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거부’ 이민주 베팅 노림수

2009.12.15 09:34:58 호수 0호

미국 석유회사 1천억원에 인수…투자 배경 의문
부동산 이어 자원개발 시선 “다음 투자처 주목”

‘1조 거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드디어 ‘베팅’에 나섰다. 이 회장이 수중에 1조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긴 침묵을 깨고 돈을 푼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선택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그동안 행보와 달리 생뚱맞은 분야에 투자한 탓이다. 이 회장의 의도가 뭘까. 그 노림수를 캐봤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베팅’한 곳은 석유회사다.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이 소유한 투자회사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최근 미국의 석유개발회사인 스털링에너지의 주식 99%를 9000만 달러(약 1035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미국 석유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중에 현금 1조원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인수자금 9000만 달러 중 5500만 달러를 에이티넘파트너스 등이 주축으로 참여한 ‘해외자원 개발펀드’를 통해 조달했다. 나머지 인수 금액 3500만달러는 스털링에너지의 광구를 담보로 몬트리올은행에서 대출받았다.

투자업계에선 이 회장의 선택에 적지 않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 회장이 무슨 의도로 석유사업에 뛰어들었냐는 것이다.

스털링에너지가 지난해 매물로 나온 이후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인수 제안을 받고 투자를 검토하다 불투명한 사업성 등을 이유로 모두 의사를 접은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이 회장은 ‘1조 거부’로 등극한 뒤 줄곧 자원개발이 아닌 부동산 쪽에 매달려 의문의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이 회장은 지난해 쟁쟁한 재벌들을 제치며 신흥거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리스트에 16위로 이름을 올린 것. <포브스>에 따르면 당시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무려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네이버를 창업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보단 월등히 앞섰다.

1948년 서울 출생인 이 회장은 서울고와 연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완구제조업체 조선무역(현 조선아이앤씨)을 창업했다. 당시 창업비용은 15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후 이 회장은 1988년 한미창투를 창업하면서 ‘투자의 귀재’란 명성을 얻었다. 1990년대 중소 금융기관들을 사고팔기를 반복하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모두 매각했다.

이 회장은 이때 종자돈을 만들어 2000년 지역 중소 케이블TV 업체를 헐값에 인수해 C&M을 세웠다. C&M은 경동케이블TV를 모체로 출발해 서울 지역 케이블TV와 중계유선업체를 줄줄이 인수하며 거대 유선방송사로 성장, 이 회장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 줬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가 주축이 된 국민유선방송투자(KCI)에 회사 지분 65%를 1조4000억여 원에 매각했다. 이 회장이 현금 1조4000억여 원을 손에 쥔 것. 일각에선 환차익 등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수중에 2조원이 넘는 돈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때부터 이 회장 행보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어떤 기업 또는 무슨 사업에 투자할지가 관심거리였다.

재계에선 지난해부터 전 세계에 들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의 그늘이 짙게 깔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돈 냄새’를 맡은 대기업들이 이 회장의 자금을 유치하거나 아예 영입하기 위해 물밑에서 러브콜을 보낸다는 후문이 들렸다.

물론 이 회장도 외환위기 때 과감한 투자와 절묘한 타이밍으로 대박을 터뜨린 만큼 이번 불황이 적기라고 판단해 눈을 부릅뜨고 적당한 투자처를 물색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A 등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대박 터뜨리나

이 회장이 침묵을 깨고 투자한 것은 부동산사업이다. 그는 올초부터 4000억원 정도를 쏟아 부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약 1300억원), 종로구 신문로 금호생명 빌딩(2400억원)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이 회장이 그동안 부동산사업에 관심을 둔 대목이다. 그는 서울 역삼동 데이콤빌딩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인수엔 실패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 측은 이번 스털링에너지 인수에 대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부동산에 이어 제2의 투자처로 자원개발 분야를 점찍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추가적인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 의사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영국에 본사를 둔 스털링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에 60여 개의 석유·가스 광구를 갖고 있다”며 “여기서 국내 일일 원유·가스 소비량(약 300만 배럴)과 비교하면 약 600분의 1 수준인 하루 약 4800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는데 내년까지 스털링에너지의 하루 생산량이 6700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분야도 지속적인 검토를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고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며 “스털링에너지 소속의 전문인력까지 끌어안아 향후 미국 내 유망광구 인수합병(M&A) 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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