을 막는 '방패막이'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10개 대형증권사 중 7개사가 금감원 출신을 감사로 고용하고 있다. 이중 삼성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모두 금감원 출신이 여전히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출신 감사는 대부분 금감원 국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파악됐다. 부원장이나 부원장보처럼 임원 출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증권은 금감원 출신의 이광섭 감사위원을 재선임할 예정이다. 동부증권 역시 금감원 총무국 부국장을 지낸 김진완 현 감사위원 연임을 결정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금감원 인사들이 대거 보험사 감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해당 업무의 전문성을 지닌 인사보다 권력 기관 출신이 오는 게 경영상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를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메리츠금융은 전광수 전 금감원 금융감독 국장과 이명수 금감원 전 기업공시국 팀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동부화재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출신의 김선정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주총에서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강 전 개발원장은 지난 2008년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바 있다.

금융사들은 금감원 출신 인사 내정에 대해 전문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리스크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금감원 출신 인사를) 내정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메리츠금융지주 관계자도 "금감원 출신 때문이 아니라 전문성 때문에 내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비리나 금융사기범에 대한 사전 정보유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금감원 출신의 금융사 감사로의 진출이 금지됐지만, 기존부터 감사직을 수행했거나 타 기관에서 직책을 맡아온 인사들의 활동은 여전히 활발하기 때문이다.

증권·보험사 등 금융권 고위직 모시기 여전
금융사고 대비용…'방패막이' 전관예우 지적

지난 2011년 투자자들에게 최대 50조원의 피해를 안겼던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금감원 출신 인사의 전관예우 폐단에서 비롯됐다. 금융당국 고위간부 출신들이 저축은행 감사로 있으면서 금감원의 부실감사를 자행하는 심리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 학맥을 고리로 한 금감원 간부들과 일부 저축은행 고위층이 정보를 미리 빼돌렸다는 의혹이 있었다.


당시 김장호 전 금감원 부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등이 일부 저축은행 경영진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감원 고위 간부들이 금융사의 감사를 맡은 환경에서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조사나 감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감원 고위간부 출신이 기업 감사위원으로 있으면 금감원 직원들이 감사 및 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금감원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악순환 끊어야

금감원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선배들이 감사로 있다하더라도) 감독하는데 원칙대로 시행하고 있다"며 "절대 금융사 감사나 사외인사들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대형 금융 사건이 터질 때마다 금감원 인사 출신의 전관예우 문제가 거론된다. 지난 1월 정보를 유출한 카드 3사(KB국민, 롯데, NH농협)는 감사를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는 점을 두고 비판을 받고 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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