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산업 향방<긴급점검>

2009.12.15 09:26:22 호수 0호

전운 감도는 미래 자동차시장 “적극적 투자만이 살 길이다”

지난해 미국 발 금융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자동차산업이 최근 소폭 상승한 모습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 해결되어야 할 위험요소들이 산재한 가운데 내년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강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탓이다.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미래 자동차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자동차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자동차산업 불안정한 성장
정부지원 극약처방 따른 일시적 효과 ‘위기 여전’


세계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유래 없는 판매율 감소를 기록했다. 2008년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의 후폭풍이었다. 당시 세계 자동차시장 월별 판매추이를 살펴보면 2008년 9월(515만대) 이후 10월 461만대, 11월 425만대, 12월 454만대, 2009년 1월 413만대, 2009년 2월 413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최고 23.5%가 하락한 수치다.

세계 자동차산업 회복세
정부 세제지원 ‘반짝’ 효과



연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세계 자동차산업의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난다. Global lnsight가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한 해 세계 자동차판매량은 전년대비 7.3% 감소한 6133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4년(6145만대) 수준으로 5년째 소폭 상승세를 이어오던 세계 자동차산업이 다시 후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나마 세계 경제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올 3월 이후 판매 감소폭은 점차 축소됐지만 이 같은 판매 회복세도 일부 국가에 한정된 모습이다. 정부의 신차구입지원 정책의 효과를 본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도 정부가 앞장서 1.6ℓ이하 차종 소비세 인하(10%→5%), 농촌지역 상용차 구입 등의 지원을 펼친 결과 2008년 4분기 이후 72.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할부금융 지원과 소비세 인하(14%→8%) 혜택을 받은 인도도 같은 기간 18.3% 성장했다.

국내 자동차산업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판매가 호전되는 효과를 얻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4월 내수 부양을 위해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를 실시했다.
이는 2000년 1월1일 이전에 등록된 차량을 새 차로 바꿀 경우 개별소비세 및 취득등록세를 250만원 한도 안에서 70%씩 깎아주는 것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호전되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올해로 대부분 국가의 지원정책 시행이 종료된다. 이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의 경기회복 조짐은 각 국가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 시행에 따른 일시적 효과일 뿐”이라며 “세계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 회복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부채 조정, 경기 악화 등에 따른 소득 감소로 소비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소득 증가를 통해 소비 확대의 근원이 되는 고용 사정도 여전히 부진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국제 유가 상승이다. 지난해 말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올 3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내년 이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LA(미 에너지정보청)는 내년 국제 유가가 WTI 기준으로 배럴당 72.4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석유의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다. 최근 경기회복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 확대로 석유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OPEC은 적극적인 감산 정책으로 시장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 여기에 비 OPEC의 생산 부진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장기화되는 달러화 약세도 자동차산업의 수출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적 위상 하락과 함께 약세를 띠고 있다.

글로벌 강자 저가 친환경·신흥시장 선점 박차
적극적 투자확대로 미래경쟁력 강화 앞장서야


미국 경제의 세계 시장 지배력 약화와 미국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도 달러 약세의 원인이다. 실제 최근엔 아랍산유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이 원유 거래 시 달러 대신 별도의 ‘원유바스켓’ 통화를 만들자는 내용의 비밀 회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전해질 정도로 국제 사회에서 달러의 위상이 크게 꺾여있다.

세계 자동차산업이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Global lnsight의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에는 SUV, 대형차 판매호조로 인한 선진시장의 자산효과 증가와 신흥시장의 높은 성장 등이 자동차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는 원동력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선진시장의 성장 한계와 신흥시장의 성장세 둔화,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경제성장률은 자동차산업을 저성장으로 이끌 수밖에 없다.

저성장 접어든 세계 경제
잠재적 위험 요소 곳곳에 

실제 Global lnsight는 2010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6492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05년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는 자동차산업이 경제 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2012년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이런 더딘 성장 속에서 산업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이미 발 빠른 대응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사상 최초로 영업 적자를 기록한 도요타는 과잉 생산능력 축소 및 생산 라인 재배치로 대응에 나섰다. 도요타는 2008년 203만여 대를 생산해내는 북미지역의 생산능력을 오는 2010년까지 18.4% 감소시킨다는 방침이다.
엔화 강세 및 북미 가동률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생산 물량을 북미 생산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2010년부터 미시시피 공장에서 생산된다.

업체 간 제휴를 통해 생산설비, 플랫폼, 브랜드, 판매망 등의 상호 활용을 통해 개발비와 투자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브랜드와 생산설비를 활용해 미국 소형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푸조-시트로엥-미쓰비시 3사는 2011년 공동투자로 러시아 시장 전용 모델을 생산해 해외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과 스즈끼도 인도 소형차 시장 공략을 위해 업무 제휴를 추진 중이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에도 적극적이다. 선진시장의 비중이 축소된 데다 중국 시장이 이미 큰 성장세를 이룬 만큼 점유율이 낮은 새로운 시장 선점으로 판매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대상으로는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 도요타는 브라질 시장에 대한 판매 포트폴리오를 2007년 9%에서 2012년 14%로 상향 조정했다. 인도 시장은 7%에서 10%로 늘렸다. 혼다는 브라질 시장 점유율을 14%에서 15%로, 인도 시장을 10%에서 15%로 늘렸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시장을 34%에서 35%로, 인도 시장을 1%에서 2%로, 러시아 시장을 5%에서 9%로 늘렸다.
이들 업체는 연비 개선 및 저가 차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현재 다이하츠와 공동개발로 저가 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0만엔대의 가격으로 예상되는 이 모델은 2010년 인도에서 생산, 인도 및 신흥국에 판매된다는 방침이다.
닛산도 현지업체인 바자즈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초저가차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인도에서 생산될 계획인 이 모델의 가격은 30만엔대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 및 생산 라인업도 확대되고 있다. GM은 벤츠, BMW와 2모드 하이브리드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0년까지 전 차종의 하이브리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중반까지 중국, 미국, 태국에 이어 유럽으로 현지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르노닛산은 2020년 세계 수요의 10%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10년 미국과 일본에서 전기차 출시와 동시에 2012년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의 선두업체를 지향하는 GM도 2010년 전기차 볼트를 출시하고 한국과 중국을 주요 개발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글로벌 강자 전략적 제휴
친환경차 및 신흥시장 선점

반면 이 같은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시장 대응 마련은 상대적으로 열세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성장에 접어든 세계 자동차산업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 기업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 신흥시장 진출, 해외기업과의 업무 제휴 등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지금이라도 해외기업에 비해 열세한 R&D 투자 규모를 늘려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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